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 홍 /  서호면 몽해리 전 목포시 교육장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전 목포석현초 교장
이 기 홍 /  서호면 몽해리 전 목포시 교육장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전 목포석현초 교장

늙어가는 것을 불평해서는 안 된다.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주변 사람들은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것이라고 항변해 보자. 

또한 자식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이제껏 일궈온 것을 다 넘겨주어서는 결코 아니 된다.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되고 말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게 될 것이다. 

과거를 자랑하면 안 된다. 옛날 이야기 밖에 할 말이 없을 때, 처량해진다. 한 때 고을에서 제일가는 부자였다고, 소시절에 지역사회를 주름잡았다고, 그런 말이 똬리를 틀면, 주변은 얼마 못 가 황성옛터로 변한다. 말라버린 재물을 그리워하고, 떠나버린 벼슬을 못잊어 하면 옆구리만 허전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젊은 사람과 경쟁하면 안 된다. 소시절을 생각하고 자신이 해냈던 기록을 추억하고, 지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어 오래도록 아껴둔 마지막 힘을 쏟는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마지막 힘을 쏟는 순간 삶은 그 자리에서 대부분 끝나고 말 것이다. 젊은이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야 한다. 그래 그들의 에너지를 섭취하고 복용하고 들이키고 마시자.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눈에 빤히 보인다고, 이미 해 봤다고, 자식 같아 부모 된 심정으로 가르쳐주고 싶다고, 상대가 원하지 않은 충고를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성공한 인생의 충고는 자랑으로 들리고, 실패한 인생의 충고는 시기로 들리기 때문이다. 부탁받지 못한 충고는 기우로 읽히고, 뜬금없는 충고는 잔소리로 받아들여진다.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야 한다.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폭삭 늙기 시작한다. 죽은 이의 무덤 앞 상석에 새겨진 학생으로 시작하는 이름 석 자는 결코 겸양만을 나타내기 위한 것은 아니다. 제삿날 현고학생으로 시작하는 지방은 결코 벼슬이 없어 빈 칸을 매우기 위해 쓴 공허한 말이 아니다. 죽는 날까지 배움에 목말랐던 고인을 삼가 추모하는 말이다. 살아있는 우리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은 무엇이겠는가. 끊임없는 배움, 영원한 학생이 되는 것이다.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길 줄 알아야 한다. 올라갈 때 못 본 꽃, 내려올 때 보았다고 하지 않던가. 형식보다는 내용을 되새기고 내용보다는 여백을 음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밥벌이에 쫓겨 거들떠보지 못했던 나만의 사치, 더 늦기 전에 경험해 보자.

삶을 철학이나 윤리로만 대체해서는 안 된다. 모든 삶을 형이상학적으로만 다루고 일상적인 생활에서 고답적인 자세만을 유지한다면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지구상에 나타났던 그 많은 인류는 영혼과 영혼의 교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살과 살이 부딪쳐서 나온 것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항상 유념할 일이다.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자.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해선 안 된다. 자신의 죽음은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죽음에 대해서도 말하는 것을 삼가야 한다.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 때까지 삶을 탐닉하라. 우리 모두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다. 100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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