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법무법인 이우스 대표변호사 민변 광주전남지부 지부장 민주화운동관련자명예회복및 보상심의위 전라남도 행정심판위원ㆍ소청심사위원

관계에서 진정성과 공감능력을 바탕으로 처음 시작했던 초심을 잃지 말라고 나에게 일깨워 준 스승이 바로 어머니입니다. 어머니는 날 것 그대로의 제 자신의 맨얼굴과 언행과 허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본 분이며, 말이 아닌 실천으로 이상과 현실의 이격거리를 좁혀준 분이기 때문입니다. 자칫 관념적이고 공허한 옳은 이야기들의 나열로만 그쳐 현실감이 떨어질 수 있는 저의 삶과 이야기를 구체적 현실에서 저와 다른 입장에서 생각하게 하고 정작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을 배려하면서 실천하는 것이라는 점을 저에게 끊임없이 각인시켜주신 분이 어머니입니다.

저는 유년시절에 어머니를 보면서 모든 것을 배웠습니다. 저는 고향 영암 신북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졸업하였습니다. 고등학교는 광주로 유학 와서 다녔기 때문에 제가 어머니와 함께 오랜 시간 온전하게 생활을 하였던 시절은 제 인생에서 15살 때까지입니다. 제가 기억하는 그 시절의 어머니는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집안일이며 농사일까지 몸이 부서져라 고단한 삶을 사시던 모습이었습니다. 어린 제가 보기에 자식들을 위해 인내와 헌신으로 살아가시는 어머니가 대단하고 한편 안쓰러웠습니다. 제가 너무 어려서 어머니의 무거운 짐을 덜어 드릴 수 없다는 것이 마음이 아팠고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어머니가 고생하지 않고 편안한 삶을 사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곤 하였습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시절 서울 신림동의 창문도 없는 고시원 방에서 힘들게 공부할 때에도 제가 스스로를 다잡으며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한다면 우리 어머니가 얼마나 좋아하실까’라고 동기부여를 하는 희망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후 이제 법조인이 된지 15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저는 어머니의 아들로서 어머니가 본인의 삶으로 직접 보여주신 가르침들을 제 생활에서 하나씩 실천해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늘 저에게 말씀하시곤 하셨습니다. “정호야 항상 처음 시작했던 마음을 잊지 말아라. 못 배우고 힘없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말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되어라. 우리도 어려운 시절 아무 것도 없지 않았니.”어머니의 이와 같은 당부의 말씀 속에 어머니가 어떤 생각으로 삶을 살아오셨는지 고스란히 녹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가치가 ‘진정성’과 ‘공감능력’이라고 여기고 있습니다. ‘진정성’과 ‘공감능력’은 저의 어머니의 삶에서 저에게 이어진 가르침입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면서 무엇이 옳은지를 몰라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철이 들고 사회를 알아갈수록 우리에게 불리함을 알면서도 이를 기꺼이 감수하기가 어렵기에 실천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이다. 우리들의 삶과 인간관계의 모습은 그래서 본능과 이성의, 이상과 현실의, 진정성과 속물성의 끊임없는 갈등과 조화의 과정일 수 있습니다. 이미 오래 전에 초등학교 교실 한 구석에 버려두었던 철들기 이전의 순수함과 양식만 있다면 지식이 부족해도 세상은 너끈히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은 저는 어머니의 삶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셨고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하셨지만, 고등교육을 받은 어느 누구보다도 박제화 된 지식이 아닌 살아 있는 지혜로 다른 이들을 배려하고 이웃의 피해에 공감하면서 인내와 헌신으로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살아오신 삶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들인 저는 어머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학교교육과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지식을 쌓을 기회를 누렸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어머니가 말이 아닌 본인의 삶으로 몸소 보여주신 실천을 10분의 1도 따르지 못하고 있는 미혹한 제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저희 6남매가 이렇게 성장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당신의 인내와 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신의 은혜를 마음 속 깊이 간직하고 당신에게 받은 무한한 사랑을 당신의 사랑하는 손자, 손녀들에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누구에게나 가슴 먹먹한 이름 어머니...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자식을 위해 헌신한 이 땅의 모든 어머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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