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63] 검정교과서의 마한사 서술 확대에 대한 방략(中)

필자는 그동안 연구자들이 소홀히 한 독립운동 관련 연구도 적지 않게 하고 있어 마한사와 더불어 복수전공 연구자가 되고 말았다. 곧 지역학 연구자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두 주제 모두 우리 지역의 정체성과 맞닿아 있어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필자의 인식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영세한 사료를 정치(精緻)하게 분석하여 고대사의 틀을 세운 방법으로 근·현대사를 해석하는 방법은 매우 유효한 학문 방법이라고 스승인 김두진 국민대 명예교수님은 격려한다. 

가령 이번에 보성지역 3.1운동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를 찾았다. 최소한 5명의 서훈이 가능하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 실마리는 일본 헌병대의 “보성 곳곳에 만세 시위가 있었다”는 단 한 줄의 기록에서였다. 그러다 1966년에 작성된 어느 생존자의 증언이 담긴 책을 우연히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입증 자료를 일본 측 기록을 뒤진 끝에 발굴한 것이다. 국가기록원 담당 공무원은 드러나 있지 않은 기록을 찾는 데 헌신적으로 협조하였다. 판결문에 드러나 있지 않은 이름도, 지역도 모르는 상태에서 독립운동가를 특정하여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을 찾는 것보다 힘들다. 하지만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흔적을 찾아 기억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의병 전쟁의 성지 영암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백제 중심의 마한 인식이 문제

마한사의 교과서 서술 확대 또한 미서훈 독립운동가 발굴 이상으로 어려운 작업이다. 무엇보다 힘든 것은 백제 중심의 마한 인식이 우리가 예상하는 그 이상으로 두텁게 형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아무리 마한 중심의 한국 고대사 인식을 이야기하여도 아직은 역부족이다. 필자가 누누이 이야기하였지만 거의 30년이 훨씬 넘게 마한사 연구가 이루어지고 무수히 많은 발굴이 이루어졌지만, 필자의 “박해현의 새로 쓰는 마한사”가 나오기 이전까지 대부분 마한 관련 연구서들은 학술대회 논문 모음집이었을 뿐, 개설서나 통사가 없었다. 이점 연구자들은 부끄럽게 생각하고 반성해야 한다. 이러한 상태에서 마한사의 교과서 서술 확대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타인들이 볼 때는 무모하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이번 발표에서 차경호 선생은 교과서에서 (1)가야사 서술이 확대되고 (2)1960년 대구 학생들이 시작한 2·28항쟁이 4·19혁명의 계기가 되었다는 사례를 통해 교과서 서술 확대와 지역의 역사적 사실이 새롭게 교과서에 편입되는 과정을 소개하였다. 

그는, 먼저 국사 교과서에서 가야사 서술이 확대되는 과정을 설명하였다. 곧 2015 교육과정에서 교과서의 서술 분량 및 사진 자료가 2배 이상 증가하였음을 이야기하였다. 내용 면에서 초기 가야 연맹체의 형성 과정 및 금관가야 중심의 전기 가야 중심에서 대가야 중심의 후기 가야 연맹 형성으로 발전하는 과정이 자세히 기술되었음을 언급하였다. 그리고 대가야를 ‘대가야 연맹왕국’으로 규정하여 가야 연맹체의 국가 발달 단계를 기존에 비해 더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여 고구려, 백제, 신라 등 중앙집권 국가로 발전한 삼국과 대등한 국가였다고 인식하는 등 가야사의 능동성과 주체성을 조명하는 데 초점이 모아져 있었음을 설명하였다. 이는 1990년대 이후 가야 지역 고고학 발굴의 성과 및 가야사의 관심이 증가한 것이 주된 이유라는 것이다.

차경호 선생은 이른바 ‘마한특별법’이 제정되고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가 전남에 유치되는 등 마한 중심의 역사 인식이 민·관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과정에서 교과서 서술 확대 논의가 나오는 과정은 가야사와 비슷하다고 하였다. 가야사는 김대중 정부 당시 5년 동안 무려 2천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어 고분 발굴과 학술연구가 집중된 것이 주된 이유였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들어 여전히 가야 지역에 국비가 집중되면서 섬진강 인근 가야역사까지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연구하는 상황이 전개되었다. 그 결과 고분 및 출토 유물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엮어 세계유산 등재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마한사는 발굴조사 등이 가야에 현저히 미치지 못한 것도 사실이지만,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백제 중심의 마한 인식이 훨씬 큰 문제라고 필자는 여기고 있다.

