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산출신 이수미, 1970년대 ‘여고시절’ 인기 절정
덕진출신 김지평, 한국 대중가요 대표 작사가 족적
시종출신 강진, ‘땡벌’ ‘막걸리 한잔’ 등 인기 반열

학산면 광암마을 출신 ‘여고시절’의 가수 이수미(1952~2021), 덕진면 금산마을 출신 작사가 김지평(82), 시종면 봉소리 출신 ‘땡벌’의 가수 강진(67) 지역출신 가요계 인물들이 기찬랜드 내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관련된 전시물이 일절 없어 많은 군민들이 의아해하고 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가수 이수미는 데뷔 초엔 트로트 가수로 출발했다가 1972년 포크송 계열의 ‘여고시절’을 발표하며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70년대 김추자·정미조와 함께 여가수 트로이카로 불릴 만큼 인기가 많았다. 한때 같은 영암 출신 가수 하춘화와 가요순위를 다투기도 했다. 당시 방송국에서 가수와 곡에 대한 애청도와 가요 순위발표를 위해 전국에서 엽서를 받아 투표로 결정했는데 영암에서는 하춘화파와 이수미파가 나누어져 서로 좋아하는 가수 중 한 명에게 몰표를 주기까지 했다. 그는 1972년 TBC(동양방송) 7대 가수상, MBC 10대 가수상, 1975년 MBC 10대 가수상, TBC 최고 여자 가수상 등을 받았다. 대표곡으로는 ‘때늦은 후회지만’ ‘방울새’ ‘여고 시절’ ‘두고 온 고향’ ‘내 곁에 있어주’ ‘사랑의 의지’ ‘별이 빛나는 이 밤에’ 등이 있다. 대천해수욕장 사건(1973), 대마초 연루설(1975) 등 활동금지를 당하는 시련을 겪으며 영암과의 인연으로 지역의 행사 등을 찾는 등 조용한 삶을 보내다 20여 년만인 2003년 ‘또 다른 세상에서’라는 타이틀로 앨범을 발표했다. 폐암 말기 투병 중이던 2021년 ‘별이 빛나는 이 밤에’를 유작으로 남기고 향년 69세로 세상을 떠났다.

군민 A씨는 “영암출신 가수로 영암을 알리고 트로트 계열에서도 족적을 남긴 그가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전시기록물이 없다는 것이 안타깝다”면서 “그의 노래를 사랑했던 팬들과 지역민들을 위해 이제라도 기록물을 전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가요계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 또 있다. 1960년대 말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 대중가요의 대표 작사가로 활동했던 김지평 씨(본명 김종호). 그는 임금님의 첫사랑(이미자-드라마 주제곡), 당신의 마음(방주연,) 건곤감리청홍백(현숙), 인생은 미완성(이진관), 숨어우는 바람소리(이정옥), 가슴으로 울었네(장윤정), 과수원길(동요) 등 주옥같은 노랫말을 만들었다. 특히 1972년 방주연의 대히트곡 ‘당신의 마음’은 덕진강변의 백사장이 이 노래의 배경으로 TBC방송가요대상, 한국가요대상에서 작사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1984년 이진관이 부른 ‘인생은 미완성’도 KBS가요대상과 가톨릭가요대상 PCI최고인기가요대상을 휩쓸었다. 1985년 현숙의 ‘건곤감리청홍백’으로 ‘MBC-아름다운 노래대상’을, 1993년엔 이정옥의 ‘숨어우는 바람소리’로 ‘MBC신인가요대상’을 차지했다. ‘숨어우는 바람소리’도 영암천의 갈대밭을 배경으로 한 노랫말이다. 그는 이렇듯 대중음악평론가, 작사가, 실용음악교수, 시인으로 한국 대중음악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웠다. 덕진면 금강리 금산마을이 고향인 김지평은 영암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어린 시절을 지냈던 고향산천의 배경이 작사가로 성장한 든든한 토양이 됐다고 술회한다. 

그 외 시종 출신 가수 강진(본명 강옥원)은 15년간 무명생활을 하다가 2000년 노래 ‘땡벌’로 인기가수로 발돋움하며 김철호 전 군수 시절 고향의 행사에 자주 얼굴을 내밀었다. 강진은 ‘땡벌’에 이어 ‘남자는 영웅’ ‘삼각관계’ ‘화장을 지우는 여자’ ‘아내는 지금’ 등 히트곡을 냈다. 특히 2019년 ‘막걸리 한잔’이라는 곡은 TV조선 ‘미스터 트롯1’에서 가수 영탁이 부르며 더욱 유명해지게 되었다.

그러나 이들의 흔적은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겨주고 있다.

2019년 10월 영암읍 회문리 기찬랜드에 문을 연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2만7천996㎡ 부지에 지상 2층 규모로, 상설 전시관, 하춘화 전시관, 기획 전시실, 공연장, 명예의 전당, 트로트 창작소 등이 갖춰졌다. 사업비는 총 105억 원이 소요됐다. 초대 명예센터장은 국민가수 하춘화가 맡았다. 센터 건립은 당초 가수 하춘화가 한국 대중음악사와 관련된 수집물은 물론 자신의 자료 등을 영암군에 기증을 약속하면서 ‘하춘화 기념관’이 논의됐으나 정부의 지원 등을 감안해 ‘한국트로트가요센터’로 방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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