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림초 43회 최영택 친구의 영전에 부침-

박현수 /  군서면 구림마을生 / 관세법인 부일 대표관세사
박현수 / 군서면 구림마을生 / 관세법인 부일 대표관세사

만난 사람은 언젠가는 헤어진다는 의미의 ‘회자정리’란 말이 있지.

그래 우리는 그 단어의 뜻은 알면서도 모른 체하면서 기나긴 희로애락의 인생길을 같이 해왔었지.

다른 이들의 인생길도 엇비슷했겠지만 우리의 지나온 인생길 또한 만만치가 않았었지.
6.25 전쟁의 폐허 속에 책걸상 없는 먼지 푸석거리는 맨땅바닥 짚가마니 깔린 교실 같지 않은 콩나물 교실에서 검정고무신에 빡빡머리 코흘리개들은 구구법을 외우고 풍금 소리에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던 산골...’을 합창하곤 했었지. 

초등학교 3학년 때인가 운동장 한편에 신축된 안팎이 훤히 보이는 비까번쩍 유리창 달리고 삐걱 소리 나는 마룻바닥에 커튼 드리워진 2~3칸의 단층 신식건물이 들어섰을 때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건물일 것이라고 귓속말을 주고받지 않았던가?

우리는 4.19 혁명과 5.16 군사정변 등을 겪었고, 학교가 이사하던 날 오줌똥 범벅의 푸세식 2칸짜리 중고 화장실을 불평 없이 사극에 나오는 가마꾼처럼 고사리 손으로 끙끙대면서 옮기기도 했었지.

자네, 혈기왕성하던 젊은 시절, 재인폭포로 야유회가서 동료 삼수와 술 먹기 시합하던 기억도 생생하네.

뭣이 그리 바빠서 코로나 터널, 무지막지한 태풍도 이겨내고, 풍족한 한가위도 잘 넘기더니 우리 곁을 떠나는가?

회자정리가 있다면, 거자필반이란 말도 있잖은가.

세상만사 고통 없는 그곳에 먼저 가서 잘 있으면 우리도 언젠가는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하네.

친구의 명복을 뜻을 모아 진심으로 기원하네.

9월 12일 구림초 43회 박 현 수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