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만 / 전 영암초등학교 교사/영암읍 망호리
이길만 / 전 영암초등학교 교사/영암읍 망호리

<햄릿><세익스피어>

루소는 그의 에밀에게 부탁합니다. 너의 사랑하는 아내와 한 뙈지기의 밭 이외에는 소유하지 말라. 가난한 농부들과 함께 살면서 행복을 배우라.

햄릿은 덴마크의 다음 왕위를 이을 왕자입니다. 셰익스피어는 왕가와 귀족 가문의 도덕적으로 무절제하고 타락으로 뒤얽힌 왕궁의 방탕한 양상에 대해 사회를 향해 공개하고 비난하고 나섭니다. 유대인의 예언자들이 이방 신을 믿는 왕을 단죄하여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모양새와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성경 다음으로 판매 부수가 많다고 하지요. 

덴마크 왕궁에서 벌어진 살인극입니다. 덴마크의 왕비는 햄릿 왕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과부가 되는데, 왕이 죽은 지 두 달도 채 못되어 시동생 클로디우스와 결혼을 합니다. 일단 여기서 우리는 무언가 석연치 않은 부패한 역사의 씨앗이 뿌려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영국은 덴마크의 속국이었고, 아버지 햄릿은 덴마크의 왕이었습니다. 그러니 덴마크 왕의 위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지요. 왕자 햄릿은 인생의 첫 출발부터 악마군단의 가공할 역습을 받습니다.

소설은 현실 같은 거짓말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현실화 될 우려 때문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요. 태평하던 왕궁에서 궁성의 기둥이 쓰러지듯이 난데없이 왕이 죽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승만 대통령이 쫓겨나고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요. 우리는 그 일에 참여한 5.16 인간군상들의 성품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욱 간교하고 참담한 일은 햄릿의 어머니와 숙부의 결혼입니다. 죽은 왕의 아들이며 왕위의 합법적인 승계자인 젊은 햄릿을 제치고 덴마크의 보좌에 오를 심산으로 선왕인 젊은 햄릿을 죽이고 덴마크의 보좌에 오를 심사로 선왕인 형을 몰래 처치했다는 혐의를 떨칠 수가 없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이것이 문제로다. 왕궁의 험악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도 어머니 왕비의 마음은 해맑은 무지개처럼 밝기만 합니다. 아버지의 추억을 완전히 망각한 듯이 처신하는 어머니의 태도, 왜일까? 시동생과 형수의 결혼은 근친상간 아닌가요.

영국의 헨리 8세는 그의 형수인 캐서린과 결혼을 합니다. 그러나 헨리 8세는 금방 이혼을 다시 청구합니다. 카톨릭에서는 이를 반대하고 나섭니다. 결국 헨리 8세는 카톨릭을 이탈하고 영국성공회를 만듭니다. 영국성공회는 영국의 국교가 되고 헨리 8세는 그 국교회의 수장이 됩니다. 영국의 왕이자 국교의 수장, 그렇게 해서 헨리 8세는 형수의 시녀였던 앤 불린과 또 결혼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셰익스피어의 위치 선정도 몹시 난처해졌습니다. 영국 국교인 성공회와 카톨릭, 개신교(청교도) 사이에서 자칫 잘못하면 생명을 잃을 수도 있거든요. 헨리 8세와 앤 불린 사이에 태어난 이가 천만 다행스럽게도 엘리자베스 여왕입니다.

