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롱나무거리 관리 부실, 백일홍이 십일홍으로 '전락'
가로수 관리예산 전무 벗나무, 단풍 활용방안 찾아야

 

9월 말이지만 벌써 낙옆이 져서 가지만 앙상한 벚나무들. 자연현상이 아니라 사실은 영영분이 부족해 낙엽이 빨리 진 것이다.

학산면 신덕마을에서 군서면 월곡리 21㎞구간에는 배롱나무(백일홍) 거리가 조성돼 있다. 군이 2005년부터 4년간 심은 4천여 그루의 백일홍이 자라고 있다.

그런데 올해 백일홍을 구경간 사람들은 적잖은 실망을 해야 했다. 보통 8월 초면 만개해야 할 꽃이 늦게 핀데다 그나마 9월 중순들어 만개한 꽃도 흐지부지 했기 때문이다. 백일 동안 붉게 핀다는 백일홍은 십일홍 아니냐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백일홍이 백일홍 답지 못한 이유는 올 여름 이상 저온과 태풍으로 생장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일홍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않은 이유도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보통 백일홍은 1년생 가지에서 꽃이 핀다. 좋은 꽃을 보기 위해서는 매년 꼼꼼하게 정지(整枝)작업을 해줘야 하고 병해충 구제작업과 함께 적당한 거름도 해야 꽃이 아름답게 핀다는 것이다. 정지작업을 하면 나무의 모양도 잘 잡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영암군은 가로수 관리 예산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올들어 나무를 심는데는 8억4천만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정작 나무를 관리해서 잘 키워야 할 예산은 세우지 못하고 있다. 전남도가 나무의 병해충을 방제하라며 주는 돈이 1천만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군은 칡넝쿨 제거작업 용도의 인부들을 고용해 나무 주변에 풀을 베어주는 정도의 관리를 하고 있으나 역부족이다. 영암과 같이 배롱나무를 심고 있는 화순군은 올해 백일홍 관리예산만 6천여만원을 사용했다.
 
가로수와 관련해서 우리 영암지역에서 빼놓을 수 없는게 벚나무다. 벚나무는 봄철 영암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관광상품이지만 봄 한철 10여일 정도만 관광상품이 된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특히 잎이 떨어지는 현상도 빨리 나타나 보통 늦여름이 되면 벌써 낙엽이 지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영암읍~왕인박사 유적지 사이 수백그루의 벚나무는 대부분 낙옆이 떨어져 가지만 앙상했다.
 
이를 극복하고 활용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벚나무의 낙엽이 지는 현상을 지연시켜 벚단풍을 관광상품화하고 있다.

벚나무에 소똥(牛糞)을 거름으로 넣어주면 10월 중순까지는 단풍이 늦게 들고 낙엽 현상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암은 그 일을 못하고 있다. 소똥을 구입할 가로수 관리 예산이 없기 때문이다.
 
조경전문가들은 "나무는 심어만 놓은다고 해서 잘 자라는게 아니라 영양분을 공급하고 가꿔야 한다"며 "지금까지 적잖은 나무를 식재한 만큼 지금부터는 나무를 가꾸고 관리하는데 관심과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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