■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74] 세계유산의 최근 등재 경향(中)

나주 복암리 유적 발굴 의미
지난 11월 29일자 중앙과 지방 모든 언론에서 영산강 유역 마한 관련 중요한 뉴스가 소개되었다. 본보 독자들 가운데 이 뉴스를 접한 이도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관련 내용을 전재한다.

“영산강 유역의 고대 문화 유적지이자 삼국시대 이전 마한의 중심지 중 하나인 전남 나주 복암리 유적에서 백제시대 집터와 인장 기와, 고려시대 명문 기와 등이 발굴됐다.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원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는 “지난 4월부터 진행한 발굴조사에서 마한시대 도랑(환호)시설을 확인한 데 이어 최근 백제시대 주거지 2기와 기와 등을 추가로 확인했다”며 “복암리 유적 일대에는 마한에 이어 백제, 고려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동안 관청 등 중요 시설이 자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28일 밝혔다.

발굴된 백제시대 기와에는 관청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는 ‘官(관)’ 자가 새겨진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나주문화재연구소는 “백제 인장 기와는 백제 고도인 공주와 부여 외에 고부(정읍) 같은 지방 통치의 중심 지역과 신라 접경지역인 여수, 순천 등에서 발굴된 적이 있지만 마한 중심 지역에서 처음으로 확인돼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나주문화재연구소는 “이전 조사에서 백제의 지방 행정체계와 고위 관직명을 알 수 있는 목간, 관아에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는 명문 토기 등이 확인됐다”며 “이번 인장 기와와 주거지 확인은 복암리 유적 일대가 마한에서 백제로 넘어가는 시점에도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 발굴된 고려시대 명문 기와에는 ‘회진현관초(會津縣官草)’란 글자가 새겨져 있어 고려시대 행정 지명인 회진현의 관아에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주문화재연구소는 30일 오후 발굴 현장에서 조사 성과를 공개하는 현장 설명회를 연다.”

보도의 핵심은 복암리 유적 일대에서 ‘관(官)’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진 인장이 발견된 것으로 보아 이곳이 마한 시대부터 백제·고려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 관청 등 주요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곧 복암리 일대가 마한에서 백제로 넘어가는 시점에도 여전히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은 이미 필자가 ‘박해현의 새로 쓰는 마한사’(2021. 국학자료원)에서 마한 시기는 물론 백제, 그리고 당의 지배기에도 복암리 지역이 정치적으로 가장 중요한 지역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은 이 지역에 강고하게 형성된 마한 세력을 회유하고자 도독부의 치소(治所)를 이곳에 두면서 도독부 명칭을 ‘마한’이라고 하였다고 하였다. 이번 출토 유물은 필자의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복암리, 곧 나주 다시는 마한 유적의 보고이다. 마한 문화의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발굴과 더불어 이미 발굴된 유산에 새로운 해석을 가하여야 한다. 아무리 좋은 이야기도 반복하면 싫어한다. 이 부분은 절필(絶筆)하려 한다.

지난 11월 23일 영암문화원에서 대한민국 최고 의병연구자 이태룡 박사가 초빙돼 영암의병 관련 특강이 있었다. 필자가 이미 2019년 ‘영암의병’의 실체를 밝히고 그 역사적 평가를 내린 바 있다. 꽤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필자는 전남 곳곳의 의병 관련 자료를 찾고, 이를 분석하며, 남도의병의 실체에 점차 접근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영암의병에 필자가 내린 역사적 평가가 옳은 것이었음을 확신하고 있다. 물론 이번 특강에서 사회를 본 필자에게 금정면 출신의 한 분이 깊은 애정어린 말씀을 해주셨다. 오류가 있다고 하였다. 오류를 잡아가는 것은 필자의 몫이다. 그때 필자가 찾은 영암의병이 180여 명에 달한다. 이번에 필자와 이태룡 박사팀이 영암의병의 실체를 60여 명 찾아냈다. 이들의 후손까지 찾아내는 데는 그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영암군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필요하다.

마한 유산에 적용되는 기준 
이야기가 옆으로 빠졌다. 지난 호에 이어 신희권 교수의 세계유산 등재 추세를 계속 설명하고자 한다. 이미 본란을 통해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세계유산 등재 기준은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에 각각 다르게 적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문화유산에 해당하는 마한 유산에 적용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ⅰ) 인간의 창의성으로 빚어진 걸작을 대표하는 것
(ⅱ) 오랜 기간에 걸쳐서 혹은 세계의 특정 문화권 내에서 건축이나 기술, 기념비적인 미술품 제작, 도시 계획 혹은 조경 디자인 등의 발전에 관한 인간 가치의 중요한 상호 작용을 잘 보여주는 것
(ⅲ)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의 전통 양식 또는 문명의 독특함이나 특출한 증거가 있는 것
(ⅳ)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뛰어난 사례일 것
(ⅴ) 인간의 전통적인 정주지로서 육지의 사용, 바다의 이용에 있어서 문화를 대변하는 대표적인 사례이거나 또는 돌이킬 수 없는 자연 변화의 충격으로 취약해진 환경에서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 작용을 보여주는 뛰어난 예
(ⅵ) 사건이나 실존하는 전통 문화, 사상, 신념 등의 보편적 중요성이 예술 및 문학작품 등에 직접 또는 가시적으로 연관되어 나타나는 탁월한 사례(이 기준은 인간의 사상이나 신념 등과 같은 무형적 요소들이 포함되는 경우로서 세계유산위원회에서는 다른 기준과 동시에 적용하는 것을 권장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와 진정성, 완전성을 지니고 위 조건 가운데 하나 이상을 충족하고, 그 유산의 보호 및 관리에 필요한 요구 조건을 갖추고 있을 때 등재가 결정된다고 하였다. 필자도 이번 포럼에서 발표하였지만, 영암 마한은 이 가운데 (ⅲ) (ⅳ)가 해당한다고 설명하였다. 함께 발표한 가야유산 보고서 작성 경험이 있는 민태혜 박사는 막상 유산을 분류하다 보면 둘 가운데 어느 하나로 집중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선입견을 버리고 유산을 객관적으로 파악, 분류하는 작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였다. 반복하지만, 참석한 전문가들은 기발굴 유산에서 어떤 특질을 찾아낼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결같이 이야기하였다. 

 엊그제 새벽 엑스포가 부산이 아닌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결정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결과는 너무 충격이었다. 이런 결과를 전문가나 담당자들은 몰랐다면 무능한 것이고, 알면서 모른척했다면 국민을 배반한 것이다. 아테네 유명한 정치가 페리클레스는 말했다. 지도자는 “식견”이 있어야 하고, “설명”할 줄 알아야 하며, “조국”을 사랑해야 한다고 하였다. 필자는 이 명언의 의미를 학생들에게 귀가 아프게 설명한다. 시험에도 출제한다. 그대로 외우게 한다. 지난 8월의 세계잼버리 망신도 이 명언의 의미를 깨닫지 못한 데서 나온 것 아닌가! 이른바 사회 지도층 인사들은 이 말의 의미를 깊이 새길 필요가 있다.  <계속>

글=박해현(초당대 교수·마한역사문화연구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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