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자 성 영암신흥교회 담임목사 목포신학교 교수 목포 극동방송 설교 담당 전 영암군 기독교연합회 회장

생소한 코로나 19(COVID-19)라는 바이러스가 2019년 12월 중국 우한시에서 발생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되어 팬데믹(Pandemic)에 이르렀고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심각한 인명 피해를 초래하며 우리의 일상생활도 새로운 형태로 바꾸어 놓았다. 반가운 사람을 만나 정답게 나누던 악수도 이제는 마스크를 쓴 채 목례로 대신하고 카페나 음식점에서 먹거리를 나누며 담소를 즐기던 일도 다 옛말이 됐다. 고용위기 상황은 더 심화되었고 백년대계를 세우고 있는 학생들의 등교마저 중지되는가 하면 산업의 현장인 공장들도 가동이 중단되고 일상의 소소한 기쁨이던 모임도 모두 취소되는 등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불편하고 부자유한 생활이 지속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누렸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새삼 실감하며 그리워하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좀 수그러드나 싶으면 또 확산되고 이제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나 기대하면 또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어 좀처럼 끝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어느 누구도 확답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우리 모두가 은연중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방역 당국의 훌륭한 대처와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비교적 모범적으로 관리되고 있던 코로나19였지만 특정 시기를 기점으로 하여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는데 신천지와 이태원 클럽 그리고 보수단체 집회를 원인으로 꼽지 않을 수가 없다.

정부의 지휘 아래 전 국민적으로 기울인 노력과 폭염 속에서도 희생을 마다하지 않던 의료진들의 이루 말할 수 없이 고귀한 헌신조차 수포로 돌려버린 무분별하고 이기적인 행동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안겨줬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분노를 십분이해하며 공감한다. 서울의 모 교회와 전모 목사의 잘못된 처신은 사회에 심각한 물의를 일으켰고 기독교에 대한 비난이 극에 이르렀다. 무엇보다 몇몇 교회가 코로나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고 또 일부 기독교인의 일탈 행위가 이와 무관하지 않은 현 상황에 변명의 여지없이 목사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기독교가 도리어 세상 사람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참담한 현실에 말로 다할 수 없는 자괴감마저 느낀다.

코로나 사태 이후 기독교 비난 여론이 격화되어 가는 상황을 실시간으로 목도하며 무거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었다. 이에 대해 영암읍의 한 교회는 “해도 해도 너무한 기독교인들 우리가 죄송하고 미안합니다”라는 현수막을 교회 앞에 걸었고 이 사실이 영암지역 신문에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어쩌다 기독교가 스스로 ‘해도 해도 너무한’ 잘못까지 저질렀다며 이런 현수막까지 걸게 되었는지 개탄을 금할 수 없었다. 정말 기독교인들이 해도 해도 너무한 것인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힘든 상황이 불러일으킨 폭력적인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리가 조금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할 분명한 사실은 대부분 아니 99% 이상의 기독교인도 우리지역 사회의 선량한 구성원으로 각자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다.

120여 년 전 영암에 기독교의 복음이 전파되어 지난 6.25사변 때는 신앙을 지키고 나라를 지키기 위해 87명이 순교하였고, 지금은 무려 110여 교회가 영암군 전 지역에 분포되어 1만2천여 신자들이 신실하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지금도 전국의 수많은 성도들이 새벽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해 기도하고 있고 특히 영암군 성도들도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과 영암군수님과 1천200여명의 영암군 공무원과 6만여 군민을 위해 날마다 기도하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되기를 눈물로 기도하고 우리 영암군을 어떠한 재난과 재해에서도 안전하게 보호해 주시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영암군 어느 교회에도 코로나 확진자 발생과 집단 감염 사례가 전혀 없다는 것은 각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철저히 준수하며 우리지역 사회의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누구 못지않게 최선의 노력으로 동참하고 있다는 사실의 명확한 방증이다. 우리 영암군이 거의 코로나 청정지역에 가깝게 유지되고 있는 훌륭한 공적 이면에는 전동평 군수를 비롯한 1천200여 공무원들이 일선에서 노심초사하며 수고하였고 군민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묵묵히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헌신이 있었음을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일부 극소수의 잘못된 처신과 일탈 행위의 문제와 잘못을 구실로 도매금으로 전체를 매도하며 정죄하여 돌을 던지는 일은 지극히 비합리적이며 침소봉대(針小棒大)하는 과한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작금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경제 다방면으로 심각한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다. 필연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생업도 위협받고 있고 자유로운 활동마저 제한되는 답답한 상태가 계속되면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 블루(corona blue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라는 또 다른 난제에 직면한 전 국가적 위기 상황에 봉착한 것이다. 이런 때에 일부 대상을 특정하여 분노하거나 불필요하게 자책하며 움츠러드는 것은 문제를 해결하고 상황을 호전시키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제껏 합심하여 협력한 시간을 무위로 돌릴 수 있는 어리석은 행동이다. 코로나19는 결코 어느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님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동안 방역 당국의 지휘대로 기꺼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엄격한 노력을 기울여왔던 당위성이 여기에 있는 만큼 이럴 때일수록 우리 모두가 서로 더욱 합력하여 코로나 극복을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할 것이다.

러시아를 대표하는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은 20대의 일곱 해를 유배지에서 보내야 했는데 유배가 끝나갈 무렵 한 편의 시를 남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 슬픔의 날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 찾아오리라... 모든 것은 순간적인 것 지나가는 것이니 지나간 모든 것은 아름다우리.”

현 상황이 여러모로 막막하고 암담할지라도 모든 일의 끝은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어두운 시간을 잘 참고 견딘 끝은 분명 아름다울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국가와 민족을 사랑하고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실천하며 살고 있는 영암군의 1만2천여 기독 성도들이 이 혼란한 시기에 앞장서서 방역 수칙을 준수하는 모범을 보이길 바라고, 더 나아가 역경의 시간을 견디고 있는 힘든 사람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성숙한 기독교인의 모습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내는 아름다운 신앙의 힘을 보일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필자 또한 목사이자 영암군민의 일원으로서 하나님께서 평화롭고 안전한 일상을 속히 회복하여 주시기를 기도하며 더불어 우리 영암군민과 영암군의 평안과 무궁한 번영을 위해 축복하며 기도하는 바이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