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후 고3 학생들 잡아줄 교육 실종
“수능을 치르니 할 일이 없어 고민이에요”
올해 수능을 치른 지역 고교 3학년 학생이 던진 말이다. 수능을 보고 자신의 성적을 토대로 대학입학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지역의 고3 학생들은 오히려 한가해진 시간으로 심각한 ‘수능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역의 한 고교생은 “도시권의 또래 친구들은 더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논술에 어학 준비에 바쁘다고 하는데 나는 한가하다”며 “배울 곳도 마땅히 없고 진학에 대한 정보도 학교에서 듣는 게 전부여서 답답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능이라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높고 험난했을 산을 하나를 넘은 고 3학생들이 막상 그 커다란 중압감에서 벗어났지만 이를 발산할 매개체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특히 지역차원의 고 3 학생들을 위한 문화행사 등은 거의 없어 상대적으로 즐길 거리나 볼거리가 많은 목포나 광주로 학생들은 발길을 옮기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을 잡아줘야 할 학교의 수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수능을 치른 터라 수업 집중도가 떨어질뿐더러 교사들의 수업 열의도 평소와 다르기 때문에 수능후 학교 수업은 파행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설명이다. 아예 결석을 하는데도 학교가 묵인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학에서 미술, 음악, 무용 등 예체능을 전공하려는 학생은 아침에 등교하는 대신 학원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수시전형이나 논술에 대비하는 학생들도 수능이 끝나자마자 아예 등교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학교가 아주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고3 학생들을 위해 겨울방학 전까지 특별강연, 유적지·기업체 방문 등 현장 체험학습, 문화활동, 진로상담 등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관심이 저조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한 학부모는 “농촌지역에서 학교는 대학입학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창구이다”며“뻔하고 무의미한 프로그램보다 구체적이고 알찬 체계적인 전인(全人)교육 프로그램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