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길만 / 전 영암초등학교 교사/영암읍 망호리
이길만 / 전 영암초등학교 교사/영암읍 망호리

셰익스피어는 가난한 집안의 소년가장이었습니다. 하루는 소를 잡는 도살 창을 찾아갔습니다.도살창 주인을 만나서 대뜸 여기서 일을 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주인은 아직 어려서 안 된다고 한마디로 거절했지요. 셰익스피어는 주인 바로 옆 상자에 보관해 두었던 칼을 단호하게 집어 들더니, 옆에 있던 소의 뿔을 잡고는 단칼에 소의 목을 찔렀습니다. 혼비백산한 주인은 그만 허락하고 말았습니다.

2년쯤 지난 후였습니다. 자기 미래가 전혀 없다고 생각한 셰익스피어는 이 일을 그만두어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가족처럼 지냈던 주인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하기가 너무 어려웠습니다. 셰익스피어는 이곳을 떠나 런던으로 갔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서울로 서울로 가지 않습니까? 그는 극장 주변에서 지금의 주차장 관리격인 마구간 관리인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여기서부터 그의 인생행로는 시작된 것입니다. 다음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에서 ‘리어왕’을 소개합니다. 이야기가 다소 길어 상·하로 나누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독자 여러분, 우리 말에도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왕가의 가족 간에는 사랑이 비어있습니다. 오직 권력과 물질이 있을 뿐입니다. 가족 간의 사랑의 부재가 파멸로 끝나는 처참한 종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사랑의 부재, 정말 끔찍합니다.

영국에 자만심이 강하고 오만불손한 왕이 있었습니다. 바로 리어왕입니다. 그는 80 노경, 국사로 인한 피로에 지쳐서 후계자에게 국사를 맡기고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갖기로 마음먹은 것입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딸만 셋이 있을 뿐, 아들이 없어 후계자를 이을 수가 없었습니다. 양자도 생각해 보고, 대리 통치인도 생각해 보았으나 만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는 결단을 내렸습니다. 세 딸을 불러 누가 자기를 가장 사랑하는지 알아보고, 자신에 대한 애정에 걸맞게 자기 나라를 나누어 주려고 했습니다. 

첫째 딸은 아버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버지를 사랑하며, 아버지가 자기 눈빛보다 소중하며 내 생명과 자유보다 더 소중하다고 떠벌렸습니다. 왕은 즐거웠습니다. 권력이 아첨에 넘어갈 때 명예는 눈을 감았습니다. 왕은 첫째 딸의 사랑의 말에 감복하여 자신의 왕국 3분의 1을 줍니다. 권력은 마취제입니다.

그런 다음, 둘째 딸을 불러 왕에 대한 너의 생각을 말해 보라고 합니다. 둘째 딸은 말합니다. 

언니의 말에는 아버지의 고매함을 담을만한 사랑이 없다고 말하면서 하늘 아래 아버지를 사랑하는 기쁨보다 더한 기쁨은 없다고 말입니다. 리어왕은 그처럼 애정 깊은 자녀를 둔 자신이 자랑스러웠습니다. 그녀에게도 자기 영토의 3분의 1을 주었습니다.

인생이여! 과연 이러고도 무사할까. 방종·일탈·아첨·부도덕의 극치, 뭔가 심상치 않은 변고의 곡소리가 들릴 듯하지 않습니까.

셋째딸 입니다. 막내딸, 얼마나 귀엽습니까. 언니들보다 총애하던 자식입니다. 왕은 기대가 부풀었습니다. 그러나 셋째 공주는 말과 마음이 서로 다른 언니들의 아첨이 싫었고, 그들의 감언이설이 두려웠습니다.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자식의 도리로 전하를 사랑할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왕은 배은망덕하다고 소리치며 불행을 당하지 않으려면 다시 고쳐서 말하라고 했습니다. 두 언니들도 이때다 싶어 몰아세우기 시작했습니다. 리어왕은 진실한 말을 처음 듣는 것입니다. 그녀의 진솔한 말은 늙은 군왕을 격노케 했습니다. 왕은 아첨에만 길들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셋째딸에게 주기로 한 나머지 3분의 1마저 두 딸에게 나누어 주고 말았습니다. 지상의 제왕은 권력과 아첨입니다. 양심과 진리는 방관자가 됩니다. 냉철한 이성에 따르지 않고, 달콤한 감언이설에 휩쓸려 왕국을 터무니없이 처분해버린 리어왕, 과연 첫째와 둘째 딸은 아버지와의 약속을 이행했을까요?

