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 센터장/동아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영암군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전라남도교육청 교육참여위원장

평등(平等)이 정의(正義)이고 공정(公正)이다

대선 때 정의와 공정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정의·평등·공정 개념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다. 영국 사회학자 브라이언 터너는 평등을 ‘모든 사람을 차별이 없이 동등하게 존중하거나 대우하는 상태’로 정의한다. 

옛날에는 가난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였지만 21세기에는 불평등이 가장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우리사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부자와 가난한 사람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 차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 서울 강남과 강북의 부동산 가격 차이, 서울과 지방의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 분열이 우리 사회 전반에 걸쳐 빠른 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세계 불평등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심각하다.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평균 약 12억2천508만 원으로 전체 부의 58.5%지만, 하위 50%는 평균 2천354만 원으로 5.6%다. 부를 기준으로 상위층 10%와 하위층 50%의 격차가 52배나 된다. 서유럽 국가들 빈부격차가 7~10배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경제적 불평등이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신자유주의 부활 경계해야

윤석열 정부는 자유시장 경제와 민간 주도형 산업정책으로 기업 자율성을 대폭 높일 것이라고 한다.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 등 보수 정권이 전 세계에 확산시킨 신자유주의는 공기업의 민영화, 부자 감세, 복지 축소 정책으로 나타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인간을 자유롭게 할 것"이라며 기업규제 완화,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하는 노동 유연화를 주장한다.

30년이 지나 신자유주의가 다시 꿈틀거린다. 세금감면, 민영화,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 국내시장의 완전 개방 등으로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신자유주의 정책은 소득 불평등을 더욱 심화하고 빈곤층이 확대되어 사회통합에 실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복지사회를 위해서는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이 중요

복지사회는 가장 먼저 시장에서 부의 분배(1차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정부의 조세수입 및 복지예산 지출을 통해 (2차 분배)달성된다. 시장에서 1차로 공정하게 분배되도록 시장 질서 관리 및 규제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국가가 세금을 걷어서 사회복지정책으로 재분배하는 2차 분배에 더 관심이 많다.

대표적인 1차 분배 지표는 노동소득분배율(국민소득 중 노동소득이 차지하는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67% 정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67.7%와 비슷한 수준이다. 2차 분배의 핵심 지표는 조세부담률(국민총생산에서 조세가 차지하는 비율)과 복지지출 규모이다. OECD의 평균 조세부담률은 33% 수준이고 한국은 27% 수준이다. 복지지출 규모는 OECD국가 평균은 GDP 대비 20% 정도인데 우리나라는 12%로 OECD 국가들 중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의 조세부담률을 OECD 평균 수준으로 높이면 한 해 75조 원 가량 세금이 늘어난다고 한다. 감세 정책보다는 증세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는 기회의 평등과 결과의 평등이 동시에 추구되는 사회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빈곤층을 보호하고자 공공부조 정책(최저생계비 보장, 노인기초연금 지급)을 통해 평등을 지향하고 있다. 부유층에게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누진세도 같은 사례이다.

국가는 자본주의 시장에서 발생한 불평등을 해소하고, 동시에 복지정책을 통한 사회적 평등도 실현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해야 한다. 노동시장에서 공정한 소득분배, 조세를 통한 부의 재분배,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여 복지사회를 건설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다.

불평등한 현실을 개혁하는 것이 시대의 소명

세계 10위의 경제 강국, 1인당 국민소득 3만5천 달러, 세계 최고 수준의 대학 진학률과 인터넷 사용 등 화려한 이면에는 세계 최고인 자살률과 최저 수준의 출산율, 심각한 부의 불평등 등 어두운 모습이 있다.

불평등을 완화하고 사회 화합을 위해서 정부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정부, 기업, 노동조합, 시민사회조직, 모든 시민들이 함께 협력해야 해결된다. 신자유주의 이념에 치우치지 않은 통합 정책과 정치적 합의가 꼭 이루어졌으면 한다. 규제 완화, 민영화, 시장 중심 기업 자율성 보장 등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여 일방적으로 추진되지 않기를 바란다. 정의롭고 공정한 정책인지 평가하려면 수혜자(이익을 보는 사람)가 누구인가를 따져보면 알 수 있다.

분열과 대립, 갈등이 악화될 것인지 아니면 통합의 정치로 상생하는 복지사회로 갈 수 있을 것인지 모든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가 혼재된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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