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깊고 물 또한 맑으니, 정자 백년의 소리 얻었네”
願豊亭記(원풍정기)

甲戌流夏 通政大夫前李朝參議奎章閣 原任直閣 唐城洪鎭裕 記(갑술유하 통정대부전이조참의규장각 원임직각 당성홍진유 기)
원풍정기(원문해석)

청상고결을 스스로 지키려는 자 김권수, 신성순, 신흥균, 김용호, 김용장, 김원중, 김용효, 김용관, 김대중 등 여러 사람들이 정자를 처음 창건하여 스스로 이름 붙일 것을 생각하고, 우러러 모든 산의 모습을 바라보니, 구름과 안개는 고리처럼 서로 이어져 있고, 넓은 들판은 남쪽으로 트여있는데, 초목들은 많고 샘과 돌(자연)이 매우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눈이 아름답고, 들리는 것에 귀가 아름다우니, 그 원하는 뜻을 따라 풍이라 하였다. 마침내 달이 떠올랐다가, 끝내 돌아갈 줄 모르니, 고로 그러한 바에 나아가 호를 취하려 한다.
구양수의 취옹정기에 이르기를 “해가 떠 숲의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돌아와 바위동굴이 어둑해지니, 어두웠다 밝아졌다 하며 변화하는 것이 산속의 아침과 저녁이다. 들꽃이 피어 향기 그윽하고 좋은 나무 수려하게 자라 그늘이 무성하고, 바람은 높고 서리는 깨끗하며, 물이 떨어져서 돌이 드러나는 것이 산 속의 사계절이다.”라 하였으니 이 정자는 월출산의 동쪽에 있고, 흰 구름 떠있는 도갑사의 종소리는 때를 알리고, 영산강은 그 서쪽에 있는데 순풍고도에 어부들의 노래 소리 서로 화답하고, 경치가 대체로 빼어나니 그 즐거움을 어디서 구하리오. 한 산의 모퉁이와 한 샘의 곁에 정자의 문미는 높이 하늘 위로 솟아있고 계단에 올라 서보니 아래로는 땅이 없으니,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 어찌 특별히 이 사람들만의 원풍이겠는가? 이 땅은 어느 곳인가? 풍속이 순박하고 사람들은 순하며, 들은 넓고 땅은 비옥하여 생계가 스스로 족하여, 즐겨서 옛사람들이 그러한 꾀를 계획하여 취하지 않았겠는가? 모시와 삼은 성하고, 곡식은 무성하며, 또한 사람들의 원함에 따라 그 해의 풍년이 이루어지니, 다만 해마다 대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로 인하여 그 산천을 근본으로 삼고, 그 풍속의 아름다움을 말하니, 이로 하여금, 풍년을 원하는 것은 태평성대가 편안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노소는 이 사람들이 함께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겠는가? 게다가 또한 문장이 아름다운 선비들이 이곳에서 함께 노니니 좋고 다행한 것이 아니겠는가? 친구 박제준이 본래 물을 베는 것과 같은 의의로, 이 정자를 세운 것을 말하고 나에게 기를 써 달라 부탁하여 내가 잊을 수 없어 망령되이 그것을 기록하며, 이어서 시로써 말하노라. 이 지역은 산이 깊고 물 또한 맑으니, 풍이란 명의 정자 백년의 소리를 얻었네. 봄에는 마땅히 시와 술, 가을에는 희롱하니, 꽃 위에 피는 달 빛 빼어나 이 세상 정취가 아니네.
갑술년(1934) 유월 통정대부 전이조참의 규장각 원임직각 당성 홍진유 쓰다.
己丑 季秋 白山 金基俊 拙譯하다
기축 계추 백산 김기준 졸역하다
/글·사진=김창오 편집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