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63] 검정교과서의 마한사 서술 확대에 대한 방략(上)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영암 유치를 기념해 ‘역사 교과서 내 마한사 서술 확대를 위한 세미나’를 주제로 지난 7월 7일 월출산기찬랜드 내 한국트로트가요센터 강당에서 마한역사문화연구회 주관으로 열려 관심을 모았다.

올해 광복절은 필자에게 뜻깊은 날이다. 광주광역시장으로부터 순국선열들의 역사를 찾고 그 선양에 끼친 공적이 있다 하여 ‘나라 사랑 유공자 표창’을 받았기 때문이다. 독자들이 잘 아는 최경천 전 KBS 아나운서 등 재광 영암출신 독립유공자 후손들을 행사장에서 여러분 만났다. 모두 반가워하고 축하해준다. 영암신문이 맺어준 인연이다. 영암을 포함하여 지역의 정체성을 밝히는 일에 혼신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한다.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축으로 한 영암마한 문화권의 설정, 그리고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그리고 더 중요한 마한역사의 교과서 서술 확대 등 정말 중요한 일들이 산적해 있다. 이 같은 일을 이끌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영산강 유역의 지자체들은 서로 눈치 보거나 당장 눈에 보이는 실익이 없어 주저한다. 오는 9월 무렵 세계유산 등재를 눈앞에 둔 가야의 경우는 국가사적이 40개인데 비해 마한 유산은 4개뿐이 되지 않는다는 말만 중얼거리며 국가사적 40개 될 때까지 부지런히 발굴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리 지역 전문가들 사이에 팽배해 있다. 이것이 공무원들의 정책 결정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필자가 새로운 마한유적 발굴(1)과 기존 발굴유적의 국가사적 지정(2) 세계유산 등재 준비(3)를 동시에 하자고 아무리 외쳐도 조롱거리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미 경험하였다. 2019년 고대역사문화자원특별법이 제정될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이가 과연 몇이었는가! 유인학 전의원, 전동평 전 군수, 그리고 현 우승희 군수가 도의원 시절 애타게 외쳤고, 전남도에서 권광일 사무관 팀이 문화재청 담당 사무관을 끈질기게 설득하였던 것이 이른바 ‘마한특별법’이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된 과정이었다. 물론 정치적으로 당시 총선을 앞둔 상황이 가야만 특별법을 제정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또한, 영암이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후보지로 선정된다고 생각하는 이가 과연 몇이었던가! 대부분 나주 또는 해남을 생각하였다. 그러나 영암은 해냈다. 영암은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장소성의 중요함을 간파하고 누구나 쉽게 생각하였던 마한의 심장부인 ‘시종’ 카드를 ‘나불도’ 카드로 과감하게 변경하였다. 물론 다른 경쟁 지역처럼 마한과 전혀 무관한 곳을 후보지로 내세우지 않았다. 오히려 시종을 포함하는 더 큰 마한의 정체성을 포괄할 수 있는 ‘고대 동아시아 해양문명의 허브, 영암’을 상징하는 마한시대 유적이 나온 나불도를 후보지로 내세웠다.

군의 열악한 재정에도 불구하고 경쟁 시·군이 시도하지 않은 답사프로그램 및 꾸준한 학술세미나를 지원한 영암군과 마한역사를 연구하고 공유하려는 군민들의 뜨거운 노력이 영암 2000년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고 필자가 생각하는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를 당당히 영암으로 유치한 것이다. 우승희 군수가 월출산의 국립공원 지정보다 그 의미가 훨씬 크다고 이야기한 것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오는 10월 6∼7일 양일간, 2020년부터 코로나19 때문에, 작년에는 이태원 참사로 시행되지 못한 마한축제가 마한의 심장, 시종에서 열린다. 이번 센터 유치와 관련한 ‘동아시아 대외교역로와 영암’이라는 주제로 일본·중국 학자들이 참여한 국제학술세미나를 비롯하여 다양한 축제 프로그램이 준비되고 있다. 이번 축제는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영암 유치 이후에 열리는 첫 축제이기 때문에 여느 해와는 그 의미가 다르다. 지난 3월 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유치 과정의 뜨거운 열기를 이번에 유감없이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필자가 본란에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지만, 영암군이 지원하고 마한역사문화연구회가 주관한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 및 마한사 검인정 교과서 서술확대 주제 등은 영암·나주 등 기초자치단체가 아닌 전라남도나 전남교육청 등 광역자치단체가 나서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러하지 못하기 때문에 마한의 심장이라는 책무가 있는 영암군이 나서고 있다. 이점 필자는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어쩌면 이는 ‘마한 심장 영암’이 져야 할 숙명이라 생각한다. 영암이 이를 숙명으로 받아들여 마한사를 체계화하는 데 앞장섰기 때문에 국립마한역사문화센터 후보지로 선정되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검정교과서의 마한사 서술 확대,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작업도 영암의 책무성이 강조되는 까닭이다. 누가 우리 밥상을 차려주지 않는다.

