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 (6)
■영암읍 회문리 ⑤

가야금산조 테마공원 2007년 착공한 가야금산조 테마공원은 월출산 기찬랜드 2만8천636㎡의 부지에 총사업비 155억원을 들여 2014년 준공됐다. 이 공원은 산조공연장을 비롯해 전수관, 사당, 야외공연장,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김창조를 비롯한 가야금 명인들의 생애와 업적이 전시돼 있다.
가야금산조 테마공원 2007년 착공한 가야금산조 테마공원은 월출산 기찬랜드 2만8천636㎡의 부지에 총사업비 155억원을 들여 2014년 준공됐다. 이 공원은 산조공연장을 비롯해 전수관, 사당, 야외공연장, 주차장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김창조를 비롯한 가야금 명인들의 생애와 업적이 전시돼 있다.

산조(散調)-가락과 장단의 조화

산조란 용어 자체로 보면 “흐트러진 가락을 모아 놓은 것”이란 뜻이다. 그래서 산조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흐트러진 것(散)은 무엇이며, 모아 놓은 것(調)은 무엇인가를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 

산조가 소속되어 있는 민속음악의 특징은 가락이 완벽하게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유분방하게 흐트러져 있다는 것이다. 노래를 부를 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연주할 때마다 변화를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가락이 무작정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어긋나지 않게 달라지면서 또 다른 새로운 흐트러짐을 생산하게 된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 언급된 흐트러짐(散)은 모아 놓은 것(調)에 의하여 그 존재가 인정된다는 것이다. 즉 조(調)가 없이는 산(散) 자체가 확인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산조에서의 산은 흐트러져 있는 가락일 것이고, 조는 모아 놓은 장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산조란 ‘가락’과 ‘장단’을 말하는 것이 된다. 

산조에서의 장단은 정확한 한 배 속에서 한 치의 여유도 없이 철저한 틀을 유지한다. 반면 가락은 장단의 틀 속에서 최대한의 흐트러짐을 찾는다. 장단 속을 넘나드는 가락, 넘나드는 가락을 잡아주는 장단, 이러한 가락과 장단의 조화가 산조를 묘음의 예술세계로 승화시켜 주는 것이다.

바디와 길

산조는 산과 조가 어울려 하나의 틀(曲)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를 ‘바디’라고 한다. 즉 바디는 ‘산조 한바탕의 꾸밈새’를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바디는 가락 구성에 의하여 결정되는데, 산조의 바디를 구성하는 가락은 가락마다 독특한 가락의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이와 같은 산조 가락의 모양새를 ‘길’이라 표현하기도 한다. 산조 가락의 길은 단순히 높이가 다른 음들이 모여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가락 자체가 모양새를 갖춰 길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산조 가락은 판소리와 같이 우조(장중하고 꿋꿋한 느낌을 주며, 흔히 느린 진양조 장단에 맞춰 불려짐), 평조(서양 음계의 장조(長調)와 비슷함), 계면조(전라도의 향토 가락, 슬프고 애상적인 느낌이 남), 경드름(경기도 향토 가락을 빌려 쓴 것), 메나리(논매는 소리 ‘메나리’에서 따온 선법. 동부민요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민요 전반에서 찾아볼 수 있는 선법), 권마성제(판소리에서 처음에 높은 소리로 호령하듯 질러 내다가 차차 내려오는 창법. 조선 영조 때의 권삼득(權三得)이 잘 불렀다고 함) 등의 가락 명이 붙여지게 된 것이다.

산조의 바디는 다른 음악과 달리 일정한 테마를 중심으로 하여 곡이 전개되지 않는다. 장단에 모양새를 갖춘 가락이 이어져 갈 뿐이다. 듣는 이도 가락의 길에 따라 갖춰지는 모양새의 멋을 즐긴다. 산조의 바디는 가락의 길이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평가된다. 산조 전체의 짜임새가 가락의 길 구성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조와 계면조의 적절한 배합, 중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평조, 그리고 남도 계면조의 슬픔을 잠시 접게 하는 경드름, 권삼득의 판소리 재를 흉내 낸 권마성제 등 다양한 모양새를 갖춘 가락들을 어떻게 접목시키느냐에 따라 산조의 바디가 결정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산조는 바디에 의하여 존재하는 음악이며, 그 바디는 길을 형성하고 있는 가락들에 의하여 만들어진다.

산조의 새로운 갈래-유(流)

유는 산조의 새로운 갈래이다. 산조는 유를 통하여 그 생명을 이어간다. 그리고 유를 통하여 새로운 모습으로 발전해간다. 산조의 유가 만들어지는 데는 몇 가지의 철칙이 있다.

첫째, 새로운 산조의 유가 산조 연주자에 의하여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다른 음악과 같이 작곡자에 의하여 작곡되는 것이 아니라 산조 연주에 명인이 된 이후 기존 산조에 새로운 가락을 추가시켜 유를 만든다. 스승으로부터 이어받은 바디를 중심으로 본인의 가락을 추가시켜 새로운 유파를 만드는 것이다.

둘째,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은 기존의 산조 가락보다 새로 추가시키거나 변형시킨 가락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산조 가락에 일부분만 첨가시켜서는 본인의 유라고 주장할 수가 없다.

셋째, 전통적으로 전래되는 산조의 형식을 준수하면서 새로운 가락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유파의 형성은 산조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에 있어서 새로운 음악문화를 이루는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크게 보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의 역사는 유파의 역사와 맥을 같이 한다. 김창조에 의하여 탄생된 가야금 산조는 다양한 유파를 형성하였으며 가야금뿐만 아니라 여러 종류의 전통 악기가 산조를 연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그는 우리나라 전통 음악계에 길이 남을 산조라는 새로운 음악 장르를 개척한 위대한 음악가이다.

