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기 천 영암군의원 (정의당, 군서·학산·서호·미암)

얼마 전, 영업이 끝난 늦은 밤 시간에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중년부부를 만났다. 하루 종일 손님 두 팀을 받았다는 부부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번 같은 불황은 처음이라고 했다. 석 달째 임대료를 못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공공요금조차 버겁다며 숨죽여 울었다. “이런 부탁해서 창피하지만 살게 좀 해달라”고 하셨다. 가슴이 먹먹해 오랫동안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코로나19의 위력이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가히 재앙 수준이다. 감염에 대한 불안보다 두려운 건 당장 눈앞의 생계위기와 미래의 불확실성이다.

전남중소상공인연합이 회원 762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피해 실태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96.1%가 매출액이 전년대비 10% 이상 감소했다고 한다. 광주 광산구 자영업자 1천88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는 더 암울하다. 응답자의 93%가 2~3월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응답한 것이다.

그렇다면 영암사정은 어떠할까? 가장 낮고 취약한 계층에 깊숙이 파고드는 이 재앙같은 경제적 빈곤으로부터 안전한가? 음식, 숙박, 택시 운전자, 어르신과 어린이 돌봄 종사자, 영세 자영업자, 특수직 비정규직 일용직 노동자, 화훼와 겨울채소 재배농가가 바로 그들이다. 이 절박한 상황에서 그들이 겪고 있을 고립감과 외로움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

우선, 실태조사부터 당장 시작해야 한다. 상담창구를 열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일제조사를 해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행정인력과 민관 협업체계를 가동해 신속하게 애로사항과 절실한 지원분야를 종합해야 한다. 그래야 필요한 소요예산 규모와 지원 우선순위가 나오지 않겠는가?

둘째, 당장 생계위험에 내몰린 취약계층을 위한 긴급재난생활비를 지급해야 한다. 이미 서울과 강릉, 화성, 전주 등에서 지급 기준과 방식에 대한 다양한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전남도도 중위소득 100%이하 32만 가구에 30~5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이니 우리 군도 속도를 올려야 마땅하다. 더 나아가 간접지원 방식도 촘촘히 설계해야 한다. 소상공인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대출금과 이자, 임차료, 인건비, 그리고 공공요금과 세금 등이 가장 큰 부담이라고들 입을 모은다. 광주시의 3무(무담보·무이자·무보증료)특례보증제도, 화성시의 사회보험료와 공공요금 정액지원, 순천시의 은행권 담보대출 이자 2년 지원 등은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셋째, 우리 군부터 착한 임대료 운동에 나서야 한다. 도시에서 시작한 착한 임대료 운동이 영암에도 상륙한 일은 반갑기 그지없다. 영암신협이 임차인에게 3개월간 20% 감면으로 물꼬를 튼 것이다. 우리 군도 이에 호응해 전통시장 장옥 등 임차상인에게 6개월간 50% 대부료 감면을 시행하기로 하였다. 더 나아가 군 공유재산 위탁 소규모 업소에 대한 임대료 감면과 착한 임대인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를 통해 협력과 상생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넷째, 4월 추경은 긴급재난대응 추경으로 세워야 한다. 재원부터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 우선 매년 400억원 규모로 남는 순세계잉여금과 국도비가 1차 재원이다. 63억원 규모의 중소기업육성기금과 27억원의 재난관리기금도 활용해야 한다. 관련 조례를 개정해서 농산물가격안정기금과 식품진흥기금도 활용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비상한 각오로 예산을 절약해야 한다.
군민의 이해와 협력이 절실한 대목이다. 축소 또는 취소된 민간단체 행사보조금, 왕인문화축제 비용, 각 경로당 급식비 그리고 불요불급한 민원사업이나 토목예산을 절약해 재난대응 예산의 재원으로 삼으면 충분한 대응력을 갖게 된다. 예산 편성과 배분의 제1원칙을 코로나19로 피폐해가는 지역경제 생태계와 서민의 삶을 지키는데 두고 행정과 의회, 지역주민이 협력해야 한다.

빈자일등(貧者一燈), ‘가난한 사람이 바치는 등 하나’란 뜻으로 물질의 많고 적음보다 정성이 중요함을 비유하는 고사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면 마스크를 만들어 대구·경북에 보낸 귀농인들, 작은 기업 월출광고와 원창하이텍이 큰 마음 먹었을 기백만원 성금, 200만원 상당의 컵라면을 기증한 신북의 독지가, 세계여성의 날 화훼농가 돕기에 나선 영암교육지원청, 축협과 삼호농협의 통큰 기부, 홀로 노인 850명의 건강을 살핀 기찬랜드명품관, 매주 월요일마다 분무기를 짊어지고 동네 구석구석 소독봉사에 나선 자율방재단 등 이 혼돈과 시름의 시대를 밝혀준 등불들이다. 이 등불이 피워낸 간절한 경제난국 극복의 희망이 사그러들지 않도록 선명하면서도 섬세한, 그리고 대담한 영암군 행정의 결단을 촉구한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