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대 희
·재광향우회 고문
·광주시 북구 동림동 거주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다. 무엇인가를 생각하지 않고는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갈대, 그것이 바로 인간의 숙명이다.

가을에 수확이 있고 단풍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아름답던 단풍은 낙엽으로 변해간다. 덧없이 버림받아 땅위를 구르는 낙엽을 바라보면서 나도 언젠가는 저 가련한 낙엽처럼 가버릴 거라는 인생무상을 느끼게 하는 인간칠십 고희가 눈앞에 서 있다.

자연은 가을이 있기에 무더운 여름의 낭만을 추억할 수 있고 인생에는 사유하는 힘이 있기에 삶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나는 흐르는 시간과 다시 올 수 없는 생명의 그림자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언젠가는 우리 모두 낙엽이 될 것이라는 우수 때문에 잠 못 이루는 밤이 수차하는 내 인생길... 그러나 인생의 모든 것은 무상한 것... 슬픔도 가고 기쁨도 가고 사랑하는 사람도 미워하던 사람도 모두 다시 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야 말 것이다. 행복과 불행도 가고 돈과 명예도 가고 전부가 가버릴 것이다.

그러나 인생의 쌀쌀한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에서 오는 우수가 뼈를 깎더라도 우리는 인생을 알차게 살아야 한다. 건강한 인생, 알찬 인생은 건전한 자세에서 온다. 세상이 아무리 병들어 있다 하더라도 삶만은 건강하고 정직해야 한다. 인생의 참된 길은 중용에 있다. 인생에 있어서 허세는 삶의 뿌리를 갉아먹는 좀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의 가치가 결코 향락이나 재물의 거대한 상속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쓸쓸한 인생의 가을밤에 홀로 앉아 무엇인가를 탐구하고 생각하는 삶이야말로 더욱 값진 것이 아닐까.

가난해도 세계를 정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부자이면서도 세상을 혼탁하게 하는 사람이 있다. 차라리 세상을 멍들게 하는 부자보다는 가난한 영웅이 되는 인생관을 내 인생 가을에 생각해 본다. 세월이 눈에 보이게 오고가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는 사물은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생각하게 한다.

칠십길 내 인생을 회고해보니 내 여생에 간곡한 소원이 있다면 월출산이 서쪽으로 뻗어내려 흑석산이 해남을 가르고 은적산이 내려와 영산강 종류를 만나는 곳... 오늘도 동리앞 망월천은 유유히 바다를 향해 흐르는!! 이곳이 내고향 학산이라오.

공자는 노나라에서 세번 추방을 당했으나 고향인 노나라를 원망하지 않고 예수는 골고다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면서도 유태인을 원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고향 그리고 이곳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고향 사람들. 정든 이 땅과 고향사람이 나에게 존재하는 한 난 그들을 영원히 사랑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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