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현의송 / 학산면 광암마을生 전 농협중앙회 신용대표이사 전 농민신문사 사장 한 ·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공동대표

오랫동안 국회에서 논의되어오던 고향사랑기부금법이 금년 국회에서 통과되어 내년부터 시행된다. 이 법은 서울 경기도 등 대도시 인구집중으로 인한 국가 안보상의 문제와 국토의 균형있는 발전을 위한 목적으로 장기간의 논의 끝에 2022년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30년 후 전국 228개 시·군 중 105개 지방자치단체가 소멸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전남에서는 영암군을 포함한 16개 지자체가 소멸위험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는 영암군이 경쟁력 면에서 뒤처져있다는 것이고 주민과 공직자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더욱 분발해야 한다는 증표다. 고향을 떠나서 살고 있는 늙은이지만 고향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두서없이 저의 생각을 제언 드립니다. 

1.정을 팝시다

21세기는 고향의 정(情)을 가장 그리워하는 시대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기계화, 컴퓨터화, 자동화로 인해 딱딱하고 차가운 기계를 상대하는 경우가 많다. 축제의 날만큼은 기계와 자동화를 물리치고 사람과 사람끼리 대면하면서 정을 팔 필요가 있다. 이날만은 슬로시티와 슬로푸드를 즐길 수 있게 ‘시골여행#정’ 문화행사도 거듭나야 한다. 옛날 시골 오일장의 정과 외갓집의 훈훈한 정을 축제마당에서 즐길 수 있다면 방문객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는가.

세계 어느 민족보다 우리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서양인을 보면 밥 한 그릇씩 먹고 나서 ‘더치페이’라고 해서 각자 돈을 낸다. 일본인은 내가 먼저 베풀면 반드시 베푼 만큼만 돌려받는다. 인간의 본성인 정을 꼭 잣대를 들이대서 계산해보고 그만큼만 주고받는 것이다.

그런데 유독 정이 많은 영암 주민들은 6·25전쟁 때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서로 용서하고 화해를 통해 평화를 이루는 위령탑을 건립했다. 그 위령탑이 왕인박사유적지 건너편 솔밭에 있다. 이 지역에서는 전쟁 당시 302명의 무고한 주민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당했다. 조그만 집 안에 양민을 가두고 불을 질러 학살했던 비극의 합동묘지도 위령비 앞에 동산처럼 자리 잡았다. 이처럼 가해자를 용서하고 화해할 수 있는 정은 바로 450년 전 시작된 대동계 정신과 공동체 정신에서 비롯되었다고 믿는다.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이 훈훈한 정을 우리 영암이 팔자.

2. 신용을 팝시다

물질문명 발달로 삶이 풍요로워졌지만 사람들의 일상생활에서 신용은 향상되지 않은 것 같다. 무신불립(無信不立)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미덕은 신뢰라는 뜻이다. 개인도 지방행정도 국가도 신용은 기본이다.

영암의 농산물과 관광 상품 역시 일시적인 이익보다는 미래를 보는 신용이 무척 중요하다. 영암 지역사회 모두가 어느 지역보다 거짓이 없고, 상품성이 우수하며 품질이 신용을 얻는다면 그것만으로도 다른 지역보다 발전하는 경쟁력이 될 것이다.

일본에는 100년 이상 된 기업이 5만 개가 있다. 상품만을 파는 것이 아니고 ‘신용을 판다’는 것을 사시로 하고 있다. 이제 왕인박사와 도선국사의 고장답게 영암도 달마지쌀, 대봉감, 무화과 매력한우 등에 신용을 붙여서 팔자. 주민의 신용은 관광산업에도 농산물에도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다.

3.자연을 팝시다

인간은 자연에서 멀어지면 질병과 가까워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농업인은 자연에서 배워야 하고, 병원의 의사는 농업에서 배워야 한다. 살아있는 자연과 조화를 이뤄야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그래서 영광출신 철학자 고 이을호 박사는 신토불이(身土不二)적 생활이 21세기의 인류생존법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조화롭고 건강하게 하려면 오염되지 않은 자연에서 살아야 하고 섭취하는 농산물에 생명력이 있어야 한다. 건강하고 생명력 넘치는 농산물을 먹는 것이 건강 장수의 기본이다. 사람의 몸은 음식물로 이뤄지는데 음식물, 즉 농산물은 건강하고 활력 있는 땅에서 생산되어야 하는 것이다.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TV 프로그램이 인기가 있는 것도 시청자들이 자연을 흠모하고 있어서다. 월출산 국립공원과 문화유적이 있는 영암의 맑은 공기와 물,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팔자.

