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예술공작소를 제안하며-

김 기 천 영암군의원

영암이 살만한 곳이란 것은 살아본 사람은 다 안다. 영암이 무궁무진한 자원을 품은 땅이란 사실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런 사람일수록 영암의 현재에 대해 크게 안타까워하고 앞날을 향한 걱정이 많다는 점 또한 감추기 어렵다.

우리 의회는 이 같은 고민과 걱정을 안고 4월 20일과 21일 의정연수를 떠났다. 고창의 청보리밭 축제현장과 상하목장을 둘러보고 이튿날은 전주 삼례문화예술촌, 팔복예술공장, 남부시장 청년몰까지 하루 3만보가 넘는 길을 걸었다.

둘째 날에는 월출미술인회 류재웅 회장과 정선휘 작가가 동행하며 다양한 해설까지 보태주었다. 이틀 길을 걸으면서 보고듣고 토론하며 얻은 단상이 몇 가지 있다. 지역개발 전략을 세울 때 주목해야 할 요소가 아닐까 싶다.

먼저, 지역자원을 컨텐츠의 핵심요소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보리밭과 황토길, 일제 강점기 수탈기지였던 목재 양곡창고, 용도가 끝난 낡은 공장, 전통시장의 후미진 2층 공간 등 어디나 있는 흔한 풍경들이다. 그런데 대부분 쓸모가 없어 해체가 마땅하다고 생각한 자원에 스토리를 입히고 역사를 보태 되살려 낸 시도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둘째, 지역역량을 극대화하는 운영방식이다. 지역민이 추진기구를 만들고 기획과 실행에 앞장서면 행정은 필요한 지원을 보태는 민관협치 모델을 구현해가고 있었다. 지역주민과 예술가, 청년, 농민과 노동자가 주체로 나서고 그들의 말과 계획과 행동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으로 역량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주민참여 민주주의의 전범이라 할 만하다.

셋째, 문화예술을 장신구가 아닌 컨텐츠의 핵심 필수요소로 자리잡게 했다. 작가들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끊임없이 실험되고 그 결과를 지역민과 관광객이 누리도록 하는 것이다. 농장과 정원, 골목과 상가 공장지대까지 구석구석 문화예술을 옷입힌 ‘재생’은 아름답고 고급스러웠으며 잠시 낯설다가 곧 친근해졌다. 

나는 이틀 일정을 소화하면서 평소 스케치해왔던 구상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다듬어 보았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지역사회에 정식으로 제안해 보고 싶다.

영암예술공작소를 만들자. 예술공작소라 이름 짓는 까닭이 있다. 공작소 사업을 디자인하는 시작부터 끝까지 모든 컨텐츠에 문화예술적인 발상과 감수성이 스며들게 하자는 뜻이고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열과 역량을 지지 고무하자는 의미다. 공작소는 공방과 공장, 체험장을 아우르는 의미를 담은 개념이다. 무엇이든 자기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열린 공간인 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대불산단 폐공장을 장기임대나 매입하는 방식으로 확보해서 예술공작소 터로 삼으면 된다. 왜냐하면 예술공작소는 공단 재생의 일환이자 공단이 갖고 있는 낡고 오래된 선입견을 해체하는 구실도 하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공장기능도 해야 하는데 공단만큼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는 곳이 흔치 않다. 물론 폐교나 오래된 양곡창고 등도 대안이다.

공작소 안에 꼭 있어야 할 공간이 많다. 우선 주민이면 누구나 꿈꾸는 자기만의 작은 공장이다. 금속공예, 목공예, 가구리폼, 가마, 대장간 같은 작은 공장이 들어서 누구나 손쉽게 자기 창작공간을 이용할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으로는 농업관련 작은 공방이 필요하다. 두부, 치즈, 장류, 베이커리, 수제맥주와 수제차 짚공예 꽃공예 같은 것이 가능한 농업공방은 농업의 새로운 길을 찾는 이들에게 유익한 인큐베이터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예술가들의 창작과 전시공간이 필요하다. 이들은 자칫 건조하고 삭막해질 공장과 공방을 풍요롭고 품격 있게 직조하고 찾는 이들에게는 멋진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영암예술공작소가 공단 안에 자리 잡는다 가정한다면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한 휴식과 재충전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첫째가 식당이고, 둘째는 카페이며, 하나 더 보탠다면 독서방, 만화방이나 피씨방 같은 쉼터이지 않을까 싶다. 식당은 지역농산물을 전시 판매하고 지역농산물로 지은 밥상을 내놓는 로컬푸드 식당이어야 차별성을 가진다.

카페는 예술가들의 실험정신을 한껏 가미한 딱 하나뿐인 특별한 공간이면 좋겠다. 이 모든 공장과 공방이 아이들과 지역민을 위한 체험장 기능도 충실히 할 수 있게 해야 함은 물론이다.
첫 술에 배부르진 않지만 첫 단추는 잘 꿰야 한다. 성패는 지역민의 참여와 역량에 달려 있다. 지역을 위해 헌신하며 고군분투하는 농민, 노동자, 예술인, 청년들의 열띤 토론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