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재 홍 서호면 몽해리 아천 출신 정치학 박사 연합뉴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가나 문화콘텐츠그룹 부회장 전 성균관대 언론정보학원 초빙교수

지난 11월 23일 서호면 쌍풍리 학파동 필자의 해남윤씨 선영에서의 일이다. 포크레인을 동원해 20년에서 85년 된 12개의 묘를 파헤쳐 유골을 찾았다.

조부모님, 부모님, 백부모님 등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묘지를 모두 파헤쳐 유골을 찾아 현장에서 화장한 뒤 납골 항아리에 담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아직 20년이 채 안된 나의 어머니 묘소에서만 일부 유골이 남아있을 뿐, 나머지 50년 이상 된 묘에서는 유골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따라서 어머니의 유골만 현장에서 화장하고 나머지는 유골이 놓여있던 흙을 채취해 유골함에 넣었다. 이 유골함들은 기존 묘지에 새로운 ‘가족 평장묘’를 조성해 안치했다. 여기저기 분산되었던 매장묘를 작은 면적의 한 곳에 모아 소위, 요즘 유행하는 납골묘와 비슷한 ‘가족 평장묘’로 만든 것이다.

전체 묘지는 66㎡(약 20평)로 1인당 부부가 함께 들어갈 자리는 가로 60㎝, 세로 50㎝ 크기이며, 모두 20여개가 서열별로 잘 정리돼 있다. 앞으로 필자의 가족들과 형제들은 물론 2세들의 묘지까지 모두 만들어 놓았다. 이제 후손들은 앞으로 있을 장지 걱정을 하지 않도록 미리 준비를 한 것이다.

어느 민족이나 대대로 전해오는 전통적 관습과 예절이 있다. 우리나라도 조상을 섬기는 충효사상을 바탕으로 생활방식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족제도가 무너지고 관습들이 많이 퇴색하고 있다. 우리나라 매장문화도 전 국토가 묘지화 되면서 점차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재벌 등 일부 부유층의 호화묘지 조성으로 자연을 마구 파괴하고 국토를 멍들게 하는 사례들은 언론보도를 통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국내여행을 하다보면 좋은 여건의 자연환경에 보기 흉한 호화묘지는 물론 각종 집단묘지 조성으로 인한 사설묘지 회사들이 앞 다투어 늘어나 자연을 심각하게 파괴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잘못된 묘지문화를 바꿔 아름다운 자연을 후손에게 물러줄 방법은 없을까?

이제는 우리나라도 이러한 단점을 없애기 위해서 화장과 납골문화로 바뀌어 보편화되고 있다. 납골당, 평장, 수목장 등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따라서 가족 접근성을 선호하는 수도권 인근 일산, 파주, 용인, 동두천, 분당, 양평 등이 화장을 거친 납골묘 선호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밀집된 수도권 중심의 화장과 납골묘 문화가 상업화되면서 땅과 납골묘지 등의 비용이 치솟고 경쟁이 심해 또다시 납골문화가 사회문제로 등장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따라서 납골문화는 반드시 접근성이 뛰어난 수도권이 아니라도 자신이 태어난 고향으로 방향을 돌려 값싼 납골묘역을 선택할 것을 적극 권장한다. 조상의 묘소가 있고 자신이 태어난 고향 땅에 가족 납골묘지를 만들면 좋다.

비록 수도권보다 접근성은 떨어지지만 여행 삼아 고향을 찾는 왕래가 있어 후손들에게도 새로운 부모의 고향의 길을 터주는 올바른 선택이 될 것이다.

서양의 묘지문화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다. 미국·영국 등 유럽의 대부분 선진국의 묘지는 주민들과 밀접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공원 속에 있다. 이들 공원에는 각종 묘비 등이 한 곳에 몰려있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교회나 성당 등 마을주변에 있어 삶과 죽음이 같이 병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 알려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슈테판 대성당이 대표적이다. 이 성당은 1782년 모차르트가 결혼식을 했고 9년 후 1791년 장례식을 치뤘던 곳이다. 이 성당 지하에는 1450년에 만든 지하 유골 안치소 ‘카타콤’이 있다. 이 안치소에는 페스트로 죽은 2천여 명의 유골이 안치돼 있다.

또 왕과 황제들의 유해 가운데 심장 등 내장을 담은 항아리와 백골도 쌓여있다고 한다. 아름다운 국토를 후손에게 물려주고 자손만대 영원히 자연의 아름다운 유산을 남기기 위한 영원한 대책이 절실히 필요할 때이다. 우리나라도 서양의 묘지 문화처럼 삶과 죽음이 함께하는 새로운 가족문화로 정착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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