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헌-
2005년도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노라니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시 한편이 생각나 실어봅니다. 아름다운 이 시 만큼이나 사랑이 넘치는 우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12월을 정리하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애나벨리***
먼 옛날 바닷가 어느 왕국에
애나벨리라 이름하는
한 소녀가 살고 있었답니다.
그 소녀는 나를 사랑하고 내 사랑을 받는 것 외에는
다른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어렸고 나도 어렸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닷가 왕국에서
사랑 이상의 고귀한 사랑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늘나라의 날개달린 천사들도
우리의 사랑을 부러워했습니다.
그 때문에 여러해 전 바닷가 왕국에는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와
나의 애나벨리를 싸늘하게 만들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의 고귀한 친척들이 와서
나에게서 그녀를 빼앗아
바닷가 왕국의 무덤 속에 가두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 우리의 반만큼도 행복하지 못한 천사들이
그녀와 나를 시기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까닭은 그것뿐입니다.
바닷가 왕국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밤새도록 구름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나의 애나벨리는 싸늘하게 숨졌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은 훨씬 강했습니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의 사랑보다도
우리보다 위대한 사람의 사랑보다도
하늘나라의 천사들도 바다 밑 지옥의 마귀들도
애나벨리의 영혼으로부터 나의 영혼을 갈라놓지는 못했습니다.
달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나벨리의 꿈을 꿉니다.
별이 비칠 때면 아름다운 애나벨리의 눈동자를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나는 밤새도록 애나벨리의 곁에 눕는답니다.
그 곳 바닷가 무덤,
파도가 철썩이는 바닷가 무덤 속에서.
에드거 앨런 포(1809 ~1849·미국)
이 시는 에드거가 죽기 바로 전 1849년에 쓴 시랍니다.
에나벨리는 그의 부인일 수도 있고.. 가공 인물일 수도 있다는 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