왕은 100명의 기사를 자신의 수행원으로 삼아 매달 딸들의 궁전을 차례로 찾아가 기거하겠다고 했습니다. 

첫째 딸은 악마와 같은 성품의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왕과 100명의 기사를 눈 뜨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버지를 만날 때마다 그는 찡그린 얼굴을 했습니다. 그녀는 왕에게 행하기로 약속한 일을 게을리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종들마저 왕을 아무렇게나 대하고, 왕을 경멸하기까지 했습니다. 리어왕은 자신에 대한 존경심이 냉담하게 떨어진 것을 보기 시작했으나 이제 딸은 100명의 기사를 계속 데리고 있겠다고 우기는 한, 자기 궁전에 머무는 것이 마땅치 않다고 노골적으로 말했습니다. 경비병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나이 지긋한 노인들만 두시라고 간청했습니다. 왕은 자신에게 왕위를 물려받은 딸이 공공연히 불만을 토하는 것 을보고 적잖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딸의 배은망덕을 말하고 목석같은 심정을 지닌 마귀와 바다 괴물보다 더 극악무도한 그 배은망덕이 자식에게서 보였다고 말했습니다. 배은망덕한 자식을 두는 것이 뱀의 이빨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을, 심한 배신감으로 인하여 바람에 날리는 구름처럼 상실해버린 리어왕, 셋째딸을 생각하며 왕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영혼을 파고드는 폭포수 같은 눈물….

둘째 딸이 살고 있는 궁궐로 갔습니다. 궁궐은 호사스럽고 화려하게 잘 단장되었습니다. 다 아버지의 은혜입니다. 그러나 둘째 딸 역시 가재 편이었습니다. 둘째 딸은 아버지에게 언니와 함께 돌아가시고 시종을 절반으로 줄이며 언니에게 용서를 구하고 함께 잘 지내라고 조언했습니다. 그러자 리어왕은 자기가 무릎을 꿇고 딸에게 음식과 옷을 구걸하다니, 그 얼마나 터무니없는 운명인가!, 그처럼 어처구니없이는 얹혀살지 않겠으며, 네 언니와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며, 100명의 기사와 더불어 둘째 딸과 함께 지내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그러나 둘째 딸은 언니 못지않게 배은망덕한 태도를 보이려는 듯이 아버지를 시중드는데 50명도 너무 많다며 20명이나 5명, 아니 내 종들을 쓰시면 되지 않겠느냐고 다그쳐 물었습니다. 

왕의 신분에서 걸인의 처지로, 공주의 신분에서 악마의 처지로, 이중으로 당하는 푸대접에다 어리석게 나라를 나누어준 것이 너무 원통하여, 이를 갈며 세상이 벌벌 떨도록 복수하겠다고 맹세하였습니다. 

그의 연약한 팔로는 결코 실행할 수 없는 일을 하고 말겠다고 하고 있을 때, 밤이 찾아왔고 천둥과 번개 불을 동반한 지독한 폭풍우가 몰아쳤습니다. 왕은 말을 타고 배은망덕한 딸들과 한 지붕 밑에 머무르느니 차라리 무섭게 불어닥치는 폭풍우 속으로 말을 몰았습니다. 

두 딸은 괴팍한 사람들은 사서 고생하는 법이라고 말하며 그런 역경 속으로 들어가는 아버지를 외면하고 문을 닫았습니다.

바람은 드세 갔고, 비와 폭풍이 심해졌습니다. 노인은 자연의 세력들과 싸우려고 당당하게 나아갔습니다. 자연의 세력이 아무리 심해도 딸들의 몰인정보다는 덜 했던 것입니다. 어두운 밤 황야에서 맹위를 떨치는 폭풍우에 노출된 채로, 리어왕은 떠돌아다니며 바람과 천둥에 맞서 싸웠습니다.

그는 미친 듯이 소리쳤습니다. 파도야! 일어나 땅을 삼켜 버려라. 광풍아! 땅을 바닷속으로 던져버리라고 외쳤습니다. 사람처럼 배은망덕한 동물의 자취 일랑은 남아 있지 않게 말입니다. 

왕은 두 손가락으로 자기의 두 눈을 뽑고, 셋째딸의 이름을 부르며 폭풍과 천둥이 휘몰아치는 밤의 황야를 헤매다 쓰러져 잠든 모습으로 그립고 그리던 셋째딸의 품에 안겼다고 합니다. 

지혜가 모자라는 사람이라도, 바람이 부는 날도, 비 오는 날도 운명이겠거니 만족하라. 날마다 비만 내린다 해도, 그래도, 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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