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읍 회문리生 전 부천시교육청 관리국장 경기도 용인시 거주

우리 집 텃밭에는 사계절 상추를 기른다. 이른 봄에 씨를 뿌리고 비료도 주고 물도 주며 잘 자라도록 가꾼다. 그리고 수시로 상추 잎을 따다 먹는다. 쌈도 하고 겉절이도 하며 초장 무침을 하여 먹기도 한다.

채소 중에 가장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올해도 동이 서고 꽃이 필 때까지 잎을 따먹다가 더 이상 잎이 자라지 않아 뽑아냈다. 다시 땅을 일구고 비료를 뿌리고 일주일 동안 기다렸다가 상추씨를 파종했었다. 11월 말인데 상추잎이 10여㎝ 이상 자랐다. 새파랗고 얄싹하며 귀엽게 자란다. 집 사람은 겨울나기를 할 수 있을지? 몇 날을 걱정한다.

그러면서 휀스를 사서 비닐을 씌우고 보온을 해주자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인터넷을 탐색하여 집 사람과 같이 차를 몰고 시흥시 정왕동에 있는 공장을 찾아갔다. 회사에 진열해놓은 휀스를 보니 녹색은 없고 흰색만 있다.

주문을 받아 규격에 맞추어 제작을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제품도 없고 텃밭 규격도 알 수 없었다. 막연히 휀스공장에 가면 우리가 원하는 규격품을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나는 집 사람에게 작년에 월동을 했으니 올해도 그냥 견디어 보자고 하며 서둘러 귀가했다. 그러나 집사람은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꼭 하고야마는 성격이다. 집에 와서도 휀스를 주문하고 싶어 한다. 하는 수 없이 텃밭에 심어진 상추밭 넓이를 재 보았다. 가로 260㎝, 세로 130㎝다.

회사에 전화해 보니 재고품 중에 193㎝에 120㎝ 규격품만 있다고 한다. 집 사람은 그 규격이면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그냥 주문하자고 한다. 주문하기 위해 가격을 물었다. 한 장에 2만원 이란다. 두 장을 주문했다. 두 장에 4만원인데 용달차 운임이 5만원이다. 물건 값보다 송달비가 더 비싼 것이다. 인터넷 뱅킹으로 9만원을 송금했더니 다음 날 배송해 왔다. 집 사람은 취미생활이나 하고자 하는 일이 있으면 돈 쓰는 일을 아끼지 않는다.

보내온 휀스를 상추밭에 올려놓고 말뚝을 박아 헨스와 연결해 끈으로 묶었다. 남쪽 방향으로 15도 각도로 경사가 지도록 설치하여 눈이나 비가와도 흘러내리도록 하였다. 그리고 비닐을 씌우고 바람에 날리지 않도록 벽돌로 중간 중간 얹어 놓았다. 모양이 좋아 보인다. 새파란 상추들이 좋아하는 듯 느껴지고 기분도 좋았다.

이제, 우리 집 상추는 추위와 싸워 강하게 자랄 것이다. 봄에 뿌린 상추는 연약하게 자라지만 월동한 상추는 모진 추위와 싸워 강하게 자랐기에 맛이 더 쓰고 잎도 아싹거리며 영양이 많아 효능도 좋다. 시골에 살았을 때도 텃밭에 상추는 항상 있었다. 여름철 상추 잎에 밥 한 숟갈 올리고 된장과 게를 넣어 먹는 맛은 일품이었다.

상추에 대한 이런 일화도 있다. 임금님이 민정시찰을 하던 중 농촌에서 농민들과 상추쌈을 하였는데 그 맛이 얼마나 좋았는지 궁에 들어와 민정시찰 때 먹은 그 풀을 가져오라해 상추쌈을 해보니 맛도 없고 써서 상놈의 풀이라 하여 그 이름이 상추가 되었다는 유래도 있다. 민정시찰 때 배가 고파먹던 상추쌈과 산해진미가 가득한 궁중에서 먹던 음식과는 달랐을 것이다.

우리 집 3~4평 되는 텃밭에 13만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그 돈이면 많은 량의 상추를 사서 먹을 수 있는 금액이다. 비록 상추 기르기에 소비되는 비용이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비용보다는 삶의 가치에 더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 본다.

상추가 몸에 좋다하여 인터넷에서 상추의 효능을 검색해 보았다. 각종 비타민, 라신, 칼슘이 풍부한 채소임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 소중한 채소의 효능을 새롭게 인식하며 살펴 보았다.

첫째, 알코올 섭취 시 열독을 풀어주는 효능이 있고 숙취해소에 도움을 주며 비타민C, 베타카로틴 성분이 풍부하여 피로 회복과 간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한다.

둘째,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는 베타카로틴 성분은 눈 피로회복과 시력보호와 눈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셋째, 상추에는 칼슘성분이 풍부하여 뼈를 튼튼하게 하고 성장기 어린이와 골다공증이나 뼈가 약한 노인들에게 도움이 된다.

넷째, 상추에는 식이섬유가 많아 장의 운동을 원활하게 하고 숙변 제거와 변비 예방에 도움을 준다.

다섯째, 상추 줄기에 함유되어 있는 락투신 성분은 진정효과를 지니고 있어 불면증이나 숙면에 도움을 준다.

여섯째, 상추에는 철분이 많아 조혈작용을 도와주고 아미노산이 풍부하여 해모글로빈 결핍을 방지하여 빈혈 예방에 도움을 준다.

일곱째, 상추에 풍부한 비타민, 미네널, 철분, 아미노산이 함유되어 체력 및 피로회복에 도움을 준다.

여덟째, 상추는 열량이 적고 섬유질이 풍부해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고 칼슘 성분이 식욕을 억제해 다이아트에 도움이 된다.

아홉째, 각종 비타민 무기질이 풍부하여 피부 미백에 도움을 주고 환하게 하며 촉촉하게 해 준다.

그러나 상추는 차가운 성질이 있기 때문에 몸이 냉한 사람에는 설사복통을 유발할 수도 있으니 과량 섭취는 않은 것이 좋으며, 졸음을 피하기 위해서는 줄기 부분을 잘라내고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상추가 인삼에 못지않은 보약과 같은 채소라며 즐겨먹는 사람도 있다. 나도 상추를 좋아해 어렸을 때나 어른이 된 지금도 자주 먹는다. 이렇게 소중한 채소를 집 사람은 돈을 아끼지 않고 보호 관리한다. 겨울나기를 하여 봄에 맛 좋고 효능 좋은 상추를 먹기 위해서다. 상품 값보다 비싼 운반비를 지출하며 구입해온 휀스를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어두워 질 때까지 보온작업을 계속했다. 내년 봄에 정성들여 가꾼 상추가 겨울나기를 하여 튼튼하고 영양가 높은 채소로 밥상에 올라 우리 생활을 즐겁게 해 줄 것이다. 비록 연약한 식물이지만 귀한 채소로 소중하게 가꾸리라.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