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연 /  사회복지학 박사 / 영암문화포럼 상임대표 / 한국청소년인권센터 이사장
강병연 /  사회복지학 박사 / 영암문화포럼 상임대표 / 한국청소년인권센터 이사장

아프리카의 전통 조각은 관성화 한 서양 근대미술의 대안적 탈출구로 서양 현대미술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이다. 필자는 자연과 인간의 원초적 영혼을 담아내며 자유로운 상상력의 극한을 표현하는 아프리카 전통 조각에 대한 소고를 연속으로 나누어 소개하고자 한다. 아프리카의 조각 작품은 파격적인 조형과 원시적인 자연미로 서양 현대미술의 개척자들에게 창조적 충격을 주고 기라성 같은 서양 현대미술의 대가들을 탄생시키는 초석이 되었다.

그러나 서양미술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처럼 현대미술에 있어서 하나의 원류가 되어 준 아프리카 전통미술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아프리카 전통 조각은 현대미술에 미친 영향력 면에서 뿐만이 아니라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자유롭고 원초적인 조형미와 자연과 현실 생활에 기반한 아프리카 전통 조각가들의 진솔한 창작 태도의 면에서도 보고 느낄 측면이 많다고 할 수 있다.

아프리카 조각과 현대미술

아프리카에 대한 서양 근대 인류학자들의 연구가 진행되기 이전까지 아프리카의 문화는 외부세계에 거의 알려져 있지 않았다. 우리가 흔히 이르는 아프리카 미술은 주로 아프리카의 사하라 사막 이남에서 이루어진 흑인미술을 말하는 것으로, 이 역시 20세기 초 유럽의 미술가들이 흑인예술, 그 중에서도 특히 조각의 특이한 조형에 주목하게 되면서 유럽 등지에 알려지기 시작하였다.

물론 아프리카와 외부 세계(유럽)와의 본격적인 접촉은 로마 시대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당시 로마로 대표되는 유럽은 이국적인 취향과 경제적인 목적으로 동물, 상아, 흑단, 노예들을 주요 품목으로 삼는 무역을 하였으며, 이러한 이집트와 나일강 상류를 거친 상업적인 연결을 통해 아프리카는 유럽에 흥미진진한 대륙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유럽은 중세기를 거치면서 수 세기 동안 아프리카와 접촉이 뜸해지면서 19세기 후반부 서구열강의 경쟁적인 식민지 경영시대가 오기 전까지 서구 사회에 전달된 아프리카 미술품은 거의 없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식민지 시대 유럽의 제국주의적인 확장은 정책적으로 아프리카 미술품에 대한 광범위한 수집 활동을 하게 하였고, 다수의 아프리카 미술품들이 여러가지 공공적 성격의 수집과 개인적 취향의 소장품으로 대규모 유럽으로 건너가게 된다. 1753년 영국 박물관의 탄생을 비롯한 유럽 각국의 아프리카 콜렉션은 이러한 수집의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20세기 초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에 뉴욕·파리 등에서 열렸던 국제적인 박람회 성격의 전시들은 아프리카 미술의 예술적 가치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으며 새로운 출구를 찾던 전위적 현대 미술가들에게 이러한 아프리카 문화와 아프리카 조각이 가진 파격적인 단순성과 생명력, 원시적인 자연미는 많은 영감의 원천이 되어 주었으며, 이 특성들을 예술가들은 자신의 예술세계와 접목시키게 된다.

특히 피카소로 대표되는 입체파와 마티스·블라맹크 등의 야수파 화가들에 대한 영향은 절대적이랄 수 있겠다. 이들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단순한 인체 묘사와 그에 따른 원시적인 느낌은 아프리카 부족 미술품에서 큰 영향을 받았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부족 단위의 혼이 담긴 예술작품

아프리카 조각과 마티스의 조각에서 보이는 인체의 표현이 매우 흡사해 보인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현대적이고 서구적인 잣대에서 아프리카 미술을 정의 내리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아프리카 미술이 담고 있는 원초적인 목적과 의미를 전혀 다른 문화와 역사에서 나온 관점으로 해석한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불가능한 시도일 수도 있다. 아프리카 미술은 그 문화적 배경 자체가 지극히 부족적인 특성과 그 주변 환경적인 다반성에 기반하는 관계로 너무나 다양한 모습으로 전개된다. 서구에서 조차도 근대적 개념인 민족이나 국가라는 틀로 결코 한정 지을 수 없는 부족 단위의 독특한 문화들은 그들의 생활의 바탕인 대자연 속에서 소재를 취하고, 또 그 속에서 각 부족 고유의 독특한 신화와 상상력의 문화를 담아내고 있다. 그러나 아프리카 미술에 뿌리 깊이 내재된 공통된 바탕은 광활한 대자연 같은 순수함과 그 순수함을 닮은 강한 생명력이며 그래서 이들의 미술은 하나의 자연스런 삶의 표현 방식인 것이다. 바로, 이러한 아프리카 미술의 순수성이 유럽의 소위 문명인들에게 충격을 주었고 특히 서양 현대미술의 전위적인 작가들에 대한 영향은 직접적이랄 수 있었다.

이에 필자는 아프리카의 예술세계를 단순한 하나의 작품으로 인식되기 이전의 그들의 혼이 담긴 사고로 받아 들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정리하였으며, 다음 2회에서는 검은 영혼의 나무 흑단 조각품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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