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홍 근 / 영암읍 교동리 출생 / 전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  전 서울 월정초등학교 교장 / 한국초등학교 골프연맹 이사   및 심판위원
최 홍 근 / 영암읍 교동리 출생 / 전남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  전 서울 월정초등학교 교장 / 한국초등학교 골프연맹 이사   및 심판위원

며칠 전 지인으로부터 기대수명 자동 계산기라는 앱을 받았습니다. 이 앱은 미국의 보험회사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향후 기대수명에 대한 통계적 의견을 제시하고 있는 앱이었습니다. 사는 곳, 외가와 친가 조부모의 생존 연령, 학력, 경력, 소득 등을 다루는 개인적인 자료와 본인의 건강 여부를 묻는 건강 스타일에 대한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지난 3월 칼럼에서도 이야기하였지만 ‘늙어가는 길이 처음 가는 길이어서 그런지 앞일이 두렵고, 뒷일은 자꾸자꾸 뒤돌아보게 된다’는 구절이 또다시 가슴을 때립니다. 다행히 앱을 구동한 결과 기대수명이 90대 후반으로 나타나서 당나라 때 시성 두보가 인생칠십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말한 것보다 이십여 년을 더 산다니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이게 축복인지 재앙인지 헷갈립니다. 

문득 생각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이 떠오릅니다. 미국의 철학자 W·제임스가 한 말입니다. 그는 ‘심리학 원리’라는 저서에서 사람의 유동적 의식에 주목하여 생각하는 방법을 개혁하려한 학자입니다. 그는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라는 말로 생각과 습관의 중요성을 설파하였습니다.

1998년 9월이었나 봅니다. 교감 승진 연수가 종반으로 치닫던 날이었는데, 그 날은 삼성전자 기흥공장을 견학하였습니다. 현재도 세계 굴지의 반도체 공장으로 탈바꿈하였지만, 그때도 삼성에 다닌다 하면 목에 힘을 주던 시절이었습니다. 삼성전자 기흥공장 대강당 위에 윌리엄 제임스의 말이 커다란 현판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그때 저에게는 이 경구가 충격이었습니다. 생각하라, 그리고 습관을 바꿔라. 그러면 인생이 바뀐다. 저는 이 말을 나만의 지침으로 재조합하는 일을 서둘렀습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건강이 바뀌고, 건강이 바뀌면 인격이 바뀌고, 인격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로 말입니다. 그 날 이후 옳은 방향이라 생각하면 행동하고, 이를 습관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런 습관들이 켜켜이 쌓여 건강한 생활로 연결되도록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래선지 이날 이때까지 잔병치레 한번 없고, 내 몸에 수술칼 한 번 들이밀게 하지 않고 살았으니 얼마 만한 축복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꾸준하게 몸에 붙인 작은 습관들이 제 인생을 변화시켰습니다. 저의 인생을 바꾼 소소한 습관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부터 아버지를 따라 다니며 익힌 연식정구는 훗날 테니스로 이어져 제 건강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삼사십 대는 테니스와 스키. 겨울철에는 스키장에서 살았고, 국내 난이도가 높다는 슬로프는 거의 섭렵하였습니다. 오십 대는 역시 테니스와 골프. 요즈음은 꾸준한 산책과 골프로 몸을 다잡고 있습니다. 집에서 하는 청소도 부엌살림도 운동이라 생각하니 모든 것이 즐겁습니다.

둘째, 따뜻한 물 마시기입니다. 젊었을 적 냉수에 설탕 몇 숟갈 넣어 마시는 것이 낙이었는데 찬물 마시기는 암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걸 알고부터 물 마시는 습관을 완전 바꾸었습니다. 이 따뜻한 물 마시기는 가정의학과 박사님이 제 건강을 위해 충고하는 것 중 제일 크게 칭찬하는 것 중 하나입니다.

셋째, 꾸준한 손 씻기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으레 감기를 앓곤 했는데 손 씻기를 습관화하면서부터는 이 십여 년 감기를 앓지 않고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가 맹위를 떨치는 지금은 반드시 들여야 할 습관입니다.

넷째,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기지개를 한 두어 번 켭니다. 하루를 시작하겠노라고 내 몸에 보내는 신호입니다. 그리고 누운 체 두 다리를 오무려 허리를 들었다 놨다를 50번 정도 해 줍니다. 엎드려 프랭크를 20초 정도 세 셋트 해 주면 허리가 튼튼해져 허리 병이 생겨날 리 없습니다. 채 5분도 걸리지 않습니다.

다섯째, 아침 식사는 채소 한 접시, 과일 몇 조각, 견과류가 섞인 요거트, 삶은 계란 반 개, 삶은 감자 한 알. 식사 후 비타민C 한 알을 먹어줍니다. 특히 채소 중 양배추는 사계절 빼놓지 않고 먹습니다. 대부분 양배추는 쪄먹거나 쌈으로만 먹을 생각하지 생으로 잘게 썰어 먹을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일곱째, 해바라기입니다. 산책하는 중 팔 걷고, 바지 걷어 올리고 벤치에 앉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겨울철에도 날이 좋으면 밖으로 나가지만, 날씨가 안 좋으면 아파트가 남향이라서 햇볕이 거실 중간까지 들어오니 문 활짝 열고 해바라기를 합니다.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햇볕을 쬐면 천당이 따로 없습니다. 비타민D 보충은 덤이구요.

요즘 이 나이에도 팔팔한 것을 보면 분명 수명이 길어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하지 않을 여생 또한 길어질 것 같은 걱정 또한 사실입니다. 병상에 누워 수명을 연장하느니 지금이라도 좋은 습관을 들여 자기 몸 관리를 하나하나 챙기는 것은 어떨른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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