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삼 행   

 군서면 모정리
​​​​​​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
 동아보건대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이제 싸움은 시작이다, 청산리로 간다”

2019년 개봉한 영화 ‘봉오동 전투’에서 홍범도 장군 역할을 맡은 최민식 배우는 강렬하고 깊은 눈빛 연기를 펼쳤다. 봉오동 전투는 정규군인 일본군을 물리치고 대승을 거둔 전투로 기록되고 있다. 
홍범도 그는 누구인가?

대한민국 국가보훈부 홈페이지에는 아래 글과 전투장면 사진, 홍범도 장군 얼굴이 실려 있다. 

<1919년 3.1운동 이후 일본은 독립군을 토벌하기 위하여 독립군의 근거지 봉오동으로 진군한다. 홍범도 장군은 독립군 연합부대를 이끌고 봉오동 산지에 매복했다가 일본군을 격파, 대승했다. 독립군 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거둔 첫 승리였다. 독립전쟁 제1회 이라고 불린다.
봉오동 전투에서 참패한 일본군은 대규모 군대를 동원해 독립군을 섬멸하고자 했다. 김좌진 장군과 북로군정서는 청산리 백운평과 천수평, 어랑촌 등지에서 일본군과 대규모 전투를 펼쳤고 홍범도 장군이 이끄는 대한독립군이 합류, 일본군을 패퇴시키는 데 일조했다. 약 일주일 동안 10여 회의 전투를 치르며 일본군 1천200여 명을 사살하는 등 최대의 전과를 거둔 대첩이었다. 1920년대 독립전쟁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승리의 중심에는 홍범도 장군이 있었다.>

사냥꾼 포수 일제 사냥에 나서다

1868년 8월 평양의 가난한 머슴 아들로 태어났다.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머니를 잃고 9살에 아버지마저 돌아가셨다. 고아 홍범도는 이웃 마을 지주 집에서 꼴머슴으로 일하다 15세에 평양에 신설된 친군서영(親軍西營)에 입대, 군사훈련을 받았다. 19세에 금강산의 신계사(神溪寺)라는 절에서 약 1년 반 행자 생활을 했으며 23세에 이옥구(옥녀) 씨와 부부의 연을 맺었다. 1897년~1904년 30대 중반까지 처가 함경남도 북청에서 농업과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하였다. 그는 사냥꾼 포수로 척박한 삶을 살다가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러-일 전쟁이 한창이던 1904년 9월, 함흥에서 일어난 항일투쟁에 참가한 이후 북청 일대에서 명포수로 이름을 날리며 포수들 협동조합인 ‘포계(砲契)’의 포연대장(捕捐大將)으로 추대되었다. 1907년 9월 일본의 ‘총포 및 화약류 단속법’ 시행에 반대하며 항일의병대를 조직하고 사냥을 그만두며 "이제 이 총으로 짐승이 아닌 왜놈들을 사냥하겠다"고 말했다.

그 해부터 포수 중심 의병부대를 조직하여 함경도 개마고원 일대에서 치열한 항일투쟁을 전개하여 수십 차례 전투를 치르며 연승을 거듭하였다. 북한 지방에서 홍범도의 명성은 크게 높아져 민중들 사이에서 전설적인 백두산 호랑이가 되었다.

1919년(51세) 대한독립군을 창설하여 총사령관에 취임하고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 승리, 그 해 10월 청산리 전투에서 대승리를 거두었다. 1922년 말(54세) 고려군 혁명군에서 제대하고 제대군인들과 함께 연해주 이만에서 협동농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1937년 소련의 한인 강제이주 정책에 의해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으로 이주했다. 그는 카자흐스탄의 소도시 크즐오르다에서 여생을 보내다가 해방을 2년 앞둔 1943년 10월 25일 75세 나이로 서거하였다.

귀환 독립전쟁 영웅, 능멸당하다

1962년 대한민국 정부(박정희 대통령)는 그의 공적을 높이 평가하여 건국훈장 대통령장(2등급)을 추서하였고 2021년 8월에는 유해봉환에 즈음하여 최고등급인 ‘대한민국장’을 추서하였다. 홍범도 장군의 유해봉환은 노태우·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되었으나, 북한의 반대 등으로 어려움을 겪다가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의 카자흐스탄 국빈방문 때 토카예프 대통령에게 유해봉환을 요청하면서 이루어졌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육사 내에 있던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외부로 옳기고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 이름도 변경 검토하겠다고 한다. 협동농장을 운영하고 노후에 연금을 받기 위해 소련공산당에 입당(60세)한 경력, 독립투쟁 과정에서 사회주의 계열 조직과 협력, 근거 없는 자유시 참변 관련 의혹 등으로 섣부른 재평가로 영웅의 명예를 훼손하면 안 된다. 그 당시에는 소련과 중국·미국이 일본 제국주의와 한 전선에서 싸웠다. 나라 잃은 약소국가의 독립운동가들이 독립투쟁 승리를 위해서 모든 세력과 협력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받은 독립투쟁의 영웅을 현재 권력의 눈으로 이념 공세 도구로 이용하는 것은 어리석고 유치한 행동이다. 독립운동가에게 모욕을 줌으로써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 

윤석열 정부는 이념 공세를 강화하여 정부 대 반대세력으로 편을 가르고 있다. 정부에 반대하는 세력을 공산 전체주의 세력이거나 추종세력으로 뭉뚱그려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는 반국가세력으로 몰아가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과 싸우는 게 아니라, 방류에 반대하는 우리 국민들과 싸우겠다는 정부의 모습이 아닌가? 홍범도 장군의 업적을 기리는 국민이 자유사회를 교란시키는 반국가세력이란 말인가? 

현 정부는 독립투쟁의 영웅 홍범도 장군을 모욕하고 능멸한 죄를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가?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