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동 학(영암경찰서 경무과)

우리 경찰은 2004년도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목표를 600명으로 잡고 있다. 경찰의 노력으로 단 한 사람만이라도 목숨을 구해내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물에 빠지거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출해내면 단번에 영웅대접을 받고 용감한 시민으로 표창을 받지 않는가?

그런데 사망자를 600명이나 구한다면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대단한 일은 쉽게 얻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지금까지 아무 일도 안하고 있었다면 모르겠지만 2002년도에는 사망자를 1천명 가까이 줄였고, 2003년도에는 그렇게 큰 성과는 못 올렸지만 그래도 상당수의 감소를 보았다.

2003년도에 전년대비 성과가 적었던 것도 더 이상 뾰족한 수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교통사고를 줄이는 것이 경찰에 주어진 직접적인 임무는 아니다. 교통사고에 관한 경찰의 임무는 교통질서를 잡고, 사고가 나면 조사보고서를 만들고 법규위반 사항이나 사고현장을 처리하여 다시 교통질서를 회복시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찰은 금년에도 예년처럼 그간 손대지 못했던 사고 많은 지점을 개선하고 사고 위험지역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며 교통사고가 비교적 많은 영업용차량에 대한 지도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에도 열심히 했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하기도 어렵거니와 그렇더라도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예년에 하지 않았지만 사고 감소효과가 기대되는 항목을 새로 발굴해 내지 않고서는 교통사고 사망자를 600명이나 줄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정지선 지키기``다.

정지선을 어떻게 지키는 것이 제대로 하는 것인가. 차량의 앞 범퍼가 하얀 정지선 표시위로 올라오면 안된다. 어떤 사람들은 바퀴가 정지선을 밟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 안 것이다. 보행자가 정지선을 위로 걸어갈 경우도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범퍼가 이를 침범하는 것은 위험하다.

좌석 안전띠를 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정지선 지키기는 이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좌석 안전띠는 사고가 났을 때 자기 목숨을 구하기 위한 것인데 정지선 지키기는 첫째, 교통사고가 나기 전에 주의를 해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니 좋고 둘째, 나를 위하기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것이니 숭고한 마음이다. 평소에는 착하던 사람들이 차를 몰고 도로에만 나서면 욕쟁이가 되어 남이 조금만 끼여들려 해도 자존심이라도 상하듯이 화를 내는가 하면, 나 또한 그럴 때가 없는지 한번 반성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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