숙부는 말했습니다. 너의 아버지는 독뱀에 물려 죽었다고, 그러나 햄릿은 숙부가 바로 그 뱀이라고, 날카로운 혐의를 품고 있으며, 쉬운 말로 하면 숙부가 왕위를 노리고 선왕을 살해했으며 아버지를 죽인 뱀이 지금 그 보좌에 앉아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왕궁초소에서 보초를 서던 친구 호레이쇼가 긴장을 가라앉히며 조심스럽게 햄릿에게만 말했습니다. 밤 12시마다 유령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곤 한다는 말을 듣고, 다음 날 저녁에는 햄릿도 함께 갑니다. 정말 유령이 나타났습니다. 어스름한 밤에 오바 같은 망토를 입고 말없이 서 있습니다. 잠시 후에 유령은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합니다. 햄릿은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두 친구들의 응원에 힘입어 한발 한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가까이 가자 먼저 유령 쪽에서 말이 시작되었습니다. 유령은 아들 햄릿에게 말했습니다. 잘 들어라, 내가 뜰에서 잠이 들었을 때, 나의 배신자 내 동생이 몰래 들어오더니 내 귀에 독초즙을 부어 나를 죽게 했다. 유령은 또렷이 말했습니다. 내 아들 햄릿이여! 사악한 숙부에게는 복수할지라도 어머니에게는 하지 말라. 어머니는 고이 하늘로 가게 하고 “양심의 바늘과 가시에 찔리게 내버려 두라”고 주의를 주었다. 유령은 독수리처럼 사라졌다. 그러나 햄릿은 몹시 심약했습니다. 이성을 잃을 지경이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상황을 당했다면 어떻게 하시겠으니까? 그러나 햄릿은 생각했습니다. 유령의 말을 어찌 믿을 수 있겠는가? 햄릿의 말이 놀랍기도 합니다만 수긍이 가는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요. 누구에게 가서 유령이 이렇게 말했다. 그러니 믿어라, 하면 과연 믿어줄까요. 이 책을 쓴 셰익스피어의 입장이 중요합니다. 어느 종교의 교리에도 살인은 안 되니까요.

심약한 햄릿은 결국 충격을 받고 쓰러집니다. 미친 척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숙부에게 의심을 주지 않는 길이었습니다. 진짜 왕이자 사랑하는 아버지가 살해를 당했는데도 마음이 별로 움직이지 않고 내내 둔하고 멍청하게 망각하여 복수심을 잠재우고 있는 듯한 자신이 얼마나 무감각한 사람인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이 유령의 말만 듣고, 한 사람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은 너무 경솔한 짓이 아닐까요?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인간적 상황에서 번민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습니까? 유령의 말에 의심을 품는 것은 일단 옳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또 한편 아무 이유 없이 죽은 아버지, 그리고 숙부와 어머니와의 벼락치기 결혼, 어머니의 무지개 빛 같은 황홀해 하는 태도, 그야말로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지옥 같은 왕궁입니다. 왕궁이 아니라 전혀 지옥입니다. 

이런 지옥 같은 왕궁에서 살 수 있는 사람은 누굴까요. 차라리 비를 피할 수 있는 쓰러져 가는 초가집이 천배 만배 좋아 보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물질이나 권력의 행복만을 쫓습니다. 행복과 도덕, 둘은 함께 갈 수 없나 봅니다.

르네상스 시대에 에피큐러스 학파가 있었습니다. 도덕과 지식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찾자는 것이었지요, 그러나 결국은 육체적 타락에 기울고 말았습니다. 인간이 완전한 정신적 삶을 산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중용적 삶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나 공자 칸트 같은 철학자들입니다. 그러나 그들도 일반인들의 호응을 얻지 못합니다.

드디어 햄릿은 절친한 왕궁 배우들을 모읍니다. 연극을 시작합니다. 햄릿은 왕과 왕비의 가까이에 앉았습니다. 여배우는 남자배우에게 말합니다. “나는 당신보다 오래 살더라도 두 번째 남자와 절대 결혼하지 않겠습니다.” 만일 재혼하면 저주를 받고 싶다고 말했고, 첫 남자를 살해한 사악한 여자가 아니라면 아무도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얼굴빛이 새빨갛게 변한 왕과 왕비를 햄릿은 똑똑히 보았습니다.

잠자는 선왕의 귀에 독초물을 붓는 장면을 보자 왕은 불현듯 쓰러 질듯이 일어나 자리를 떠났고, 연극은 중단되고 말았습니다.

독자 여러분! 햄릿은 더 이상 우물쭈물할 때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햄릿을 만난 어머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왕비는 왕이 해충이나 곰팡이처럼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왕비는 자신의 영혼이 참으로 시커멓고 흉한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 왕과 어떻게 계속 살 수 있으며 첫 남편을 죽이고 도둑처럼 야비하게 왕관을 찬탈한 그의 아내가 될 수 있는가 몸서리쳐진다고도 말했습니다.

아! 인간이란 고작 이런 것을, 왕관을 쓰고 왕좌에 앉아있다고 행복할 수 있을까! 떵떵거리던 사람의 시체 앞에 서면 천지가 허무해지고 내가 살아있다는 것이 유령처럼 느껴집니다. 지옥은 여기 있고 천국은 저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개인의 마음에 있는 것을...