4.축제를 팝시다

영암에서는 ‘왕인벚꽃축제’ ‘무화과축제’ ‘대봉감축제’ ‘시골여행#정 문화행사’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영암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300만 명 정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적 효과는 별개로 하고, 영암군민 6만 명이 축제에 대한 이해를 어느 정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즐거움을 느끼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주민이 축제일 그날만은 몰입해야 하고 즐거워해야 한다. 군민 모두가 영암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자부심을 갖고 외부 관광객에게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을 지녀야 한다. 

일본은 전국 곳곳에서 연중 축제가 열린다. 여러 지역에서 지역주민을 상대로 축제장에 입장하기 전 ‘지역검정’이라는 시험을 쳐서 결과가 좋은 주민에게 상을 주는 것을 보았다. 주민 모두에게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상식을 높이고 자부심을 심어주어 외부인에게 일상에서 홍보를 할 수 있게 하려는 목적에서다. 그렇게 노력해서 축제가 성공하고 지역주민의 참여도가 높아지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도기박물관’ ‘대동계’를 관광 상품으로 활용해야 한다. 먼저 지역주민 모두가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창고에 있는 금송아지가 아니라, 주민 모두가 자부심을 가지고 금송아지가 우리 것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하면 어떨까?

일본 유후인이라는 지역은 인구가 5천 명에 불과하지만, 미술관이 22개나 있고 관광객도 연간 400만 명에 이른다. 나오시마라는 작은 섬은 전체가 미술관인데, 한국인 관광객만도 100만 명이나 방문한다. 예술과 자연환경으로 먹고사는 지역인 것이다. 영암도 지역주민 모두의 활력있는 축제로 업그레이드해 재미 좀 보자.

5. 스토리를 팝시다-대동계와 큰바위얼굴상

스토리가 미래의 핵심 산업이라고 한다. 세계적인 기업인 애플이나 구글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사람을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며 모집한다. 그냥 평범한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상상력을 통해 엉뚱한 글을 쓰는 사람을 찾는다.

30여 년 전 서울의 한 음식점 벽에 붙어있었던 술 광고 포스터가 생각난다. 그 포스터에는 청년이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린 노인의 종아리를 회초리로 때리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었다. 이 노인은 실제로는 청년보다 젊은데 ‘OO주’를 안 먹어서 갑자기 늙어버렸다는 내용이었다. 이 스토리 마케팅으로 인해 그 술의 인기가 폭발한 때가 있었다. 요강이 깨진다는 복분자 술 이야기도 그렇다. 마법사들의 이야기인 해리포터 시리즈의 경제적 가치는 우리 현대자동차가 연간 수출로 얻는 경제적 효과와 비견된다.

대동계라는 세계최초의 정으로 뭉쳐진 협동조합, 왕인박사의 탄생지 및 유교문화 발상지, 도선국사, 세계최대의 자연석 큰바위얼굴상 등 영암의 이야기들이 좀 더 재미있게 표현되었으면 한다. 큰바위얼굴은 보는 각도에 따라 예수님, 부처님, 공자, 마호멧트 상 등으로 보일 수도 있다. 전망대를 만들고 세계 모든 종교인의 성지로 만들자. 영암의 기발한 이야기가 발굴되기를 바란다. 

6. 고령화 사회의 건강수명을 팝시다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건강수명의 연장이 가정은 물론 국가적 과제이다. 병원에 들락거리지 않고 사는 건강수명이 한국은 65세, 일본은 75세다. 두 나라의 평균수명이 82세로 동일한데, 우리는 17년 동안이나 질병을 앓으며 살지만 일본인은 7년 정도만 병원 신세를 진다. 이 10년의 차이를 어떻게 축소하느냐가 국가적 과제인 것이다.

