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정출신 김해곤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
최근 친환경 타올 시제품 생산…의류·침구류까지
2년 내 상용화되면 산림보호·일자리 창출에 기여

국내 최초로 군 위장복과 울 혼방 데님지 등을 개발해 1987년 제20회 섬유업계 최초로 대한민국 과학기술상을 수상할 정도로 국내 섬유기술의 최고 권위자인 영암출신 김해곤 박사(88)가 최근 산림 훼손의 주범이었던 칡을 이용한 친환경 타올 등의 시제품을 생산해 주목을 받고 있다.
각 지자체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칡넝쿨을 제거하는 등 ‘칡과의 전쟁’을 벌일 정도로 골칫거리였던 칡이 소중한 천연섬유 소재로 각광 받을 날이 임박해 섬유업계에서도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칡이 친환경·친건강 천연섬유 소재로 부각되면서 상업화 연구가 본격화 된 것. 그 주역 김해곤 박사를 만났다.
<편집자 주>   

▲어떻게 칡을 이용한 섬유기술을 연구하게 됐는지?

몇 년 전 우연찮은 기회에 고교 후배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만나 산림 훼손의 주범인 칡을 얘기했다. 전남지사 시절 칡의 폐해에 대해 잘 알고 있었던 이 총리가 관심을 갖고 칡의 상업화를 적극 독려하면서 본격 연구가 시작됐다. 이 총리로부터 칡의 상업화 필요성을 전달받은 김재현 산림청장이 적극 뛰어들어 천연섬유 소재 활용 연구가 본격 시작됐다.

산림청 산하 한국임업진흥원에 의해 ‘칡을 활용한 복합 방적사 생산 및 홈 텍스타일 제품개발’ 프로젝트 연구용역을 시작으로 KOTITI와 산림자원연구소, 한국실크연구원,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이 컨소시엄을 이뤄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임업진흥원이 3년간 5억5천만원의 연구용역비를 지원하고 주관기관인 화이트 리퍼블릭이 4억5천만원을 투자해 진행하고 있다. 연구결과 칡이 갖고 있는 친환경, 친건강 섬유의 장점이 확인됐고 이를 방적기술로 연계해 산업용으로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시제품 타올이 생산돼 감회가 새롭다.

▲칡을 어떻게 섬유로 만든다는 것인가?

지난 1966년 12월부터 수년간 일본 J연구소와 D방적에서 연수한 경험을 토대로 신섬유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 왔다. 이번 칡 섬유 연구개발도 그와 같은 맥락이다. 현재는 칡 섬유를 싸게 만들어 상용화하기 위한 프로젝트, 로드맵을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 최초로 칡을 활용해 방적사를 개발하고 의류 및 홈텍스타일 제품 등을 개발하기 위한 것이다. 연구개발의 목표는 칡덩굴과 슬러지를 이용해 섬유를 만들고, 방적 설비에서 다른 섬유와의 혼섬 기술을 개발해 복합 방적사를 만들고 이를 친환경 섬유제품으로 생산하는 것이다.

▲칡 섬유의 상용화가 가능한가?

칡 섬유는 시원하고 땀 흡수가 잘되고 끈적거림이 없는 천연섬유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가지고 테이블보, 지갑, 핸드백, 와이셔츠 등을 만들고 있다. 두꺼운 책 표지를 만들면 가죽이나 합성 피혁과는 달리 아무리 오래 지나도 촉감이 좋고 100년이 되어도 변질이 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나는 일찌기 칡의 이 같은 특성을 주목하고 의류패션 아이템으로 개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상용화만 된다면 국가적으로도 획기적인 일이 될텐데?

우리나라 삼림의 40%를 차지하는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이를 휘감고 자라는 칡넝쿨을 걷어내는데 전라남도에서만 해마다 100억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칡은 1년에 100m까지 자랄 정도로 번식률이 높은 품종이다. 소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데 아무리 높아도 끝이 안보일 정도로 휘감고 자란다. 지금도 산림 녹화사업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칡뿌리에 독한 화학약품을 살포해 성장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으나 약품이 다른 나무에도 영향을 미쳐 다시 삼림을 황폐화시키고 토양을 오염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칡을 가지고 섬유를 개발하면 국가적으로도 큰 이득이 될 것이다.

▲그럼 현재 어느 단계까지 와 있는가?

이제는 지자체와 산림청이 나서서 합리적으로 칡을 수거해 칡섬유 원료를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는 시점에 이르렀다. 다음 단계는 상용화를 위해 시스템과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다. 만약 코스트를 기존 면섬유 수준으로 낮출 수만 있다면 신소재 신기술 혁신을 이룰 것이다.

▲칡섬유로 만든 제품들은 어떤 것이 있는가?

앞으로 칡섬유가 본격 생산되면 타올은 물론 테이블보, 티셔츠, 와이셔츠, 침대 커버, 베갯닛 등에 두루 사용되며 활용 범위가 넓혀갈 것으로 기대된다. 또 방적사 이외에 특수제지를 만들면 제지, 부직포, 벽지, 신발 등 다양한 분야의 천연 신소재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드맵을 확정하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면 2년 이내 시장에 선보이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고향에도 칡이 많은데 무슨 기여할 방법이 없겠는가?

지자체와 협력하여 중간 처리공장을 세우면 된다. 즉 칡넝쿨을 산지에서 수집하여 중간 원료까지 만드는 처리공장을 세우면 농촌의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산림 훼손의 주범인 칡넝쿨 제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향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보고 싶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김해곤 박사는?

△금정면 용흥리 출생(1934년 7월 8일생) △광주서중-일고 △전남대 섬유공학과-대학원(공학석사) △전남대학교 경영대학원(경영학 석사) △숭실대학교 대학원(공학박사) △충남방적(주) 부사장 △갑을방적(주) 부사장·사장 △태전방적(주) 대표이사 △혜전전문대학·충남대학교·청운대학교 교수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섬유기술사회 회장 △한국섬유패션협동조합 이사장(현)

(자격 및 면허)△섬유기술사 △기술지도사 △세무사 △경영진단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한국섬유공학회 종신회원 △일본 섬유기계학회 회원

(수상)△철탑산업훈장(1985) △제20회 대한민국과학기술상 수상(1987)

(주요논문 및 저서)△방적공정의 공기조화 기술 △방적공정의 자동화 기술 등 다수 △날실과 씨실로 엮은 반평생 △내가 만난 세상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