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오 준(금정면 출생, 광주동림초등학교 교사)


영국의 인간 두뇌학과 교수인 케빈 위릭은 ``나는 왜 사이보그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출판하여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우리나라의 서점에도 종종 이 사이보그에 관련된 책들이 번역되어 우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사이보그란(cyborg)란 ``인공적 유기체``란 의미로 인간과 기계가 조합된 최상의 뇌를 가진 인간이다. 위릭은 1998년에 그 자신이 스스로의 팔에, 2002년에는 자신은 물론이요, 아내의 팔 신경에 컴퓨터 칩을 연결하여 인간과 컴퓨터, 인간과 인간사이에 언어를 통하지 않고서도 의사소통이 가능할 수 있다는 걸 입증하였다. 이처럼 정보화의 물결은 속도와 용량 등 인간의 무한한 욕구충족을 추구키 위해 인공두뇌의 개발시대가 도래하여 인간의 두뇌조작은 물론 행복과 우월성, 감정까지도 제조하며 유전자 기호를 바꿀 수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숨쉬고 있다.

``21세기는 그 누구도 가능한 결과를 예측 할 수 없으며 다만 일어날 가능성만 존재한다``는 새로운 명제를 안고 살아간다. 지식의 개념도 시대에 바뀌어지는 것이 아닌, 시대에 맞게 새로 만들어지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우리는 일찍이 토플러가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인간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 그 이기물 때문에 멸망할 것이다.¨라는 예견처럼 첨단과학의 발달과 급속한 정보화의 물결은 우리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진행되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고 또 입으로는 ``변화해야 한다.``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그 변화의 실체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에 깊은 우려를 안고서 살아간다.

우리나라의 한 사회 문제로 대두된 ``이공계 기피현상``도 이러한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이라는 맥락으로 보아도 무난할 것이다. 따라서 너무도 빠른 변화와 발전의 속도 때문에 방향감각을 잃어버린 채 지금까지의 모든 사실들은 지금까지만 유효한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의 추구에 대한 사회의 흐름을 우려한 미국의 사회과학자 존 드레이크는 마침내 ¨복잡하고 빠른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천천히, 그리고 여유롭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다운 시프팅(downshifting)」운동을 제창하고 있음도 우리는 주지해야 한다. 다운 시프팅은 ¨자동차의 변속기를 낮춘다.¨는 말이다. 복잡하게 사는 것이 아닌 단순한 사고 속에 여유로운 삶의 추구가 목표이며 우리의 귓전을 수 없이 때리는 ``쿨 웰빙(시원하게 잘 먹고 잘 살자)도 여기에서 기인한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사는 동양에서도 발맞추어 ``방하착``이라는 화두가 우리의 곁에 가까이 다가서고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티베트 말의 ``미리 죽어 버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마음속의 탐욕을 버린 채 덤으로 사는 인생이니만큼 ¨우선 작은 것부터 손에서 놓으며 미리 죽어 버리면 모두 덤으로 살게 되고, 따라서 삶도 한 템포 느리게 살아가 욕망도 늦추어 조금 천천히 살면 마음에 평온이 온다.¨는 심오한 불교철학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인생살이는 어이 살아야 바르게 사는 것인지 아무도 모른, 그 사람만의 선택의 문제이며 다만 얼마만큼의 고정관념을 버리고 나름대로의 인생관속에 평온한 마음가짐 속에서 얼마나 마음의 여유를 가지면서 살아갈 수 있느냐가 중요한 것인가를 가늠하는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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