왕비의 심정은 어떠했을까요, 심각한 자책감과 공포로 자칫 죽게 되었습니다. 플로니어스(왕의 비서격) 는 왕비와 햄릿이 대화하는 방에 비밀로 들어와 대화를 엿듣고 있던 중, 이를 눈치챈 햄릿이 커튼 뒤에 숨어있는 플로니우스를 칼로 찔러 죽입니다. 그러나 햄릿은 왕으로 오인하고 그렇게 했던 것입니다. 똥 묻은 개가 재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이 있듯이 햄릿의 처사에 분개한 왕은 한 통의 편지를 두 사종에게 주고 햄릿을 영국으로 유배시킵니다.

그 편지내용은 햄릿이 영국 땅에 도착한 즉시 햄릿을 죽이라는 요구를 담고 있습니다. 햄릿은 왕의 배신행위를 의심하고 밤에 몰래 편지를 보았고 재수 좋게 자기 이름을 지우고 대신에 자신을 감시하던 두 시종의 이름을 써서 그들을 죽게 만듭니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 천우신조라는 말은 나와는 별로 인연이 없습니다만, 갑자기 배가 해적의 공격을 받아 해전이 시작되었습니다. 덴마크의 해적들은 햄릿 왕자를 알아 보았습니다. 유령의 도움이었을까. 파도로 두 배가 부딪치는 바람에 햄릿은 자기도 모르게 덴마크의 해적선 쪽으로 굴러가 덴마크의 해적선에 오르게 되었으며, 두 명의 시종은 햄릿이 고쳐 놓은 내용이 담긴 편지를 간직한 채 있는 힘을 다해 영국으로 도망쳤습니다. 햄릿은 덴마크에서 가장 가까운 포구에 내렸습니다. 그곳에서 햄릿은 숙부인 왕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이상한 일이 생겨 본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리고, 다음날 폐하 앞에 알현하겠다고 했습니다.

왕의 비서의 딸 오필리어는 햄릿이 그렇게도 사랑하던 여인이었습니다. 아버지가 햄릿의 칼에 찔려 죽자 햄릿을 원망하며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습니다. 왕은 또 생각했습니다. 그렇다. 오필리어의 오빠는 햄릿을 증오할 것이다. 이 둘을 칼싸움을 시키자, 이 두 사람은 칼싸움의 유단자 들이였습니다.

역시 왕은 잔인한 권력의 화신이었습니다. 왕은 오필리어의 오빠의 칼끝에 독을 묻히게 했습니다. 싸움은 시작되었습니다. 아차 하는 사이 햄릿의 어깨에 칼끝이 스쳤습니다. 독물이었습니다. 그것을 안 햄릿은 사람보다는 칼을 집중 공격했습니다. 그러자 상대의 칼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햄릿의 바로 앞에 떨어졌습니다. 오필리어의 오빠는 많은 상처를 입고 햄릿에게 이 일의 자초지종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며 죽었습니다. 햄릿도 자기의 종국이 다가옴을 알고는 칼에 독이 남아있음을 알고 갑자기 더러운 숙부에게 달려들어 그의 심장에 칼끝을 깊숙이 꽂았습니다. 아버지의 유령에게 약속을 지켰습니다. 왕비는 왕이 검술 경기로 목말라하는 햄릿에게 먹이려고 준비한 잔을 무심결에 마시고는 분노의 발악을 하며 죽고 말았습니다. 이제야 유령의 명령이 성취되었습니다. 이제야 그 유령은 마음 놓고 지하에서 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햄릿은 숨이 가빠지고 목숨이 사라지는 것을 느껴 사랑하는 친구 호레이쇼를 불렀습니다. 그 친구는 운명적인 비극의 목격자입니다. 그리고 죽어가면서 그는 호레이쇼에게 살아서 자기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호레이쇼는 충실히 전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대답에 만족한 햄릿의 고결한 심장은 멎었습니다. 햄릿은 사랑 많고 다정다감한 왕자였습니다. 고결하고 왕자다운 품성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것입니다. 그가 살아있었다면 의심할 나위 없이 덴마크의 가장 훌륭하고 완벽한 왕이 되었을 것입니다.

역사의 진보를 가로막는 세상의 방해가 얼마나 강력한가를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진보를 위한 사람들은 평등과 자유, 양심과 정의, 가난한 자와 무산자를 위한 전투 요원이어야 합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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