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로 쓰는 영산강 유역 고대사
[246]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빛나는 가치를 보여준 영암 마한

남해신사와 월출산 / 마한은 영산강을 중심으로 해로와 수로, 육로와 연계된 체계적인 교역 시스템을 갖추었다. 시종 고분과 출토 옹관 등 유물, 남해신사 등 해양 유적에서 확인되고 있는 마한 유산은 이러한 교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등한 수준의 여러 정치체제가 상호 교류하면서 성장한 마한의 독특한 사회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남해신사와 월출산 / 마한은 영산강을 중심으로 해로와 수로, 육로와 연계된 체계적인 교역 시스템을 갖추었다. 시종 고분과 출토 옹관 등 유물, 남해신사 등 해양 유적에서 확인되고 있는 마한 유산은 이러한 교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등한 수준의 여러 정치체제가 상호 교류하면서 성장한 마한의 독특한 사회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한 지역이나 문화가 세계유산에 지정되면 그것의 역사적 가치는 물론, 역사관광자원화하는 데 매우 유리하다. 여러 지역에서 그 지역의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는 이유이다. 유네스코 한국위원장을 역임하며 한국의 사찰과 서원 등을 세계유산에 등재한 경험이 있는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이배용 국가교육위원장은 마한유산의 세계유산 등재 준비를 서두를 것을 필자에게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였다.

영암군에서는 이미 마한역사문화연구회를 통해 이와 관련한 학술대회를 열어 이 지역의 마한유산 가치를 학술적으로 조명해보기도 하였다. 오늘은 앞서 살핀 바 있는 이배용 위원장의 글을 다시 정리함으로써 영암 마한이 왜 세계유산에 등재할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마한역사 연구의 총본산이 되어야 하는 까닭을 생각하는 기회로 삼고자 한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의 유산

필자는 세계유산 등재를 마한유산 관련 지자체들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위원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다만, 어느 지자체가 그것을 주도하면서 다른 지자체의 역량을 결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 눈치를 보거나 미뤄 타이밍을 놓칠 염려가 있다. 상당수 학자는 마한은 아직 가야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그 말이 나온 지 5년이 넘었다. 가야가 10년 걸렸다면 우리는 3년, 5년 내에 마무리하면 될 것이다. 얼마나 역량을 집중하는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주·영암은 동일한 마한 정치체를 형성한 형제왕국이었음을 인식하고 경쟁이 아닌 상호협력 관계임을 깨닫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배용 위원장은 세계유산의 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탁월한 보편적 가치) 기준은 10개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Ⅲ)항과 (Ⅳ)항이 마한문화에 해당된다고 보았다. 

(Ⅲ)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 

(Ⅳ)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건조물의 유형, 건축적 또는 기술적 총체 또는 경관의 탁월한 사례

<등재기준의 타당성> 신청유산은 고분의 입지, 묘제의 변화, 배치 방식, 주거지, 출토 유물 등을 통해 마한문화의 성립과 발전, 소멸의 전 과정 및 마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독보적인 물적 증거이다. 마한은 영산강을 중심으로 해로와 수로, 육로와 연계된 체계적인 교역 시스템을 갖추었다. 이 유산은 이러한 교역 시스템을 바탕으로 대등한 수준의 여러 정치체제가 상호 교류하면서 성장한 마한의 독특한 사회구조를 보여준다. 독무덤으로 유명한 마한 고분군은 동북아시아의 보편적인 묘제 흐름을 반영하며 위계가 반영된 고분의 배치 방식과 부장품을 통해 마한 사회구조의 변화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시종에 광범하게 밀집 분포한 독무덤의 특징을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이는 같은 마한 지역, 가야 지역의 그것과 비교연구, 그리고 동아시아 다른 나라의 그것과 비교 연구를 통해 밝혀야 한다. 

<완전성에 대한 기술> 신청 유산은 전체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입증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유산구역에 포함된 고분군의 규모와 봉분 등은 중심 고분군의 등장과 확산, 발전의 전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요소를 모두 포함한다. 유산구역과 완충구역은 모두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엄격하게 보호받고 있다. 정부는 문화재보호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과 규정에 따라 각 고분군에 대한 보존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따라서 신청 유산은 개발이나 방치로 인한 부정적인 영향을 받지 않으며 그 주변 경관과 함께 효과적으로 보존되고 있다. 영암 마한 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고분은 비교적 원형을 보존하고 있다. 아직 발굴되지 않은 고분이 훨씬 많다. 이들을 발굴 보존할 때는 고분의 역사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를 해야 한다.  

<진정성에 대한 기술> 신청 유산은 형태와 디자인, 재료와 물질, 입지와 주변 환경, 정신과 문화적 측면에서 높은 수준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신청 유산은 매장문화로서의 과학적인 발굴조사를 통해 구조가 확인되고 있다. 고분은 문화재청과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문화재위원회의 심의 결과에 따라 정비되고 있다.

마한지역 고분군은 주민들에게 선조들의 무덤이 있는 신성한 공간으로 오랜 기간 인식되어 왔으며 그로 인해 현재까지 크게 훼손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또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서 유산을 보존하고 학술 연구를 하며, 시민 홍보를 위해 박물관을 건립하고 운영함으로써 유산의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시종 주민들은 행정구역도 ‘마한면’으로 개칭을 통해 마한의 정체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2022년 열린 전라남도 주최 마한행사 때 70대 부녀자들이 초등학생과 함께 하는 그림대회에 참여하여 그들의 열정을 드러낸 바 있다.

<보호관리 요건> 신청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정책은 적절한 기준에 따라 엄격히 시행되고 있다. 각각의 구성요소는 모두 국가 사적으로서 문화재보호법 및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관련 조례 등을 통해 법적 보호를 받고 있다. 신청 유산의 경계는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조치들을 포함한다.

신청 유산은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주변 지역의 토지 이용과 개발 행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으며 유산구역은 대부분 국가와 지방정부에 소유권이 있다. 따라서 개발 및 환경압력 등 현재까지 신청유산을 위협하거나 신청 유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극히 적다.

신청 유산 내의 조사와 정비는 ‘매장문화재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과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엄격히 제한된다. 단, 유산 보호를 위해 조사와 정비가 꼭 필요한 경우에는 먼저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하고 학술적인 타당성을 확보한 후에 시행할 수 있다.

세계유산 등재 작업 서둘러야

결론적으로, 시종 고분과 출토 옹관 등 유물, 남해신사 등 해양 유적에서 확인되고 있는 마한 유산의 OUV의 특성을 비교연구를 통해 명확히 함과 동시에 등재 절차를 서두르는 것이 중요하다. 남해신사는 2022년 영암군이 지원한 ‘월출산 해양제사 신앙과 월출산’ 학술세미나에서 월출산 산신과 같은 신앙체계를 하였음이 확인되었다. 남해신사의 해양신앙이 갖는 가치를 설명해주고 있다. 세계유산추진단 구성이 시급한 까닭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부족한 점을 채워나가야 한다.                          

<계속>
글=박해현(문학박사·초당대 교양교직학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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