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홍 근 영암읍 교동리 출생 전 서울 월정초등학교 교장 현 한국초등학교 골프연맹 이사 및 경기위원

골프채를 잡은 지 16년이다. 2004년 ‘한국초등학교 골프연맹’을 만드는 데 일조를 한 것이 내 골프의 입문이다. 3년간 퇴근하면 연습장에 가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골프채를 휘둘렀다. 주위 분들은 이런 나를 향해 지독한 연습벌레라며 놀려대기도 했다. 1년 후 집사람도 골프에 입문시켜 호흡이 잘 맞는 부부 골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골프를 시작한 지 3년쯤 지나 여주 빅토리아cc에서 76타 첫 싱글패를 받았다. 2008년에는 여주 센츄리21CC에서 72타 첫 이븐을 했다. 그 후 70대와 80초반을 오르내리는 타수를 기록하고, 대유몽베르CC, 쏘피아그린CC에서도 이븐을 쳤다. 이글도 네 번 기록했는데 두 번이 샷 이글이다. 초등연맹 국내외 연수, 동호인 골프 모임 대회에서 수 차레 우승을 했지만, 2018년 우리 연맹 여름 연수장소인 경북 예천 한맥CC에서 73타로 우승했는데 요근래 가장 낮은 타수이자 내 칠순 기념 우승이기도 했다.

골프 경력 16년에 내가 해 보지 못했던 것이 있었다면 언더파를 치는 것과 홀인원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우와! 그렇게 염원했던, 꿈만 같은 홀인원을 했다. 그것도 내 고향 골프장인 아크로CC에서 말이다. 어안이 벙벙해 숨조차 쉴 수 없었다. 2020년 8월 24~26일까지 아크로CC에서는 제14회 녹색드림배(전남도지사배)가 열리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대회가 취소되고 올들어 지난 7월 경주 보문CC에서 열린 서라벌배대회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린 이 대회도 경기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특히 이 녹색드림배는 고향에서 치러지는 대회여서 14회 동안 거의 경기위원으로 참가했으며, 이 대회에서 김효주가 우승하는 것도 지켜보기도 했었다.

8월 24일 첫날은 대회 준비로 코스 셋팅과 여러 가지 대회 준비를 하고 오후 마지막 조로 라운드하였는데 80타. 둘째 날은 태풍 ‘바비’가 올라오고 있다는 뉴스를 들으며 학생 대회를 오후 2시쯤 마치고 오후 2시 16분 마스터 코스 1조로 라운드를 시작했다. 동반자는 전 KLPGA 출신 경기위원 두 분과 연맹 고수이신 여성분. 꽃 속에서의 라운드였다. 드라이버와 내 비밀병기인 3번 우드가 기가 막히게 맞아줘 전반은 2오버. 후반은 스카이 코스다. 버디는 터지지 않고 지루한 파 행진. 스카이 코스 4번홀 파3 145m. 약간의 앞 바람이 있어서 155m를 생각하고 5번 아이언으로 스윙 아, 핀빨이다. ‘다다닥’ 볼이 깃대에 맞는 소리가 들리고, 갑자기 볼이 사라졌다. 동반자들의 비명과 두근거리는 내 심장소리. 그린을 향하는 카트 속에서 동반자들과 손을 잡고 흥분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깃대 옆 어디에도 볼은 보이지 않는다. 핀에 가보니 아아아, 홀인원이다. 갑자기 동반자들이 “이렇게 좋은 날에……” 노래를 합창한다.

나이 들어 홀인원은 포기하고 있었는데, 이런 기적 같은 일이 내 고향 골프장에서 이루어지다니 꿈만 같다. 스타트 하우스로 돌아오니 꽃다발을 준비한 아크로CC 임원들의 열화와 같은 축하와 홀인원 인증서와 확인서 증정식이다. 속속 복귀한 경기위원들의 박수는 덤이다. 정말 하늘로 오르는 듯한 짜릿함과 주위 여러분들의 고마움이 새록새록 다가온다. 덩달아 집사람 얼굴도 떠오른다. 집사람도 같은 경기위원이었는데 왼쪽 회전근개를 다쳐서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를 작년에 접었다. 80대 중후반, 밀리면 90대 초반을 치던 집사람이 아프니까 그렇게 좋아하던 골프를 치지 못한다. 정말 안타깝다.

여태껏 저녁 식사는 항상 클럽하우스에서 만찬이었지만, 경기위원들을 모시고 읍내로 나와 우리 영암음식을 대접했다. 맛깔스런 불낙 정식을 맛본 경기위원들의 입이 귀에 걸린다. 너무 맛 있어 한다. 엄지척이다. 토하젓도 인기고, 김치, 풀치 무침, 모듬전도 싹싹 비워낸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이제 포기했던 홀인원도 했으니 언더 파에 도전해 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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