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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아프리카 추장’의 추억
서호면 몽해리 아천 출신
연합뉴스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가나 문화콘텐츠그룹 부회장
전 성균관대 언론정보학원 초빙교수
전 경기대 언론미디어학과 외래교수
전 KBS제주방송국 총국장

“따르릉 따르릉”, 우리집 안방 전화 벨소리가 문 밖까지 울렸다. 꿀 같은 여름휴가를 마치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전화벨 소리가 요란했다. 당시엔 핸드폰이 없어서 유선전화로 자주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1978년 8월 6일 일요일 오후, 피서차림에 땀 냄새가 가득한 나는 전화를 받자마자 성북경찰서 형사가 삼각산 사이비종교의 자연파괴 현장이 심각해 빨리 가보라는 제보를 받았다.

1970년대 후반엔 자연보호운동이 범국민 운동으로 펼쳐지던 때여서 주말마다 우의동과 정릉계곡 등 서울 근교산에서 자연보호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다. 이 운동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 사회단체, 학생 등이 쓰레기를 치우며 자연환경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러한 시기에 서울 중심부인 성북구 정릉동 북악터널 주변의 삼각산 일대의 사이비종교에 의한 엄청난 자연파괴는 특종감이였다. 삼각산 뒷산 일대의 자연파괴는 매우 심각했다.

자연석을 캐내고 330 평방미터(100평)이상의 터 위에 각종 불법건물과 암자들이 마구 들어서 혐오감을 주었다. 집채만한 바위에 콘크리트를 바르고 그 아래에 불상이 세워져 있었다. 바위 위에는 페인트로 용과 호랑이 그림들이 흉측하게 그려져 있었다.

주말에 밤만 되면 불법 사이비 종교인들이 기업인이나 부유층의 돈을 받고 굿판을 벌였다. 무당은 살아있는 돼지의 창자만 긁어낸 몸통을 머리에 쓰고 피를 온몸에 적셔가며 칼춤을 추었다. 또 살아있는 닭에 칼을 꽃아 산신령을 부른다며 온갖 해괴한 굿판을 벌였다. 이러한 불법 무속행위는 대기업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운을 오게 하고 부유층들이 건강과 행운을 비는 도구로 남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 취재팀은 무속인들에게 한국의 무당굿을 해외에 소개하기 위해서 촬영하러 왔으니 협조해달라며 설득해 이들의 무속행위를 모두 취재할 수 있었다. 또한 이들 무속인들이 각종 바위 위에 그려놓은 불상과 촛불로 그을린 크고 작은 바위와 모닥불로 자연을 크게 훼손한 현장들, 또 대형 불법건물을 지어놓고 건물 안에 장관과 국회의원, 방송사 사장 등 유명인사의 감사패를 허위로 만들어 걸어놓은 현장도 취재했다.

이곳에는 돈을 받고 정신질환자 10여명을 수용해 치료를 한다며 손발을 묶고 매질을 하는 충격적인 내용도 취재할 수 있었다. 카메라 취재부 김광남 선배는 영상카메라를 가방에 몰래 숨겨 심야 무당굿 현장을 촬영하고 녹음하다 들키는 해프닝이 있었다.

당시 카메라는 필름으로 촬영을 했다. 그래서 기자의 현장 멘트나 현장 인터뷰는 먼저 카메라로 말하는 모습만을 촬영하고 실제 말소리는 녹음기에 녹음했다. 보도가 될 때는 화면의 입모양과 목소리가 서로 달라 화면과 녹음이 동시에 보도되는 현재와는 전혀 달랐다.

이 뉴스는 1978년 8월 27일 KBS TV 밤9시뉴스 톱으로 특종 보도되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KBSTV 9시뉴스가 끝나자마자 홍경모 KBS사장에게 전화해 KBS 9시 자연파괴 현장고발 뉴스가 매우 좋다며 극찬하면서 계속 보도할 것을 지시했다.

홍경모 사장은 최서영 보도이사와 김경식 보도국장에게 특별취재반을 구성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리 취재팀은 무더운 여름에 계속 취재현장을 누볐다. 박 대통령은 KBS의 자연파괴 현장 특종보도를 보고 MBC, TBC방송은 물론 중앙일간지 등 전 언론에 삼각산은 물론 계룡산, 무등산 등 전국 유명산의 자연파괴 현장을 취재하도록 했다.

또한 국무회의를 열어 전국의 유명산, 무허가 암자 등 자연파괴 현장을 샅샅이 뒤져 복구하라고 특별지시를 내렸다.

당시 내무부는 시장군수 연수를 통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연보호 특별교육을 실시했다. 이 교육에 특종 보도한 필자를 특별연사로 초청하여 자연파괴 현장에 대한 취재과정 등 고발내용을 강의하도록 했다.

필자는 한국방송협회에서 주는 방송대상과 KBS사장이 주는 보도 특종상을 받았다.

김학영 사회부장, 김부억 차장, 윤한중 내무부 출입기자(작고), 이윤성 시경캡(전 국회부의장), 홍성현 중부경찰서(전 보도국장 작고), 김인규 영등포경찰서(전 KBS사장, 현 경기대 총장), 홍성규 동대문경찰서(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류근찬 남대문경찰서(전 국회의원) 등 20여명이 종로경찰서 담당인 필자의 특종보도를 축하해주었다.

김학영 사회부장은 취재를 위해 무당에게 거짓말을 하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강한 집념을 높이 평가하며 “윤재홍은 천하의 사기꾼이 되거나 비행기로 아프리카 상공에서 낙하산으로 떨어뜨리면 1주일 만에 추장이 되어 나타날 놈이다”며 건배제의를 했다.

그 후 필자는 40년이 지난 70대의 나이에도 아직까지 KBS보도본부 선후배 동료들에게 ‘아프리카의 추장’, ‘윤추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어 별명 ‘아프리카 추장’은 아직도 그리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윤재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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