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80]
■ 도갑리1구 죽정마을(24)
문산재(5)

문산재 월대암 / 월대암 아래로 구림마을, 서호강 간척지, 은적산이 바라보인다. 문산재 8경에 나오는 풍경들이다.
문산재 월대암 / 월대암 아래로 구림마을, 서호강 간척지, 은적산이 바라보인다. 문산재 8경에 나오는 풍경들이다.

1684년(숙종 10년)에 성기동에서 강당을 이곳 월대암 아래 문수암터로 이건하여 서당을 연 후로 수많은 선비들과 학동들이 이 문산재를 거쳐갔다. 그들이 남긴 시문들이 적지 않았으리라 짐작되지만 1830년에 불이 나 대부분 소실되고 말았다고 한다. 그래도 일부가 남아서 전해지고 있는데 그 중 몇 수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들이 남긴 시문을 읽어보면 그 당시 문산서재의 풍경을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

삼연 김창흡의 시

문곡 김수항의 셋째 아들인 삼연 선생도 문산재에 올라 감회를 밝힌 시를 읊었다.

敬次 三淵先生 韻 (경차 삼연선생 운)(김창흡 1653-1722) 

높은 암자 표연하게 구름층 밖에 나니
평지에 있는 내 몸이 신선되어 오른 듯 
하네
불난 뒤 새로 지은 공 누구와 더불어 
말했던고.
창망한 옛 자취를 재의 중에게 물어보네
서재가 폐했다 다시 일으켜 짐은 옛터가 
남아 있어서요.
사람으로 말미암아 다시 중창되니 그 
처음과 같네. 
규모는 옛과 같은 관례에 의하였고
제도는 지금에 따랐으니 세가 바뀌었기 
때문이네

高菴㟽渺出雲層     平地身如羽化登
火後新功誰與設     蒼茫古蹟問齋僧 
齋有廢興地有餘     由人重剏復其初  
規模仍舊貫來矣     制度從今勢易歟 

연주인 현보철(1776-1851)의 시와 문산재 8경
   
伏次 五代祖 叅奉公韻 (복차 오대조 참봉공운)

阿挾奇菴菴挾阿 언덕은 절묘한 암자를 
끼었고 암자는 언덕을 끼었는데. 
心爲景役日吟哦 마음이 경치 되어 날마다 
시를 짓네.  
書留白石前人讀 흰 돌에 새겨진 글 앞 
사람들도 읽었으리니
道自紫陽後進多 우리 도는 주자로부터 
후진들이 많았네. 
學業春花秋日滿 학업을 배우느라 꽃 피는 
봄 달 가득한 가을에 많이 읽었고
世情流水浮雲過 세상 인정은 유수나 
뜬구름 같이 빨리도 지나가네. 
吾儒賴得攸居所 우리 선비 뇌 득하며 
거재할 곳이므로
興起斯文不在他 사문들이 흥기하는데 
다른 곳 어디 있으랴  

문산재 8경

    1. 臺巖(대암)
.....
    2. 月臺(월대)
돌 낯 가에 달이 떠 밝게 비추니  
몇몇 많은 관광객이 함께 둥둥 배회하네  
영암 남녘 아름다운 경치 이곳에서 절경 이루니
산과 물 그 중간에 한 대를 이루었네.

石面開邊月面開     幾多翫客共徘徊  
朗南佳景於斯盛     山水中間泛一臺 

3. 石泉(석천)
돌 사이에서 솟아나는 한 줄기 맑은 샘  
한 모금 마신 후엔 연의하게 상쾌하네. 
솟은 물 국자에 차듯 쉬지 않고 흐르니 
어느 때나 잡고 싶어 하늘 보며 앉아 있네 
  
石間瀉出一淸泉     嗽彼漣漪覺爽然 
混混盈枓流不息     何須拘拘坐觀天  

4. 書樓(서루)
층루는 정정하고 또한 방방 한데 
평지에 호수 끼고 산봉우리 끼었네. 
그 가운데서 글을 읽어 제자백가 
좋아하여 
사서삼경 만권 책을 머리 속에 저장했네. 
  
