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병 인(금정면 출생/광주시광역시 남구 진월동)


풍요속의 빈곤이 으스스 움츠리게 하는 수확의 계절!
골병들어 불편한 육신을 끌고 고생고생 수확한 벼를 처분못해 안절부절하는 농부의 애환이 눈물겹고, 자식들 뒷바라지에 주머니가 텅빈 채 무능한 부모로 전락하여 가슴에 불덩이를 안고 기죽어 사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의리와 인정에 팔뚝을 걷어붙이는 건 전라도의 화끈한 기질 때문일까?

허영심과 최고급을 선호하는 성향에 부채질하는 약삭빠른 상술과 일생에 한번이라는 치기가 어울려 예식장도 등급이 매겨져 순서를 기다리는 실속 없는 젊은 세대.

모처럼의 여가도 빼앗긴 채 결혼식에 참석해 준 하객들께 대접하는 음식의 질과 서비스는 낙제점이여 1만 5천원×4명의 잔칫상에서 푸짐하고 맛깔스런 전라도 음식맛과 인정은 간데없이 핏대를 세우며 항의하는 모습은 흔한 구경거리일 것이다.

외국처럼 야외 공원이나 공공시설을 이용하여 절친한 분만 초대하고 정중하고 성스런 축하의 잔치가 아니라 신랑이 정복자처럼 만세를 부르고 짖궂게 키스를 시키는 무례와 저질스런 행위의 결혼식도 꼴불견이지만, 주소록을 베껴 청첩장을 남발하고 축의금 봉투만 내밀고 식당으로 줄줄이 달려가는 하객도 문제인 것이다.

비싼 관광버스를 대절하고 사진찍기 위해 기백만원을 낭비하는 허례허식을 기죽일 수 없어 따라하는 고질적인 병폐를 개선할 수 없을까?

마당에 차일을 치고 이글거리는 숯불에 돼지고기를 굽고, 웃음과 낭만이 넘쳐나는 전통혼례식이 번거롭다면 말쑥한 회관이나 공공건물에서 혼사를 치르면 경비도 줄이고 지역경제도 살릴 수 있어 편리할텐데.

내 고향에서 결혼하기 캠페인에 지자체나 농협 등에서 그 예산도 큰 비중을 차지 않으면서 파급효과와 실리와 명분도 충분치 않을까.

외화내빈의 허례허식을 과감하게 깨뜨리고 냉정을 찾아가는 건 이해타산과 거리가 먼 농심에서 해법을 찾을 수 있고 신선한 충격으로 호응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충분치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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