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하게 남아 있는 옛 유적

영암군과 (재)대한문화재연구원에서 발행한 ‘영암 월출산 월산사지 3차 발굴조사 보고서’에는 어떤 이유에서 발굴을 시작했는지에 대한 발굴 동기와 3차에 걸쳐 진행된 발굴 과정이 다양한 도면과 사진이 함께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월산사지 발굴조사는 세 단지로 구분하여 진행되었는데 1단지는 2004년과 2009년에, 2단지는 2013년에 이루어졌다.<사진 참조>

1단지에 대한 1, 2차 조사결과 조선시대 건물지 4동과 고려시대 건물지 5동이 조사범위에서 확인되었다. 특히 조선시대 건물지는 기단과 초석, 계단, 배수로 등의 시설이 비교적 온전하게 남아 있으며, 주변으로는 보다 많은 건물지의 기단, 적심, 배수로 등의 흔적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 중에서 3단지는 3차 발굴조사가 마무리된 지 1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발굴조사를 못하고 있다.

10년 넘게 발굴조사 중단돼

월산사 혜심 스님은 이에 대한 답답한 심경을 털어 놓았다. “발굴 조사지로 지정된 세 단지 터는 월산사 소유지입니다. 1처 조사를 시작한 때가 2004년이었으니 20년이 다 되어갑니다. 3차 발굴조사 때 ‘월산사’와 ‘월산대군’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기와 편이 나와 이 사찰이 월산사로 불리었었다는 것과 조선 왕실의 후원을 받아 중창되었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곧이어서 3단지에 대한 발굴조사가 진행될 줄 알았는데 10년째 감감무소식입니다. 월산사 소유지이지만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이 땅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습니다. 영암군이나 문화재청에서 하루빨리 발굴조사를 진행하여 마무리를 지어 줘야 그다음 일을 할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월산사 신도회장인 박창진 옹(96세)도 영암군과 문화재청의 느린 행보에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여기는 도선국사께서 머리를 깎고 출가한 터로 알려진 곳입니다. 그 터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되어 옛 규모대로 사찰을 복원한다든가, 도선국사의 발자취를 느끼고 갈 수 있는 체험시설을 짓는다든가 하는 일을 하면 좋겠는데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묶어놓고 아무런 개발행위도 할 수 없게 하니 우리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암군에 가서 하소연을 해보았으나 예산이 부족하여 못하고 있다는 답변만 듣고 왔습니다. 조속한 추가 발굴조사를 진행해서 확실한 마무리를 지어 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사역 전반에 대한 체계적 조사 필요

같은 책 109쪽 ‘맺음말’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그동안 영암 월산사지는 통일신라 4대 고승으로 꼽히는 도선국사의 출가(낙발지)와 관련한 월암사로 비정되면서, 3차에 걸친 발굴조사는 이와 관련한 유구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것에 관심이 기울어 있었다. 이로 인해 사역 전반에 걸친 체계적인 조사보다는 협소한 범위에서 하층 유구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이 주된 발굴조사의 목적으로 작용하였다. 하지만 2013년 3차 발굴조사가 진행되면서, 영암 월산사지의 성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바로 ‘월산군’ ‘수빈궁’ ‘월산대군’ ‘인수왕비’ 등 조선 전기 왕실 구성원과 ‘정유’ ‘성화 십칠년’ ‘을유’ 등 연호와 간지명이 있는 명문기와를 통해 영암 월산사지의 재해석이 논의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영암 월산사지는 출토된 여러 가지 명문기와와 상기의 내용을 토대로 하였을 때, 조선 전기 왕실 구성원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중창되었고, 중창 이후에도 지속적인 불사가 이루어졌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원래는 도선국사 출가와 관련한 유물을 찾아내기 위하여 발굴조사를 시작했음을 표명한 내용이다. ‘도선국사 낙발지지’라고 음각된 바위가 있는 곳은 아직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3단지다.

체계적인 발굴조사 이뤄져야

보고서 ‘맺음말’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마지막으로 영암 월산사지는 3차에 걸쳐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사역 전반에 걸쳐 기단과 초석 등 건물시설이 양호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사역 전반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향후 조사는 사역 전반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발굴조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판단되며, 그 결과를 바탕으로 복원정비 관련 사업이 추진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끝으로 발굴조사 이후 임시 복토하여 관리되고 있는 유적은 시급히 전라남도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다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자료 확보를 위한 학술조사가 지속되기를 희망하면서 맺음말을 마친다.”

도선국사 문화 체험길 필요

월산사는 기찬묏길이 도갑사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문수암 미륵불상이 있는 문산재와도 이어진다. 산자락 구석구석 가는 곳마다 도선국사의 이야기가 널려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안내판에는 ‘왕인문화 체험길’이라고 적혀져 있다. 영암 월출산과 월곡리 월산사에 ‘왕인’이 어디에 있는가? 구림마을에도 왕인이 있기나 했던가? 도대체 어디에 가서 왕인을 체험하라는 말인가? 일 년 전에도 지적한 사항인데 여전히 수정되지 않는다. 영암의 관광 행정은 도대체 어떤 근거와 팩트를 가지고 실행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는 우리 영암도 변해야 한다. 잘못된 관행은 바로잡고 원상 복구해야 한다. 앞으로는 역사적 사실과 기록에 근거하여 정직한 관광 행정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세조의 손자이자 성종의 형인 월산대군의 시조 한 수를 옮겨 적는다.
 

추강에 밤이 드니
               - 월산대군(月山大君,1454년~1488년)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노매라
낚시 드리치니 고기 아니 무노매라
무심(無心)한 달빛만 싣고 빈 배 저어
오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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