일본 국영TV가 인공지능을 통해 조사한 바에 의하면 일본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긴 지역은 야마나시(山梨)현으로 밝혀졌다. 야마나시현은 후지산 뒤편 한적한 농촌지역이다. 도서관과 미술관이 일본 내에서 가장 많은 것이 특징이고, 주민 모두가 이 시설들을 즐겨 찾는 것이 건강생활의 비결이라고 한다. 영암은 도서관도 유명한 하정웅미술관도 있으니, 주민들이 이를 생활 속에서 즐긴다면 한국에서 건강수명이 가장 긴 군이 될 것이며 이 점이 영암군의 세일즈 포인트가 될 것으로 믿는다.

7. 고향사랑기부금제는 농특산물의 새로운 유통혁명?

농특산물이 생산되면 도매상 – 경매인- 가공공장 - 소매상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오랫동안의 관습으로 정착되었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직거래유통망이 알게 모르게 만들어져 가고 있다. 여기에 기부금제 시행으로 내년부터는 모든 농특산물도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유통시키는 유통망이 설치된 셈이다.

즉 서울의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과 같은 새로운 시장이 만들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인터넷 시스템이 하루속히 만들어져야 한다. 인터넷시스템은 생산자 단체인 농협이 주도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8. 고향사랑기부금을 내는 분을 영암군의 주주로 모십시다. 

필자가 어느 곳에서 살든 밤에 꾸는 꿈의 무대는 언제나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 산과 들이다. 앞 냇갈 뒤 도랑 감돌아 흐르는 맑은 물과 지천으로 피어있는 할미꽃의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고향에 대한 애틋한 추억은 건강식이고 보약입니다. 반면에 고향을 잃은 분들은 현대사회의 스트레스를 풀 수있는 기회가 별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즈음 코로나로 인해 모이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으로 가라는 명령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코로나 이후 여러 나라에서 농산촌 이주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도 보았다. 

한 번이라도 고향사랑기부금에 참여하신 분을 영암의 영원한 주주로 모시면 관계인구 증가는 물론 머지않아 이주자로 정착하는 주민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활기찬 영암군이 될 것으로 믿는다. 한 번이라도 기부에 참여해 주신 분을 영암의 영원한 투자자로 모시고 고향의 정을 그냥 드리자. 

9.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한 걸음

우리의 기부문화는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역사 속에서 보면 오래전부터 한민족은 기부문화가 발달되어 있었다. 부잣집의 문 앞에 열린 뒤주를 놓고 식량이 없는 분들이 스스럼없이 갖고 가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했다. 20년 전 IMF 재난을 만났을 때 온 국민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경제 규모에 비해 아직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고향사랑기부금제 시행은 일반 국민의 건전한 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교육과 학습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본다.

10. 기부금으로 얻은 수익금의 사용처를 분명히 밝혀야

고향사랑기부금으로 얻은 수익금은 지역 실정에 맞는 사업을 발굴하는 등 사용처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그래야 기부자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계속적인 기부가 가능하다. 즉 클라우드 펀딩 형태의 기부금 운영이 중요하다. 도시주민의 이주를 후원하기 위한 기금을 만들 수도 있다. 어린이 보육료를 무료로 하는 등 유치원 영어교육을 위해 원어민 강사를 배치하는 등 사용처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기부금 제공자를 축제나 씨름시합에 초청하고 고견을 듣는 기회도 있어야 한다. 교류하면서 정이 들면 관계인구 증가로 이어질 것이다. 

농산촌의 발전과 국가의 균형발전을 위해 디딤돌이 되는 고향사랑기부금법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약하신 분이 바로 강진출신 황주홍 전 국회의원이다. 다른 의원들은 보좌관을 보내는 것이 상례인데 국회의원 자신이 관련 정부 부처를 십여 차례 직접 방문, 실무자를 설득하고 동료의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의정활동으로 얻은 결과라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일곱 살까지 살았던 고향의 정이 그립고 그때의 추억을 찾기 위해 고향마을에 자주 간다. 고향에 가면 허리 구부러진 할머니들께서 반갑게 맞이해주신다. 아름다운 추억은 명약이다. 고향이 거저 주는 치유의 덕택에 오늘의 내가 있다. 항상 고향의 따뜻한 정을 기억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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