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깊고 물 또한 맑으니, 정자 백년의 소리 얻었네”


願豊亭記(원풍정기)

▲ 규장각 학사 홍진유가 쓴 원풍정기. 문장이 아름다운 선비들이 이곳에서 많이 교류하니 좋고 다행한 일이라고 썼다.
湖南之地 多奇觀勝區 古來慣以誦之 而朗城之西茅亭之東(호남지지 다기관승구 고래관이송지 이랑성지서모정지동) 有構一亭 曰願豊 趣味且足 淸高自守者(유구일정 왈원풍 취미차족 청고자수자) 金權洙,申性順,申興均,金容浩,金容長,金元中,金容孝,金容瓘,金大中諸君(김권수,신성순,신흥균,김용호,김용장,김원중,김용효,김용관,김대중제군) 創建 自以爲記號 望而見於諸山之相環 雲烟相結(창건 자이위기호호 망이견어제산지상환 운연상결) 巨野南坼 草木多而泉石甚佳目美乎其所睹(거야남탁 초목다이천석심가 목미호기소도) 耳美乎其所聞 則願隨意而? 竟月登臨 終而歸也(이미호기소문 칙원수의이풍 경월등임 종이귀야) 故卽其所以然而爲取號(고즉기소이연이위취호) 歐陽子醉翁亭記 云 ‘若夫日出而林斐開 雲歸而巖穴暝(구양자취옹정기 운 ‘약부일출이림비개 운귀이암혈명) 晦明變化者 山間之朝暮也 野芳發而幽香 佳木秀而繁陰(회명변화자산간지조모야 야방발이유향 가목수이번음) 風霜高潔 水落而石出者 山間之四時也’(풍상고결 수락이석출자 산간지사시야’) 此亭者 月出在東 白雲古寺 鍾聲時報 龍江在其西(차정자월출재동 백운고사 종성시보 용강재기서) 順風孤棹 漁歌互答 景槪絶勝 其樂何求一山之隅(순풍고도 어가호답 경개절승 기악하구일산지우) 一泉之傍 楣宇聳高上出 中?棧道 層立下臨無地(일천지방 미우용고상출 중소잔도 층립하임무지) 佳境難再見 豈特此人之願豊 此地何處(가경난재견 기특차인지원풍 차지하처) 俗朴人淳하고 野廣土沃 生計自足 肯取昔者計(속박인순야광토옥 생계자족 긍취석자계) 然之計耶 枾麻郁郁 禾黍離離 又隨其人願 其歲之豊成(연지계야 시마욱욱 화서리리 우수기인원 기세지풍성) 而特非所其年年大有也哉 因爲本其山川(이특비소기년년대유야재 인위본기산천) 道其風俗之美 使此 知所以安其豊年願者穀腹無事之時也(도기풍속지미사차 지소이안기풍년원자곡복무사지시야) 今同樂之老少는 未知此人之共同所願歟 抑亦文章雅士同(금동락지노소 미지차인지공동소원여 억역문장아사동) 遊於此者 其可不善且幸歟 朴友齊準 本是以割水之誼(유어차자 기가불선차행여 박우제준 본시이할수지의) 言此起亭 托余爲記 余不能却 忘而記之 又得(언차기정 탁여위기 여불능각 망이기지 우득) 以托名於諸君子之次 繼以詩曰 此地山深水又淸(이탁명어제군자지차 계이시왈 차지산심수우청) 豊名亭得百年聲 春宜詩酒秋宜玩 花月靈區不世情.(풍명정득백년성춘의시주추의완화월영구불세정).

甲戌流夏 通政大夫前李朝參議奎章閣 原任直閣 唐城洪鎭裕 記(갑술유하 통정대부전이조참의규장각 원임직각 당성홍진유 기)

 

 

원풍정기(원문해석)

▲ 여름 장마철의 원풍정 풍경.
호남의 땅은 경치가 빼어나고 아름다운 것은 예부터 습관적으로 말하였다. 영암의 서쪽과 모정의 동쪽에, 한 정자가 있으니, 이름하여 원풍이라. 취미를 즐기기에 또한 족하리라.
청상고결을 스스로 지키려는 자 김권수, 신성순, 신흥균, 김용호, 김용장, 김원중, 김용효, 김용관, 김대중 등 여러 사람들이 정자를 처음 창건하여 스스로 이름 붙일 것을 생각하고, 우러러 모든 산의 모습을 바라보니, 구름과 안개는 고리처럼 서로 이어져 있고, 넓은 들판은 남쪽으로 트여있는데, 초목들은 많고 샘과 돌(자연)이 매우 아름다워, 보이는 것에 눈이 아름답고, 들리는 것에 귀가 아름다우니, 그 원하는 뜻을 따라 풍이라 하였다. 마침내 달이 떠올랐다가, 끝내 돌아갈 줄 모르니, 고로 그러한 바에 나아가 호를 취하려 한다.
구양수의 취옹정기에 이르기를 “해가 떠 숲의 안개가 걷히고 구름이 돌아와 바위동굴이 어둑해지니, 어두웠다 밝아졌다 하며 변화하는 것이 산속의 아침과 저녁이다. 들꽃이 피어 향기 그윽하고 좋은 나무 수려하게 자라 그늘이 무성하고, 바람은 높고 서리는 깨끗하며, 물이 떨어져서 돌이 드러나는 것이 산 속의 사계절이다.”라 하였으니 이 정자는 월출산의 동쪽에 있고, 흰 구름 떠있는 도갑사의 종소리는 때를 알리고, 영산강은 그 서쪽에 있는데 순풍고도에 어부들의 노래 소리 서로 화답하고, 경치가 대체로 빼어나니 그 즐거움을 어디서 구하리오. 한 산의 모퉁이와 한 샘의 곁에 정자의 문미는 높이 하늘 위로 솟아있고 계단에 올라 서보니 아래로는 땅이 없으니, 이러한 아름다운 경치를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라, 어찌 특별히 이 사람들만의 원풍이겠는가? 이 땅은 어느 곳인가? 풍속이 순박하고 사람들은 순하며, 들은 넓고 땅은 비옥하여 생계가 스스로 족하여, 즐겨서 옛사람들이 그러한 꾀를 계획하여 취하지 않았겠는가? 모시와 삼은 성하고, 곡식은 무성하며, 또한 사람들의 원함에 따라 그 해의 풍년이 이루어지니, 다만 해마다 대풍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는가? 이로 인하여 그 산천을 근본으로 삼고, 그 풍속의 아름다움을 말하니, 이로 하여금, 풍년을 원하는 것은 태평성대가 편안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노소는 이 사람들이 함께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하겠는가? 게다가 또한 문장이 아름다운 선비들이 이곳에서 함께 노니니 좋고 다행한 것이 아니겠는가? 친구 박제준이 본래 물을 베는 것과 같은 의의로, 이 정자를 세운 것을 말하고 나에게 기를 써 달라 부탁하여 내가 잊을 수 없어 망령되이 그것을 기록하며, 이어서 시로써 말하노라. 이 지역은 산이 깊고 물 또한 맑으니, 풍이란 명의 정자 백년의 소리를 얻었네. 봄에는 마땅히 시와 술, 가을에는 희롱하니, 꽃 위에 피는 달 빛 빼어나 이 세상 정취가 아니네.

갑술년(1934) 유월 통정대부 전이조참의 규장각 원임직각 당성 홍진유 쓰다.
己丑 季秋 白山 金基俊 拙譯하다
기축 계추 백산 김기준 졸역하다
/글·사진=김창오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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