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병 인(금정면 출생 · 광주시 주월동)


이른아침, 서둘러 번개시장 가는 재미를 경험 못한 분은 생동감 넘치는 삶의 현장과 훈훈한 인심을 알지 못한다. 손수 청정하게 가꾸어 우리 입맛에 맞는 먹을거리를 비닐봉지에 올망졸망 담아 이고지고 와서 맨바닥에 펼쳐놓고 애원하듯 바라보는 슬픈 눈. 손톱이 닳고 늙은 호박처럼 주름투성이의 초라하지만 강한 노인이 어머니를 뵙는 기분을 들게 하는 친숙함도 좋고 대형마트에서 전자저울에 달아 십원 단위까지 계산하는 삭막함이 싫어 새벽시장을 즐겨 찾는다.

고향의 입맛을 살려 덤까지 후하게 얹어주는 알토란 한 바가지와 잡티 없이 잘 건조시킨 들깨 서되, 농수로에서 직접 잡았다는 살이 통통 찐 미꾸라지를 넉넉하게 사고 뿌리만 가져가고 버려진 무청을 한움큼 얻어와 펼쳐보니 너무 살갑고 흡족했다.

그분들이 일손을 놓게 되면 소득없이 고생만 따르고 해치워도 끝이 없는 벅찬 농사일을 그 누가 지속할 것이며, 버려진 농토를 다시 일구어 제철에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주·부식을 싼값에 공급해 줄 것인가.

언어와 풍속이 다른 외국 신부를 수입해와 단일민족의 혈통이 무너지면 족보가 무슨 소용 있을 것이며, 저질의 외국농산물이 물밀듯 수입되어 우리의 건강한 식단마저 교란시키는 혼돈의 세상에 당장 내일의 삶조차 불안하여 꿈과 희망이 없다면 어둠의 바다에 시동이 꺼진 채 표류하는 여객선과 다름없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부간에서 신뢰와 사랑, 양보와 배려의 두터운 정마저 금이 가고 냉혹한 이기주의와 물질만능과 한탕주의가 만연하고 일관성 없는 정부에 대한 불신감마저 극에 달한 현실이 두려운 것이다. 고량진미의 값비싼 음식을 포식하고 편하기 때문에 늘어나는 과체중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느라 헬스클럽은 문전성시이고, 식약품으로 엄청난 돈이 지출되는 세상이 모순이요, 소비증진을 위한답시고 길거리에서 조건없이 발행해 준 신용카드 때문에 단란했던 가정이 파산되고, 장래를 망치게 한 경제를 알고 준비된 대통령을 무조건 신뢰하며 지지한 것이 크나큰 착오였다면 지탄받을 헛소리일까.

탁상공론의 엉성한 정부시책과 대기업의 문어발식 수출을 돕기 위해 억울하게 희생양이 되어 도탄에 빠진 농촌과 농민을 구제하는 것이 국민의 혈세를 애걸하듯 바치면서도 질질 끌려 다니는 남북경제 협력사업보다 몇곱절 시급한 중대 사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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