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군의회(의장 조정기)가 ‘WTO 개도국 지위포기 철회와 농업대책 마련 촉구 건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지난 12월 4일 열린 제270회 영암군의회 제2차 정례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기천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의안은 농산물 가격폭락의 반복으로 농가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소멸위기에 놓인 농촌·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어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철회와 우리 농업의 미래를 위한 적극적인 농업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에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면서 영암군도 행정과 의회, 농민대표, 소비자, 전문가 그룹으로 농정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지방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를 포기하겠다고 지난 10월 25일 선언했다. 이로써 1995년 WTO에 가입한 후 적용받았던 개도국 특혜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가 향후 있을 WTO 협상부터 적용되므로 당장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그때까지 대비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리 농업에 큰 타격이 예상되면서 농업계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협상이 재개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WTO 회원국들은 개도국으로 인정받으면 선진국에 비해 다양한 혜택을 누린다. 개도국 우대조항은 지난해 기준 155개이며, 대표적인 것은 높은 관세와 대규모 보조금 지급이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나누는 기준은 명확하지 않으며, 회원국이 스스로 판단해 개도국 여부를 밝히는 ‘자기 선언’ 방식에 따른다.

우리나라는 1995년 WTO 출범 시 개도국 지위를 주장했고, 이듬해인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후 개도국 지위를 내려놓으라는 요구가 잇따랐다. 하지만 정부가 그때마다 강하게 호소해 농업과 기후변화 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또다시 개도국 지위에 논란이 불거진 이유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월 ‘잘사는’ 나라들이 개도국 지위를 이용해 특혜를 누린다며, 이를 포기하는 시한으로 10월 23일을 제시했다. 나아가 WTO에서 이 문제가 진전되지 않을 경우, 미국 차원에서 이들 국가에 대한 개도국 대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개도국 포기로 인해 국내 농업에 중·장기적으로 미치는 타격이다.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갈등으로 WTO의 차기 협상이 언제 열릴지 모르나 그때부터는 관세와 보조금 등의 혜택이 모두 사라지기 때문이다. WTO체제 24년 만에 국내 농업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정부의 대책이 우선돼야 하겠지만 지자체 차원의 대응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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