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로 시집갔다고 들었었다.
어느 날 시집간다고 미리 연락이라
도 해왔다면
결혼식에 참석해서 그 이유라도 물
어봤을 텐데...
어쨌든 많이 놀랐고 의아했다.
남들은 죽기 살기로 시골에서 벗어
나려고
하루라도 빨리 탈출하려고 안달하
는데,
읍에서 생장한 네가 오히려 깡촌 마
을로 시집을 가겠다고 했으니
얼마나 놀랐겠냐
니 신랑 될 사람도 엄청 궁금했지만
그건 어떻더라도 상관없었지.
모든 게 너의 선택이고 판단이었을
거니까...
도시에서 남들 부러워하면서 번지
르하게 잘 먹고 잘 사는 것처럼 보
이는 것이
순간의 욕망에 불타오르는 불나방
의 안타까운 속빈 강정이라는 것을
잘 아는 너였기에 그럴 수 있겠거니
했었다.
그러나 어디서 살든 삶의 우여곡절
을 다 겪기 마련.
보수적인 남편과 시부모를 모시느
라 무척 힘들었을 것이다.
나의 생각과 기대와 달리 내가 직면
하게 되는 현실은
언제나 얼마만큼의 거리로 우리를
애타게 하고 힘들게 하는지.
더구나 시골생활이니 집안일도 들
일도 해야 하고,
시부모와 남편도 수발해야 하고 애
들도 키워야 했으니 오죽 힘들었겠냐
아이들을 낳아 기르면서도 이런 일
을 다 해내고
그러면서도 남들처럼 맞벌이 못한
다고 남편에게 미안해 했었다니,,,
자네가 부모 밑에서 언니 오빠들과
함께 클 때도 이미 세상은
두 명만 낳아 기르자 하다가 한 명
만 낳아 잘 기르자는 것이
TV에서 자주 보던 공익광고였는데,
자네는 네 명이나 낳아 길렀지 않았나
이제 이른 나이의 허연 백발을 오히
려 자연스러워 하며
그 애들 다 잘 자라 어디 가서도 제
역할 하면서 당당하게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뿌뜻하고 흐뭇하시겠나(뿌
흣하시겠나)
속 모르는 남들은 오메 징한 거, 지
금 세상에 그 애들 어떻게 키웠냐며
그 고생 위로하지만
그 누가 알랴
그 아이들 바라보고 만져보고 안아
보면서 그 애들 웃음 속에서
이 세상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
는 위안과 기쁨과 사랑을 맛보았던
것을,,,
그 기쁨이 없었으면 그 모진 세월
견뎌내기 어려웠을 것을,,,
그 아이들이 나의 보배요 기쁨이요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생명이요
희망이었던 것을,,,
눈 덮인 월출에 솟아오르는 명월을
지긋이 바라보며
단 한 번도 생김새로 성적으로 아이
들을 재단하지 않고
아이들 생긴 대로 성적 받아온 대로,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대로 옆에서
묵묵히 때론 열정적으로 그들의 삶
을 위로하고
무한 신뢰하고 그들과 함께 그들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툭 터져 생각 깊은 엄마,
친구 같은 엄마
심리상담사는 저리 가라 맘 편하게
해 주는 해결사 엄마
딸 넷을 떳떳하고 건강하고 행복하
게 키워낸 자랑스런 엄마
그 딸들이 품에서 다 떠난 어느 날
새 애기, 예쁜 치매가 든 친정 엄마
아이
그 엄마의 엄마가 되어 막내딸 다섯
째를 알콩달콩 키우고 있는
영암(靈巖) 미암(美巖)의 엄마
우리의 엄마
박평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