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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남녀 동창생들의 고향 나들이
윤 재 홍

서호면 몽해리 아천 출신
연합뉴스통신진흥회이사
가나문화콘텐츠그룹 부회장
전 성균관대 초빙교수
KBS제주방송국 총국장

지난 6월 1일 토요일 이른 아침 7시경이다. 서울 용산역 대합실에는 인산인해였다. 등산복 등 가벼운 옷차림의 남녀노소가 주말여행을 위해 이곳에 모인 것이다. 70대 초반 노인 남녀 10여명이 설레임과 호기심으로 일행을 찾아 분주하게 모여든다.

이들은 군서면 구림중학교 전신인 군서고등공민학교 9회 졸업한 남녀 동창생들이다. 이 모임은 군서고등공민학교 9회 졸업생을 줄여 만든 ‘구구회’다. 이 모임 회원은 57년 전인 1962년 남학생 29명, 여학생 26명 등 55명의 졸업생 가운데 11명이다. 대부분 회원들은 광주 등 전남지방에 주로 살고 있다. 서울에만 20명으로 추산된 가운데 현재 10여명만 40여 년간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이 모임은 작년에 강원도 여행에 이어 올해는 고향 영암을 중심으로 한 전남지방으로 방향을 잡았다. 군서고등공민학교는 공립이다.

당시 고향 영암에는 영암중학교와 낭주중학교 밖에 없었다. 워낙 가난하여 대부분 학비가 없어 정식 중학교를 진학하지 못했다. 따라서 학비가 저렴한 중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군서고등공민학교에 다니게 됐다. 필자도 낭주중학교 1학년1학기를 마치고 등록금을 내지 못해 이 학교로 편입했다. 군서고등공민학교는 정식 중학교가 아니어서 졸업을 해도 중학교 졸업장이 없다. 따라서 모두가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를 거쳐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러한 이유로 이 학교 출신 동창생들은 남녀공학의 소중한 인연과 우정으로 70대가 지난 지금까지도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용산역에서 KTX는 광주 송정역을 향해 출발했다. 기차 안에서 우리들은 58년 전 소년소녀로 되돌아갔다. 기차 창밖의 빠른 속도로 펼쳐지는 산과들의 모습에 취했다. 대부분 들판에는 모내기가 끝났다. 가냘픈 어린 벼 포기들이 엄마에 의지해 아장아장 걷는 아기처럼 논두렁 물 위에 간신히 박혀 겨우 버티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옛날 농촌 일들이 떠올랐다.

58년 전 중학생 나이 소년소녀들은 부모의 농사일을 도왔다. 모내기도 하고 보리도 베었다. 주말에는 부엌의 땔감을 구하기 위해 월출산 아래 야산으로 갔다. 갈퀴로 소나무 낙엽을 모으고 죽은 나뭇가지를 꺾어 망태나 지게에 짊어지고 집으로 왔다. 이 같은 기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학교 측은 우리에게 짚으로 만든 마람을 가져오게 했다. 학교건물 지붕을 새로 입히기 위해서다. 농번기에는 학생단체가 농촌일손 돕기에 나섰다. 봄에는 보리베기와 모심기, 가을에는 벼베기 등 일손을 도왔다. 때때로 도갑사 부근에 풀베기에도 참여했다.

이런저런 추억을 더듬고 있는 순간에 광주 송정역에 도착했다. 우리 일행은 버스에 올라 진도로 직행했다. 이 모임의 회장은 여행을 자주 못하는 여자 동창생들을 위해 많이 배려했다. 어느덧 진도대교에 도착했다.

진도대교는 1984년과 2005년 두 차례 건설하여 현재 길이 484m 너비 11.7m 높이 96m의 쌍둥이 다리로 바다 위를 웅장하게 했다. 이 다리 아래에는 유명한 울돌목 물살이 장관을 이뤘다. 이곳이 바로 유명한 명랑대첩 현장이다.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 장군은 이곳에서 우리 배 12척으로 왜군의 배 133척 중 30여척을 격파시켜 승리한 곳이다. 우리들은 울돌목에서 왜군들을 격파한 역사의 현장에서 사진촬영을 하며 이순신 장군의 지혜와 전략에 감탄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4월 개통해 유명한 신안군 천사대교로 향했다. 신안군 임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를 잇는 7.22km의 다리다. 바다위의 웅장한 다리가 섬과 섬을 이어주는 실타래처럼 끝없이 펼쳐진다. 신안군 섬이 모두 1004개가 있어 이 다리를 ‘천사대교’ 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우리 일행들은 이 웅장한 다리를 배경으로 열심히 카메라에 담으며 섬과 바다의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했다.

목포에서 점심과 저녁을 즐겼다. 점심에는 홍어회와 홍어애로 안주삼아 막걸리를 마시며 어렸을 때 어른들이 주신 홍어를 먹고 코가 매워서 혼난 이야기 등 홍어에 얽힌 에피소드로 꽃을 피웠다. 목포에서는 유달산과 갓바위 주변을 둘러봤다. 저녁식사 후에는 목포시 용해동 해안가에 있는 갓바위를 보며 바닷가 산책에 나샀다. 천연기념물 500호로 지정된 갓바위 주변 해안가 산책길이 너무 좋았다. 특히 이곳에는 바다 분수쇼와 음악이 어우러져 많은 인파가 여름밤을 즐겨 외국의 유명관광지를 보는 듯 했다. 우리 회원들도 음악에 맞춰 어깨춤을 추기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날 밤 숙소인 영암 월출산온천관광호텔에서는 광주에서 동창들이 찾아왔다. 신선한 회를 안주로 술자리를 만들어 모두 함께 옛날 소년소녀 시절로 돌아가 학창시절의 추억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몰랐다. 다음날 아침식사가 매우 좋았다. 영암토속 한정식 집에서 옛날에 즐겨먹었던 게젓, 토하젓 등의 젓갈류와 배추김치와 나물 등 옛 음식을 먹으며 고향의 짙은 향수를 느꼈다.

아침식사 후 영암을 출발해 여수와 순천으로 향했다. 버스 안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앉은 자리에서 손뼉을 치며 노래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추기도 했다. 50여 년 전의 청소년 시절로 돌아갔다. 이렇게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여수와 순천 관광을 즐겼다. 부족한 시간 때문에 여수는 오동도 등 여수 엑스포역 중심으로만 관광을 했다. 다만 최근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등장한 자산공원에서 돌산공원으로 왕복하는 여수 해상케이블카 관광을 못해 아쉬웠다.

우리 일행은 마지막 일정으로 2013년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가 개최된 이후로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순천만 국가정원을 관람했다. 우리 일행은 친환경 전기관람차를 이용해 정원을 둘러보면서 신이 났다. 처음 이곳에 온 여자 동창들은 신기해 하고 무척 기뻐하는 모습들이 귀엽기까지 했다.

70대 남녀 동창생들은 이번 고향 나들이를 하면서 앞으로도 옛 추억을 이어가며 더욱 멋지게 살자고 다짐했다. 100세 시대에 맞는 건강한 삶과 따뜻한 애정이 깃든 동창생들로 굳게 뭉쳐 기쁘고 즐거운 삶을 이어가자고 맹세하며 여행을 마쳤다.

 

 

윤재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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