層樓井井又方方     繞以平湖挾以崗 
中有讀書好種子     羣經萬卷上頭藏
 
 5. 道溪(도계)
한 줄기 맥 참다운 연원 마을에서 길게 
낳아
그 누구 유자를 가르쳐 창랑에서 씻어 
볼까  
아홉 구비 창랑가를 읊은 여흥에  
서호처사 전장에서 시를 한 번 지어보네. 
 
一脈眞源出洞長     誰敎孺子濯滄浪 
濯歌九曲吟餘興     爲詩西湖處士庄 
  
 6. 竹院(죽원)
서원 모양 의연하니 저 죽정서원이요 
산에 가득한 솔과 회는 더욱 청청 
우거졌네.
존현을 정성껏 모셔 갱장을 추모하여
해마다 향 사루며 생성 천하고 배알하네.

院貌翼然彼竹亭     滿山松檜郁靑靑 
尊賢誠寓羹墻慕     芬苾年年拜薦腥 
     
 7. 西湖(서호)
서호에 발발한 생선 여럿이 앉아 
먹어보니
창파의 한 띠가 루 주변에 둘러 있네. 
창랑가 함께 부르고 현가곡 또한 
함께하니
살같이 강촌을 지난 한 점 연기 지워지네.  

坐數西湖潑潑鮮     滄波一帶繞樓邊 
棹歌共和絃歌曲     戞過江村一抹煙 

  
 8. 銀山(은산)
은적산 기 멀리 연하고 문수암 기가 
밝으니 
동서로 서로 대하여 함께 높고 높네. 
인걸은 지령이란 빈 말이 아니구나. 
푸른 아지랑이 떠 움직이며 매양 청명 
보내오네.

銀氣遙連文氣明     東西相對共崢嶸 
地靈人傑非虛語     浮動蒼嵐每送晴 

壬辰 十月 日 叅奉公 不肖 五代孫 溥澈 (1832년 10월)
                
남평인 문즙의 시

당시 장암리에 거주하던 남평인 문즙(文檝)(1766~1841)이 운(韻)에 맞춰 지은 시도 한 편 전한다.

장송은 낙낙하고 돌은 층층한데  
늙은 힘 지팡이에 의지 시험 삼아 한 번 
오르네.
익연하게 새로 얽어 중건하는 날에
한 밤중 피리소리에 산승은 춤을 추네.
          
옛을 생각하며 오르고 보니 뜻은 남아 
있는 듯
새로운 제도 이제 와 보니 한결같이 
처음을 따랐네.
노심초사 군현들의 수고 가히 상상하여
후배들은 그 연원을 따라 능하게 
접종하리. 
           
축에 가득한 시들은 풍운에 머무른 것이 
완연하고
장에서는 준모들이 글로 모여 영예를 
다투네.
편령한 천자라도 흠모를 많이 하니
피꼬리 끝 같은 무사이나 감히 글을 
읽노라
            
새로운 서재 규연하게 시냇가 언덕에 
지어
다락에 오르니 옛날 글 읽는 소리 
들려오는 듯
처마 앞에 산빛은 사람을 가까이 
맞이하고
눈 밑에 비쳐진 호광은 많은 달빛 비추네.
            
윤환하도다 규모는 자로 잰 터 남아 있고
폐하고 흥하기 번복하는 것이 새와 구름 
지나듯 했네
이끌어 가르침은 오직 서가의 시서에 
있으니  
만 고랑 연하풍경 달리 자임하였네
 
長松落落石層層     老力扶笻試一登 
新構翼然重建日     中宵綠管舞山僧
          
憶昔登臨意有餘     看今新制一遵初
羣賢可想勞心也     後輩其能接踵歟 
           
滿軸詩留風韻菀     對場文會俊髦譽 
偏令賤子多飮某     貂末蕪辭敢讀書 
            
新宇巋然枕澗阿     登樓如廳舊吟哦 
簷前岳色迎人近     眼底湖光得月多 
            
侖奐規模型尺在     廢興飜覆鳥雲過 
指南惟有詩書架     萬壑風烟自任他                     

/김창오(월인당 농촌유학센터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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