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115] ■ 구림마을(24)

모정리 해맞이 언덕에서 바라본 월출산과 구림마을 풍경 - 사진 왼쪽에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천황봉이고, 오른쪽 중앙에 붓끝처럼 생긴 뾰족한 봉우리가 주지봉이다. 주지봉 아래 도선국사 탄생지로 유명한 성기동 최씨원이 있고, 산자락 아래로 구림천을 따라 아름다운 구림마을이 펼쳐진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계곡이 도갑사로 들어가는 갑곡(岬谷) 입구다. 갑곡 왼쪽에는 봉바우, 오른쪽에는 죽순봉 황바우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림마을은 풍수적으로 봉황 형국이다’라고 말한다. 18세기에 구계 박이화가 쓴 낭호신사에도 봉황과 황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정리 해맞이 언덕에서 바라본 월출산과 구림마을 풍경 - 사진 왼쪽에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봉우리가 천황봉이고, 오른쪽 중앙에 붓끝처럼 생긴 뾰족한 봉우리가 주지봉이다. 주지봉 아래 도선국사 탄생지로 유명한 성기동 최씨원이 있고, 산자락 아래로 구림천을 따라 아름다운 구림마을이 펼쳐진다. 사진 중앙에 보이는 계곡이 도갑사로 들어가는 갑곡(岬谷) 입구다. 갑곡 왼쪽에는 봉바우, 오른쪽에는 죽순봉 황바우가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은 ‘구림마을은 풍수적으로 봉황 형국이다’라고 말한다. 18세기에 구계 박이화가 쓴 낭호신사에도 봉황과 황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봉황이 알 품으니 황산이 높이 나고

호남의 명승지는 낭서가 제일이라
바위가 신령하니 읍 이름을 영암이라
월출산 억만 장이 하늘에 솟아올라
천황봉이 서남하고 주지봉이 남서하니
구름기운 양양하고 산세는 빼어나다

그 아래 열두 마을 명승지 되었도다
마을 터는 뉘 정하고 마을 이름 뉘 일렀나
관음사 폭포수에 동지섣달 외가 솟아
빨래하는 아이 계집자식 배기 기이하다
신인이 탄생하니 승명은 도선이라
지리를 통달하여 산맥을 살펴보니
도갑산이 주산이요 은적산이 안산이라
북두칠성 본뜬 바위 북현무를 둘러 있고
고산으로 쌓은 재는 남주작이 되었도다
봉황이 알 품으니 황산이 높이 나고
목마른 말 물 마시니 조암(槽岩)이 뚜렷하다
<박이화 「낭호신사」 중에서>

도갑산이 주산, 은적산이 안산

박이화는 “관음사 폭포수에 동지섣달 외가 솟아, 빨래하는 아이 계집, 자식 배기 기이하다. 신인이 탄생하니 승명은 도선이라 지리를 통달하여 산맥을 살펴보니”라는 구절을 읊은 다음 구림마을의 주산(主山)을 주지봉이 있는 도갑산으로, 안산(案山)을 서호면에 있는 은적산으로 묘사했다. 이것은 구림마을의 전체 풍수를 박이화 자신이 아닌 풍수의 대가인 도선국사가 전수해준 내용 그대로 기록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박이화는 구림마을의 동서남북을 큰 그림으로 나타내고 있다. 즉, 동쪽 주산은 도갑산, 서쪽 안산은 은적산, 북두칠성 본뜬 바위를 북현무, 고산리 재(언덕)를 남주작으로 서술했다. 여기에서 ‘북두칠성 본뜬 바위’가 정확히 어디를 말하는지 알기가 어렵다. 구림마을 북쪽 방향 바위를 말하는 것임이 틀림없는데 아직 찾지 못했다. 

한편, 낭호신사에서 ‘봉황이 알 품으니 황산이 높이 나고’라고 했는데, 주민들의 말을 들어보면 봉황과 관련된 소지명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봉바우와 황바우

풍수설에 의하면 봉(鳳) 바위와 죽순봉(竹筍峯)이 도갑천(갑곡)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데, 왼쪽 봉바위는 봉(鳳)으로 구림천 북쪽 등성이로 꼬리가 양장까지 이어지고, 오른쪽 죽순봉은 황(凰)으로 남송정 할미정이 끝이다. ‘봉황(鳳凰)은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 하여 산 아랫마을을 죽정(竹亭)이라 하였다

봉(鳳)바위(부엉 바위)는 마을 동쪽 도갑사 가는 길 왼편에 우뚝 솟은 바위산 봉우리로 봉(鳳)의 머리 벼슬같이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황(凰)바우(죽순봉)는 마을 동남쪽에 있는 월대(月臺) 바위 남쪽 높은 봉우리로 봉바위와 마주 보고 있어 황(凰)의 머리라 한다. 문산재(文山齋) 동북쪽 월대(月臺) 바위는 작은 황(凰)의 머리라 한다.
황산(凰山)은 구림초등학교에 있는 낮은 동산. 풍수설에 죽순봉은 어미 황이며, 황산은 어린 황(凰)이고, 알뫼(卵山)는 황의 알이라 한다. 알뫼(난산)는 현재 구림교회 앞에 있다. 당산으로 추앙받는 곳이며 현재 경계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

2017년 당시 죽정마을 노인회장이셨던 최홍 어르신에게 죽정과 구림마을의 풍수지리에 대해서 청해 들은 적이 있다. 다음은 그때 기록한 내용이다.

“우리 동네 이름이 왜 죽정(竹亭)이냐? 우리 마을에 옛날에 대나무가 많았다요. 지금은 별로 없지만요. 저 산에 봉황이 있어요. 왜 봉황새라고 있잖아요? 수컷을 봉이라고 하고 암컷을 황이라고 하는디, 마을 이짝저짝 산에 봉바우, 황바우가 있제라. 전설에 의하면 봉황새는 오동나무에 깃들어 살면서 대나무 열매, 즉 죽실이 아니면 먹지를 않으니께 죽정이라고 했다요. 

산봉우리 네 개를 가운데 두고 요짝은 봉바우, 저짝은 황바우가 있다요. 현재는 봉바우를 부엉바우라고도 하제라. 그라고 쩌그 문산재 위 죽순봉 월대암이 황바우에 해당되제라. 구림의 지형을 봉황 형국이라고 그러지라. 지금의 구림초등학교 자리는 황산에 해당되고, 구림교회 뽀짝 옆에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그곳이 알묏들, 당산이제라. 황은 암컷을 말하는 것이니 황의 알뫼, 즉 난산인 것이제라. 저 알바우는 신성시해서 아무도 못 건들어, 건들면 큰일 나불제. 그래서 그 둘레에 경계를 쫘악 둘러놨제. 황산과 난산을 잘 보호해야 마을에 평안과 만복이 깃든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제라.

그라고, 황은 암컷이라 꼬리가 짧아서 상대포에서 끝나는데 그곳에 있는 바위를 할미정이라고 하제라. 지금은 할미교라는 다리가 생겼지라. 수컷인 봉은 배가 없는 대신에 꼬리가 길어서 양장마을까지 뻗쳐있다고 보제라. 옛날부터 어르신들 말에 의하면 구림마을은 봉황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라서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동네라고 그럽디다.  <계속>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