잽이(연주자)

산조는 잽이에 의하여 연주되었을 때 그 실체를 알 수 있다. 산조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이 이와 같다. 그러나 산조를 연주하는 잽이는 다른 음악의 연주자와는 근본적인 차이를 보인다. 산조는 잽이에 의하여 만들어진 음악이며 잽이들에 의하여 새로운 산조(流)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산조를 연주하는 잽이는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산조를 만들어내는 작곡자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이다.

산조 연주의 잽이 중의 잽이는 김창조이다. 그는 최초로 산조를 만들어 직접 연주했으며 많은 제자들에게 산조를 전수하여 다양한 유의 가야금 산조를 탄생시켰다. 그리고 그가 만든 산조로 인하여 역사에 남을 우수한 잽이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예술가 한 사람에 의하여 예술의 역사가 바뀌듯이 김창조라는 잽이의 등장으로 인하여 산조의 음악 역사가 탄생하게 되었고, 그로 인하여 역사에 빛날 예술가(잽이)들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잽이들은 또 다른 새로운 잽이를 낳게 될 것이고 산조는 영원히 잽이들에 의하여 발전해 나가게 될 것이다.(출처–산과 조의 예술세계/박범훈)

김창조 가야금 산조의 구성과 특징
 

신선바위 가야금 동산 꼭대기에 있는 신선바위. 김창조가 신선바위에 앉아서 월출산 천황봉을 바라보며 가야금을 수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신선바위 가야금 동산 꼭대기에 있는 신선바위. 김창조가 신선바위에 앉아서 월출산 천황봉을 바라보며 가야금을 수련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현재 김창조 산조 계보(김창조-한성기-김죽파-양승희)를 잇고 있는 양승희 선생은 김창조 가야금 산조의 미를 ‘긴장과 이완의 미와 엇박의 미’, 두 가지로 요약해 말한다. 한편, 양승희 선생이 연구 발표한 김창조 가야금 산조의 구성과 특징은 다음과 같다.

김창조 가야금 산조의 구성은 산조의 음악적 기초를 판소리 음조에 확고하게 의지하고 판소리 장단 특성과 결합하여 음조적 성격을 나타내었으며, 초기 산조 장단 구성은 다스름 가락, 진양조 5장, 중머리 5장, 중중머리 5장으로 짜 넣었고, 3기법(三機法)(만기-느리게, 중기-보통속도, 수기-빠르게)을 도입하였다. 후기의 산조 계승자들은 엇중중머리, 휘중중머리, 엇모리, 굿거리, 휘모리, 단모리 및 늦은 중머리와 다양한 형태의 중머리 등 여러 가지 장단들을 첨가하였다. 조(調)의 구성으로 진양조에는 우조, 돌장, 평조 계면조, 변청조로 구성되었고, 중머리에는 경드름, 우조, 평조 계면조, 강산제로 구성되었다. 중중머리에는 강산제계면조, 평조계면조, 우조계면조로 구성되었으며, 잦은 머리에는 계면조, 우조 강산제계면조, 강산제, 평조, 변청조로 구성되었다.

또한 전체 가락수는 459가락과 무장단 5마루로 짜여졌으며, 진양조는 15장 96가락, 중머리는 9장 67가락, 중중머리는 5장 55가락, 잦은 머리는 10장 241가락으로 각각 짜여져 있고, 연주 시간은 약 40분이 소요된다.

김창조는 가야금 산조를 창작하면서 기존 정악 계통의 음악에만 쓰이던 가야금 주법에서 가야금 악기 자체가 발할 수 있는 악기 기능의 변화무쌍한 정서적 색체가 다야한 주법과 농현들을 획기적으로 개발하였다. 바른손 주법은 물론, 특히 왼손 농현법도 바이브레이션으로써 농현법, 갭앙현에 있는 음이라도 레가토나 플라멘토적 음 진행을 위한 수법으로서의 농현법, 장식음으로서의 농현법 등 크게 세 가지 분류의 농현법을 제시함으로써 산조음악의 표현법을 극대화하여 가야금의 천변만화 음색깔의 미를 이뤄냈다.

또한 산조의 장별제를 설정, 정형화하여 악곡의 본질적 특징을 정확하고 바르게 습득할 수 있도록 정리, 규정화하였고, 후대에 산조를 전수하는 과정에서 선율의 성격 변화, 또는 음악 발전의 논리성을 자의적으로 왜곡하여 전하는 것을 방지하고자 산조의 윤곽적인 특징들을 정착화시켰다. 

이렇게 정형화한 가야금 산조는 실제로 김창조 생존 시기까지는 변함이 없었으며, 김창조 타계 후 안기옥에 의해 엇모리 등이 첨가되기 시작했다. 김창조는 생전에 수 많은 제자들을 길러냈으며 특히 안기옥에게 10여 년을 가르치고 산조를 장별제로 설정, 정형화하여 후대에 널리 전할 것을 부탁하였고, 안기옥은 그 유언을 받들어 김창조 산조 원형을 그대로 보존함과 동시에 스승의 타계 후 사진의 산조를 만들어 두 산조를 구분하여 후대에 전수했다.
(출처–산조 창시자 악성 김창조 기념논문/양승희 가야금 인간문화재) <계속>
 
글/사진 김창오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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