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인(영암고등학교 진학실)


요즈음 우리 고장에는 때이른 무더위에 겹쳐 중·고등학교 통합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그 동안 영암을 사랑하고 묵묵히 가꾸어 오신 몇분 애향 인사들의 염려어린 말씀들을 떠올리며 영암교육의 미래를 위해 몇마디 제언을 드리고자 한다.


중·고등학교 통폐합이 영암 교육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것에는 나도 공감이 간다. 그러나 사학에 공립이 흡수 통합되는 것은 농촌인 영암에서는 영암교육의 발전은 커녕 헤어날 수 없는 수렁에 빠지는 것이 자명한 일이다. 그리고 공립이 사학에 흡수 통합되는 사례는 대한민국 어디에서도 그 사례를 찾을 수 없다. 


인근 장흥도 장흥고와 장흥여고가 모두 공립이었기에 하나는 인문고로 하나는 실업고로 쉽게 통합이 가능하였다. 이렇게 공립끼리 역할 분담으로 통합하여 명문고로 발전하고 있는 지역으로는 인근 장흥을 비롯하여 해남, 완도, 담양, 곡성 등 사례가 많다. 이들은 모두 공립에서 공립으로 상호 흡수 통합되었다. 어디도 사립에 공립이 통합되지는 않았다. 우리나라 교육적 현실에 비추어볼 때 사학으로의 흡수 통합은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사학이 잘 되려면 재단의 재정이 튼튼하여 학교운영비를 적어도 일정비율 이상은 재단에서 부담하여야 한다. 아니면 학생 수라도 매우 많아야 한다. 그래서 학생수가 보통 30학급이 넘는 서울이나 아니면 광역시 등 도시지역이든가, 아니면 재단을 튼튼한 기업이 후원을 하던가 하는 곳만이 사립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암의 사학은 1%에 불과하다. 1% 자본으로 99% 자본을 지원 받겠다는 것이니 어불성설이다. 그러니 학부형과 지역 자치단체 및 교육청의 부담만 가중되는 것이다. 


사학은 개인 재산이다. 통폐합의 결과가 국가 재정을 끌어다 개인 재산을 늘리는데 지원하였다면 잘 한일 이라고 생각이 드는가? 영암군민은 세금은 국가에 내놓고, 국가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교육혜택은 사양할 것인가?


10년 후 20년 후 미래의 영암 교육을 생각해 보자. 지금처럼 학생수에 의존하는 사학에 맡겨 무책임하게 무너지는 영암 교육을 볼 것인가?


어려운 여건에서도 열심히 하여 명문고로 발전하는 영암고를 없애고 사립으로 흡수시켜 개인재산 증식을 도와야 하는가? 지금까지 60여년 동안 일구어온 선배 교육자들에게 부끄럽지 않고, 후대에 잘 한 일이라고 칭송 될 일인가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하여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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