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한복 고집하는 마지막 주민일듯
진짜 갓은 300만원 홋가... 5만원짜리 나일론재료 갓 착용

지난 11일 오전 영암읍 버스터미널에서 가까운 읍내 거리에 햐얀 두루마기에 검은 갓을 쓴 한 어르신이 나타났다. 사람들이 호기심을 보였지만 어르신은 다른 사람의 시선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유유히 걸음거리를 옮겼다.
갓과 두루마기에 흰 고무신을 신은 주인공은 서호면 성재리 이사균(87) 어르신이었다. 이 어르신은 오랬동안 영암향교와 마을등에서 훈장을 지낸 한학자다.
오랜만에 읍내 외출을 나온 어르신은 이날 덕진면 노송리 노노동마을 지인인 신양성(78)어르신의 안내를 받으며 시장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점심을 함께 하면서 읍내에서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점심을 먹으면서 사서삼경중의 하나인 서경의 문구를 놓고 질문을 주고 받았다.
이 어르신은 한복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학하는 사람이 옛 전통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이렇게 입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또박또박 말했다.
신양성 어르신은 영암에서 요즘에 갓에 두루마기를 입은 사람은 이사균 어르신이 유일할 할 것이라고 했다. 특별한 행사가 있으면 전통복장을 한 사람을 구경할 수 있을 뿐 생활속에서 전통한복을 입은 모습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사균 어르신은 일상생활속에서 한복을 지키고 있는 마지막 주민인 셈이었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어르신의 갓이 전통갓이 아니라 나일론 재질이라는 것이었다. 전통 갓의 가격이 300만원을 홋가하기 때문에 도저히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갓은 5년전에 광주 양동시장에서 5만2천원에 구입한 것이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시력이 많이 떨어진 것 외에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인 어르신은 군내 버스를 타고 읍내에 나올 때 기분이 제일 좋다고 했다.
이날 길 안내를 맡은 신양성씨는 한학에 대해 ‘선생님’께 질문할 것도 많고 해서 종종 뵙고 있다고 했다. 신씨는 성균관에서 수학하며 진사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두 사람은 학문을 교류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어르신에게 요즘 세상의 법도가 어떻느냐고 물어 보았다. 어르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세상은 자꾸 변하는 것인데 누군들 탓할 수가 있겠느냐. 거기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울 뿐이다. 나이가 들수록 외로워서 탈이다. 옆에 대화할 사람이 없어 참 힘들다. 예전에는 책을 보며 마음을 달랬는데 지금은 시력도 좋지 않아 책을 보지 못한다. 세상이 시끄러운 것은 다들 공부를 하지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건강할 때 많은 공부를 하길 바란다”
이 어르신은 소원이 무엇이냐고 뭍자 “진짜 갓은 너무 비싸서 못사겠고 어디서 쓰던 것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진짜 갓을 장만하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