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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가인씨, 당신 땜에 오늘도 난 눈물을 떨굽니다
이 기 홍

서호면 몽해리
전 목포시 교육장
전 전남교육청 장학관

젊은 날, 가난한 집 숭늉에 뜨는 옹골찬 밥알처럼 오기스럽게 살면서 결코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던 내가, 요즘 당신이 부른 노래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곤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요즘 들어 부쩍 심해진 잔병으로 인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심신 때문인지는 구별이 안 되지만 송가인씨 당신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날이 자꾸 돌아봐 지고, 자연 노래 가락과 함께 눈물이 고이고, 마침내는 의지와 상관없이 눈물을 떨구고 맙니다.

어느 가수가 있어 당신보다 더 한 많게 ‘한 많은 대동강’을 부를 수 있겠으며, 어느 가수가 불러 당신보다 더 애간장을 끊게 ‘단장의 미아리 고개’를 전달할 수가 있겠습니까. 어느 가수가 무대에서 미련 없다 돌아서는 냉정한 그 마음에 당신보다 더 애절하게 ‘진정인가요’하며 추궁할 수 있겠습니까.

방송을 타고 전해지는 방탄소년단의 국위선양 소식을 접할 때면 언론과 일심동체가 되어 그들을 칭송하는 것이 애국하는 길이라 생각해 그리했지만, 그들이 쏟아내는 음악은 내게는 미안하지만 소리 이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가는 불가사의한 몸짓은 경이롭기는 했으나 결코 나를 위로해 주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당신 송가인씨는 움직임도 없었고, 또 현란한 기교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내면 깊은 곳에서 익힐데로 익힌 소리로 한에 가까운 민초의 정서를 토해낼 때는, 이제까지 결코 깨어난 적이 없었던 내 영혼을 일으켜 세우는 듯했습니다.

당신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지난날의 내 잘못이 생각나고, 오래도록 후회스러웠던 일이 밀려오고, 사무치도록 아쉬웠던 일들이 또렷해집니다. 그래 나도 모르게 눈물을 떨구게 됩니다.
송가인씨가 8년간의 무명생활을 했다고 했는데, 저렇게나 기막힌 가수를 왜 그 잘난 연예계는 외면했던가 하는 원망이 일어납니다. 4개월간의 경연과정을 애타게 지켜보면서 콕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누군가가 또 그 무슨 이유에서인지 송가인씨를 밀어내려 한다는 낌새를 느끼고 나는 무척 애를 태웠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정공법으로 잘 버텨주었고, 위대한 민초들은 송가인씨 당신이 결코 절벽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줬습니다.

송가인씨, 당신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에도 노래 같지도 않은 노래로 가요계를 우지좌지하면서 돈과 명예를 싹쓸이하는 세력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희생양이 된 제2의 송가인씨 같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의 눈물을 생각합니다. 잘 한 사람이 드러나고, 더 잘하도록 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가 아닌가도 동시에 물어봅니다.

송가인씨의 노래를 음미하면서, 감동은 결코 끼만 가지고는 만들어질 수 없음을 알게 됩니다. 결코 외면해서는 아니 되는 정규교육과 끈끈한 가족애를 통해 다듬어진 은은한 지성이 아우러질 때 그 끼는 감출 맛과 함께 우리 영혼을 일깨워줌을 깨닫습니다.

송가인씨, 연예계 농간에 휘둘리지 말고, 잘 나간다고 헛손질 헛발질하지 말고,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이 나라의 트롯을 지켜주길 간절히 청합니다. 그래 케이 팝을 애국심으로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나 같은 늙은이가 기댈 수 있는 노래를 오래도록 들려주세요. 나는 송가인씨 당신의 노래를 듣는 것이 아니라 송가인씨 당신 자체를 듣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 줬으면 합니다.

송가인씨, 나는 지금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당신이 부른 ‘용두산 엘리지’를 들으며 그 무언가를 후회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사랑 심어 다져놓은 그 사람은 어디 가고 나만 홀로 쓸쓸히도 그 시절 못 잊어, 아, 못 잊어 운다.”

이기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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