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철 / 영암문인협회장
박 철 / 영암문인협회장

구정봉에 나타난 큰바위얼굴

월출산의 풍경을 몇 년간 촬영하여 1981년 5월 3일부터 8일까지 남도예술회관에서 사진전을 열며 홍보를 시작한지 40년이 되었다. 월출산을 드나들며 문헌에 나타난 월출산의 현장을 답사하고 자료를 정리한 월출산가이드북을 다섯 차례 펴내면서 도립공원에서 국립공원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월출산과의 교감이 깊어졌고, 그 감동을 사진과 문학에 담아 세상에 알렸다. 

‘푸르른 산내들 가슴에 안고/하늘을 우러른 봉우리 봉우리/그 모습 아름다워 구름도 쉬어 넘는/남녁의 꽃이로다 내 고향 월출산//바위산 기암괴석 신비한 자태/천만년 눈비바람 이기고 섰구나/고운 님 바라보며 천황봉에 올라서니/하늘에서 부는 바람 일만 근심 실어가네//어스름 산자락에 달빛은 쏟아지고/도란도란 들려오는 낭주골 이야기/왕인 악성 선구자들 얼얼이 살아있는/온 누리 빛이라오 내 고향 월출산’ - 박철 작

위의 시 「월출산」은 전남대학교 음대학장과 한국예총 광주시지회 회장을 지낸 한만섭 교수가 호남지역 향토시인 20여명의 작품을 선정하여 작곡한 작품 중의 하나로 1998년 9월 25일 오후 7시 30분에 광주문예회관에서 발표하였다.

영암에서 태어난 나의 꿈은 영암의 상징인 월출산을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명산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백두산을 네 차례 촬영하여 『민족의 성산과 영산의 만남, 백두산 월출산 사진전』을 열었고, 금강산을 촬영하여 『금강산 월출산 사진전』을 열었다.

내 2009년 1월 31일, 월출산이 세계적인 명산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하늘의 문이 열렸다. 영암의 지명유래지이며, 월출산의 중심에 있는 구정봉 자체가 홀연히 세계최대의 큰바위얼굴로 나타난 것이다. 기적 같은 이 자연현상을 목격한 순간 소름이 끼치고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이후로 월출산에 대한 다른 일들은 다 접어두고 오직 하나, 구정봉 큰바위얼굴을 촬영하고 알리는 일에만 몰두했다. 그리고 2011년 2월 21일, 국립공원관리공단 엄홍우 이사장을 면담하고, 월출산에 나타난 큰바위얼굴의 의미를 설명하여 전망대 설치를 약속받았다.

구정봉과 영암의 지명 유래

구정봉 큰바위얼굴은 영암의 미래를 비추어주는 거울이다. 구정봉은 천황봉, 향로봉에 이어 월출산의 세 번째 봉우리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선진들은 구정봉을 주목하고 그에 대한 기록을 가장 많이 남겼다. 고산자 김정호(金正浩) 선생도 1861년(철종 12)에 제작한 우리나라의 대축척 지도인 대동여지도에 월출산의 주봉(主峰)을 ‘구정봉(九井峰)’으로 표기하고 함께 ‘동석(動石)’을 수록했다. 

영암의 지명 유래에 대하여 몇 가지 설이 있으나 구정봉에 있는 동석으로 인하여 나왔다는 것이 공통된 내용이다. 그러나 구정봉의 동석에 대한 기록을 보면 그 동석이 구정봉 아래에 있다는 기록과 위에 있다는 기록으로 나뉘어져 있다. 

문헌들을 설펴보면, 구정봉을 직접 답사하고 기록해 놓은 조선중기 문인 창주 정상의 월출산 유람기(1604), 미수 허목(許穆)의 월악기(月嶽記.1659), 명암(明庵) 정식(鄭栻·1683~1746) 월출산록(1725)에는 동석이 구정봉 위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고, 다른 자료에는 구정봉 아래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현재 구정봉 위에는 바위가 없고, 구정봉 아래에 있는 바위 하나에 ‘石動(동석)’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데 그 바위는 흔들어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도대체 그 ‘신령스러운 바위(靈巖)’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산을 보기 위해서는 숲을 빠져나와야 한다. 나무 몇 개를 붙잡고 씨름하면 산을 볼 수가 없다. 일찍이 우리의 선진들이 왜 구정봉을 주목하였는지, 도선국사의 풍수사상을 따르는 분들이 왜 구정봉 아래 천자지지가 있다고 말하는지, 구정봉의 동석으로 인해 대인(大人)이 나온다는 설화가 왜 전해내려 오고 있는지 그리고 마침내 그 구정봉 전체가 왜 세계최대의 큰바위얼굴로 나타났는지를 이해한다면 소름이 끼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다. 슴겨진 영암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구정봉 자체가 신령스러운 바위, 영암이다!      

이제 큰바위얼굴 탄생 12주년이 되는 해에 큰골-용암사지-마애여래좌상-구정봉 큰바위얼굴로 이어지는 명사탐방로가 개설된다. 영암과 월출산이 세계를 향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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