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중 /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전남에너지고 교사 
김기중 / 전남교육연구소 이사장/ 전남에너지고 교사 

내년 3월 대통령 선거도 중요하지만 3개월 후 치러지는 지방자치 선거 또한 중요하다. 이에 더하여 지자체 선거와 함께 실시되는 교육자치 선거, 다시 말해 전국의 시·도교육감을 뽑는 선거 또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요구된다. 원래 교육자치는 교육위원회라는 독립된 기구가 교육행정 행위와 그 행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견제 역할이라고 하는 두 개의 축으로 운영되어왔다. 그러다가 교육의회를 구성해왔던 교육위원 선출이 일반의회로 편입되면서부터 교육행정의 대표인 교육감만 선출하게 된 것이다. 이는 당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결과물로서 말하자면 반쪽짜리 교육자치인 셈인데, 이마저도 교육자치의 생산성이 확인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는 처지에 놓여있다. 실제로 어느 대선 예비 후보는 교육감직을 일반행정 선출직 대표자에게 위임하겠다는 공약을 제출해놓은 상태이다. 그래서 교육자치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그 의미와 효과가 국민과 지역민들에게 폭넓게 인정받을 수 있는 공약들과 그 실천 로드맵이 당연히 선거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막스 베버(1864~1920)에 따르면, 근대의 출현은 주술(呪術)적-유비(類比)적 사유로부터의 해방에 있다. 즉 모든 것을 한덩어리로 보는 유사(類似)와 비교(比較)의 차원에서 사고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회는 각기 독립된 영역이 있고 그 독립된 사회적 영역들은 자체의 독립된 운영 논리에 따른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교육을 해석하면 일반 행정과 구별되는 교육자치 영역의 존재 근거가 확연해진다. ‘교육은 사회의 여타 영역과 다른 자체의 독립된 운영원리에 따른다’는 정신에 입각하여, 대한민국 헌법 제31조 ④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대통령을 비롯한 모든 행정 관련 선출직 선거를 하면서 유독 교육 관련 선출직 선거를 별도로 하는 이유이다. 다시 말해 교육 관련 행위만큼은 별도로 직접 선출된 대표자가 자체의 교육적 원리에 따라 행위를 하라는 명령이며 그에 대한 판단은 유권자들이 일반행정과 분리하여 독립적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바로 일반행정 영역과는 다른, ‘교육’이라는 영역의 독립성과 고유성을 인정한다는 근대법적 논리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교육자치-학교자치-교사의 전문가적 자율성’이라는 연결고리가 성립되는데, 이는 교육자치가 무엇보다 교육행위를 직접 수행하는 교사의 직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대한민국의 실질적인 교육자치의 정착은 아직도 요원한 상태인데, 그것은 바로 ‘지식의 구성과 전달의 자율성’, 그에 따른 ‘학생 지도의 자율성’이라는 교사의 직무수행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교육자치제가 시행된 지 30년이 지났고, 심지어 전국의 대다수 교육감들이 이른바 진보교육감으로 분류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교육자치의 핵심이 교사 직무의 자율성을 통하여 확보된다는 인식에는 아직 이르지 못하고 있다. 급변하는 세상에서 대한민국 교사들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한시적인 정부 정책의 단순한 집행자나 전달자로서 입시라는 잣대로 학생들을 분류하는 역할에 머물러있는 현실이 이를 반증해준다. 그러므로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지식구성과 전수자로서의 교사 직무수행의 자율성을 가로막고 있는 관료적 통제장치와 입시 위주 교육의 해체야말로 진정한 교육자치 정착의 대전제라고 할 수 있다. 

비대해진 관료 조직과 입시 위주 교육으로 인한 교사 직무수행의 자율성 침해와 함께  승진제일주의로 대변되는 교직사회 내 낡은 관행들을 해소하면서 어떻게 교단 교사들의 자긍심을 회복할 것인가? 무엇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제외한 역대 대선 후보들이 내걸었던 공약들에 새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07년 권영길 후보의 ‘대학평준화와 입시제도 개편’, 정동영 후보의 ‘대학입시 폐지’, 2012년 문재인 후보의 ‘정부책임형 사립대 육성과 대학연합체제 건설을 통한 대학서열 타파’, 2017년 문재인 후보의 ‘국공립대 통합네트워크 출범’, ‘공영형 사립대, ’수능시험 절대평가’ 등의 공약들은 여전히 우리가 시급히 추진해야 하는 절박한 개혁과제이다. 그 중에서도 공동선발, 공동학점, 공동학위의 국공립대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대학평준화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대학무상화라는 두 수레바퀴야말로 교육자치제의 진정한 정착과 교사 직무의 독립적 자율성 보장을 위한 가장 확실한 경로이다. 그것은 또한 ‘위드 코로나’와 2050 탄소 중립 실현, 절박한 기후위기 시대에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도록 미래 세대에게 창의적 핵심 역량을 물려주어야만 하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가 지난 10여 년간 추적한 덴마크 교사들의 직무수행에 대한 기록들은 대한민국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동화작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을 배출한 ‘오덴세’의 한 초중등학교 교사의 말이다. “저는 학생들과 보드게임을 하면서 사회와 민주주의의 작동 원리를 배우게 됩니다. 학생들은 실제로 덴마크의 각 정당들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알 수 있고, 정치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체험할 수 있어요. 저는 민주주의를 강의식으로 가르쳐서는 학생들을 한 사회의 건강한 시민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보지 않습니다. 무엇이 민주주의인지를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교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민주주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하며 나아가 학교 전체가 민주주의 사회의 축소판이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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