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전남에너지고 교사
김기중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전남에너지고 교사

코로나와 기후 위기가 불러온 삶의 대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교육 부문은 특히 그렇다. 지속 가능한 사회적 합의를 위한 시발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유네스코(UNESCO)가 발표한 한 보고서가 주목을 끌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함께 생각하기, 교육을 위한 새로운 사회계약’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무엇보다 교육을 ‘공동재(Common Good)’로 규정하고 있다. 그 근거로 교육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경험이고 그러므로 공동으로 관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제시한다. 이는 얼핏 보면 ‘공공재(Public Good)’로서의 교육의 개념과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기실 ‘공공제’보다 더 강하고 적극적인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교육의 공공성을 논할 때마다 그것이 국공립 학교에만 해당되고 사립학교는 시장(市場)의 보호를 받는 사적 영역인 것 같은 잘못된 인식을 심어 주기 십상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사학재단은 족벌 체제로 운영되고 그 속에서 각종 비리가 난무해도 법적인 제재를 가하지 못해 왔다. 이제 교육에 대한 인식이 ‘공공(公共)’에서 ‘공동(共同)’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당위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공립, 사립 구분 없이 역사적, 생태적 대전환의 시대에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서는 사회 제반 분야의 단초가 되는 교육이야말로 공동의 소유가 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시대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모두가 함께 이용, 관리, 통제하는 공동의 자원이자 자산이라고 보는 것이다.

교육을 공동재로 본다는 것은 교육을 자본주의적 ‘소비-교환-구매’의 대상 밖의 것으로 규정한다는 의미이다. 그것은 또한 교육의 매개가 되는 지식이 인류 공동의 역사적 산물이고 이것의 이용은 모두에게 무상으로 열려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33년의 현장경험을 토대로 개인적으로 한국 교육체제 전반을 보자면, 공동재의 기반이 빈약한 공적 재화의 불평등한 사적 전환 체계라고 규정하고 싶다. 교육을 공동재로 인식하는 관행(habitus)은 언감생심이고 교육을 공공재로 보는 인식도 일천하다. 교육이 공적 재화의 사적 전환 체계로 기능하는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패턴은 초·중학교 영재교육-수직 계열화된 고등학교-수직 계열화된 대학 서열 체제-수직 계열화된 노동시장이라는 통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영재교육에서부터 공적 재화가 불평등하게 배분되고 이러한 시스템은 대학교육 체제로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된다. 이와 같은 불평등 배분 결과를 반영한 인적자원의 불균질 상태가 노동시장의 극단적인 불균형을 정당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서울대 1인당 교육비가 4천827만2천588원인 반면, 전남대 1인당 교육비는 1천648만2천581원이라는 사실이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지방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도 대통령 선거 못지않게 우리 지역민들의 삶과 직결되어 있다. 광역지자체 시장, 지사, 의원은 물론 기초자치단체 시장, 군수와 의원을 뽑는 소위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험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청렴하고 봉사정신이 투철한 지역 일꾼을 뽑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함께 교육 현장에서 오래 종사해 온 필자로서는 교육 대전환의 시대를 올바로 선도해 나갈 교육감을 제대로 뽑았으면 하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새로 선출될 교육감은 무엇보다 특정 세력이나 계급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고 지속 가능한 사회의 공동선 실현을 위한 교육철학과 정책 역량을 겸비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이 사회 공동재라는 확고한 인식의 소유자여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 지역 교육이 당면한 최대 문제는 서울 중심의 대학 서열화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대학이 폐교의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고착화된 대학 서열 체제로 인해 지역 인재들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 속에서 지역의 대학들은 학생 충원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초-중-고-대학의 지역 교육 생태계는 심각한 지경에 내몰리고 있으며 지역 발전의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지역 대학의 소멸은 곧바로 지역의 위기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방안 강구와 실천이 절실하다. 결국 국가적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적 차원에서도 지방의 균형발전을 위한 대학 체제와 대입제도 개편을 교육감 후보들과 지자체장 후보들이 공약화하고 실행하여야 한다.

각 후보들은 무엇을 공약화하고 실행해야 하는가? 첫째, ‘지역연합대학체제’ 건설이다. 이는 거점 국립대와 지역 사립대(공영형으로 전환 추진)가 참여하는 연합대학 법인을 구성하고 ‘지역연합대학’을 출범시켜 지방대학의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이다. 지역연합대학-공동입학, 공동학위 및 서울대 수준의 예산 확보를 통해 대학 서열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지역연합대학의 목적, 조직, 구성 방식은 지자체와 시도교육청, 시민사회 단체, 산업체가 참여하는 가칭 ‘지역연합대학추진회의’를 통해 결정되어야 할 것이다. 광역 지자체마다 지역연합대학이 성사되어 전국적 네트워크로 확대된다면 자연스럽게 ‘대학통합네트워크’가 실현될 것이다. 

다음으로 ‘교육재정확대와 대학무상교육’ 실현이다. 고등교육에 대한 GDP 대비 공교육비에서 한국 정부의 재원은 2016년 0.7%, 2017년 0.6%로 OECD 평균 0.9%, 1.0%보다 현저히 낮다. 2025년 대학무상화 소요 예산은 12조원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고등교육 예산을 OECD 평균인 1% 수준으로 확보할 경우 대학 무상교육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교육감 후보들은 수능과 내신 절대 평가 확대를 통한 ‘대입자격고사’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를 위한 과도기 방안으로 학생부 교과전형의 비율이 적은 대학의 경우, 학생부 교과전형(지역인재 균형 전형 등) 확대를 통한 대학진학 불평등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그리하여 ‘지역연합대학’에서 추진할 공동선발을 ‘대학통합네트워크’에서 대입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해 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최우선 과제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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