대구 2·28 의거, 교과서 서술       

다음으로 차경호 선생은 1960년 대구에서 일어난 2·28 민주운동이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교과서 서술 과정을 설명하였다. 곧 2·28 민주운동의 4·19혁명으로의 계승성이 교과서에 언급되어 그 역사적 성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미 4·19혁명 직후부터 ‘4·19의 도화선’ ‘4·19 진원’ ‘민주혁명의 선봉’ ‘민주의 횃불’로 호칭된 2·28 민주운동은 40주년인 2000년부터 ‘2·28 민주 의거’로 용어를 통일해 사용하다 교과서에 ‘2·28 민주운동’으로 명명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런데 대구지역에서는 심지어 광주민주화운동의 사례까지 참조하여 치밀하게 교과서 서술을 준비하였다. 다음 글에서 알 수 있다.

“(1)중등학교의 민주 시민교육 관련 교과인 사회과와 도덕과의 교과서에 민주화운동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2)2·28민주운동에 대한 낮은 관심도와 인지도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3)아울러 5·18기념재단의 홈페이지를 통해 살펴보면, 5월 교사 양성 프로그램과 같은 교사연수를 포함하여 5·18민주화운동 관련 다양한 교재의 제작과 보급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부분이다. (중략)(4)대구광역시(교육청)가 관련 조례 입법과 (5)이를 통한 교육과정 운영 지침에의 근거 규정 마련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다.”

즉, 대구광역시와 대구교육청이 교과서에 2·28 민주의거가 서술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노력하였음을 알 수 있다. 교과서 서술은 그 운동의 전국화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었다. 최근 필자의 연구서가 중앙 일간지에 반쪽 가까이 자세히 소개되니 경향 각지에서 축하 전화가 왔다. 그만큼 지역 사실의 전국화가 중요한 것이다. 대구시는 교사 참여 프로그램을 최대한 늘렸다. 이번 마한센터 유치에 영암군의 마한답사프로그램이 큰 성과를 거두었지만, 지역 교사는 물론 전국의 역사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마한 답사프로그램을 추진해야 한다. 이를 여러 차례 도 당국에 건의해도 필요성을 못 느낀다.  결국 영암군이 교사 답사프로그램을 시범적으로 추진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물론 예산이 문제이긴 하나 생각보다 많은 예산이 들어가지는 않는다. 투입에 비해 성과가 큰 사업이다. 이번 발표 및 토론에 참여한 다른 지역 교사들이 이구동성으로 영암·나주 마한유산의 교사 답사프로그램을 이야기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구시와 교육청은 ‘2·28민주운동’의 관련 조례제정과 이를 교육과정 운영에 담을 근거를 만들었다. 이번에 영암군의회가 마한 관련 조례를 제정한 것은 그러한 측면에서 매우 의미가 있다. 

이러한 대구시와 교육청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침내 2·28의거가 ‘2·28민주운동’으로 교과서에 서술되기에 이르렀다. 비교적 자세히 언급되고 있을 뿐 아니라 출판사마다 서술의 특징도 보인다. 다음을 보자. 

    (교과서 해냄에듀)
야당 부통령 후보인 장면의 대구 유세에 고등학생이 참여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교육 당국은 일요일 등교를 지시하였다. 이에 고등학생들은 학원 자유 보장을 외치며 시위를 전개하였다. (2.28 민주운동) 이어서 민주당은 자유당의 부정선거 계획을 폭로하였다. 

(교학사 지학사)
학습목표 4.19혁명의 전개 과정을 이해하고 역사적 의의를 설명할 수 있다. 
1960년 2월 28일 이승만 정부는 일요임에도 학생들을 학교에 강제로 등교시켰다. 이에 경북고등학교를 필두고 대구 시내의 8개 남녀 고교생들이 오후 1시경, “학원의 자유를 보장하라!” 등을 외치며 시위에 나섰다. 이 사건은 현재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2.28민주운동’으로.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승만 정부는 왜 일요일에도 고등학생들을 강제로 등교시켰을까?

 (본문 서술)
그러나 마한사 서술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2015 개정 교육과정 교과서를 확인해보기로 하자. 천편일률 그 자체이다.
<계속>
글=박해현(초당대 교수·마한역사문화연구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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