마한사 서술 확대의 중요성

지난 호까지 3회에 걸쳐 살핀 마한사의 교과서 서술 확대를 필자가 다시 살폈다. 앞으로 3회에 걸쳐 지난 7월 7일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서 열린 ‘교과서 내 마한사 서술확대 방안’이라는 학술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학술세미나에서는 필자를 비롯하여 전남대 조영광 교수, 그리고 현직 교사의 발표가 있었다. 현직 교사가 발표자로 선정되는 데 의아하게 생각하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가 현직 교사들을 발표자나 토론자로 내세운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대학 수능시험 출제도 마찬가지이지만 검정역사 교과서의 집필자 대부분이 현직 교사들이다. 대학교수는 거의 없다. 교수에서 교사 중심으로 추세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의 역량도 크게 성장해 있다. 대부분 박사학위 소지자 또는 박사과정 수료자로 대학강의 경험을 지니고 있는 전문가들이다. 이번에 온 대구지역 교사도 수만의 유튜브 회원을 지니고 있는 영향력이 있는 전문가이다. 그들은 대학교수처럼 ‘전공 전문가’가 아닌 ‘교과교육 전문가’이다. 교과서는 이들 교과교육 전문가들이 집필하는 추세인 것이다. 그러므로 이들이 학술세미나의 발표자나 토론자가 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필자가 현직 교사를 발표자나 토론자로 섭외한 또 다른 이유는 곧 설명되겠지만, 대구에서 온 차경호 선생의 발표 글에 검정교과서의 서술 확대의 전 단계로 ‘인정도서’의 개발을 이야기하였다. 인정도서 개발은 교육부가 심의하는 검정도서와 달리 시·도 교육청이 담당하고 있고, 그 인정도서의 채택은 현장 교사에게 달려 있다. 그러므로 현직 교사들이 마한사에 대한 이해가 높을수록 마한 인정도서를 선택하게 된다. 말하자면 마한사에 대한 교사들의 관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세미나에 참석한 대구, 충청, 경기지역 역사교사들이 한결같이 마한역사를 잘 몰랐다고 하며 깊은 관심을 보였는데, 그들은 모두 교과서 집필자들이다. 이들이 마한사에 이해를 갖게 되면 마한사 서술 방향이 어떻게 될 것인지 명백하다. 

마한사 교과서 서술 확대 세미나가 비록 영암이라는 작은 고을에서 열린 세미나였지만 마한사 교과서 서술 확대와 관련하여서는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는 불문가지이다. 우승희 군수는 바쁜 일정에도 발표자·토론자와 오찬을 함께 영암 마한을 중심으로 마한사의 중요함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그들을 감동시켰고, 폭우가 쏟아지는 상황에도 영암군민은 물론 목포, 함평, 순천, 나주, 광주 등 여러 지역에서 학교장, 역사교사, 일반인이 대거 참석하여 200석의 행사장을 메웠다. 특히 영암출신 목포 문태고 박정용 선생은 역사 동아리 학생들과 함께 행사장을 찾았다. 그만큼 행사가 우리에게는 절박하였다는 의미이다. 행사를 끝까지 살핀 나주지역 향토사 전문가인 최영진 선생은 정말 학술세미나다운 세미나를 보았다고 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러한 우리의 뜨거운 열정이 마한사 서술 확대의 중요한 도구로 작용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어쩌다 지나가는 시늉을 보여서는 절대로 되지 않는다.<계속>
글=박해현(초당대 교수·마한역사문화연구회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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