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萬壑)의 구름 아지랑이와 한내(一川)의 수석(水石)이다
월출산 벚꽃 백 리 길[79] ■ 도갑리1구 죽정마을(23) - 문산재(4)

문산재와 양사재 전경 현재의 문산재는 1986년에 복원한 것으로 왼쪽에 양사재도 이때 건립되었다.
문산재와 양사재 전경 현재의 문산재는 1986년에 복원한 것으로 왼쪽에 양사재도 이때 건립되었다.

■ 문산서재기와 문산재 8경

함양인 박귀주(1715~?, 구림대동계원)가 1769년에 쓴 문산서재기에 ‘문수재’에서 마침내 ‘문산재’라는 재호를 사용하게 된 연유가 드러나 있다. 그는 이와 아울러 문산재에서 바라볼 수 있는 여덟 가지 경치를 읊은 시를 남겼다. 이번 호에는 박귀주(朴龜冑)가 쓴 문산서재기와 문산재 8경을 소개하고자 한다.
 
문산서재기(文山書齋記) 
문산서재는 옛 문수암이다. 월출산 서쪽에 있으며 월출산에서 가장 기묘한 곳으로 일컫는 곳이 대암 즉 대 바위다. 대 바위로부터 그 아래로는 한 산이니 층암절벽으로 이루어졌다. 동쪽 북쪽 남쪽의 세 방위는 푸른 암벽이 옆으로 전개되었으며 그 서쪽은 북두칠성이 꺾여 구부러진 모양이다. 

산길 밑으로는 푸르고 늘 푸른 숲이 우거져 암자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으며 사람이 사는지 미덥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영해(嶺海) 간에 절경의 구역이다. 

그러나 세월이 오래되어 암자가 쓰러진 뒤에 폐허만 남아있으니 우리 동중 사람들이 이곳에 서숙을 세워 칭하기를 문수재라 하다가 중년(1726)에 다시 남쪽으로 옮겼으며 또다시 북쪽으로 이축(移築)하였으니 서재의 터는 실로 옛터였었다. 방은 세 칸에 난간을 두었으며 이층으로 하였으니 서재와 강당의 규모와 제도가 가관이다. 

무자년 겨울에 내가 거재를 하니 쫓아서 놀러 오는 사람들이 약간 많았으며 글을 읽고 강의를 하고 혹은 어린이들을 교육 계도하여 선배들이 서숙(書塾)을 세워 배운 뜻을 본받는데 거의 전에 못지않게 전하니 다행한 일이 아니랴. 이미 내가 사람들에게 한 말이지만 대범 서재라 하는 곳은 문인과 학사가 거처하는 곳이다. 

그러나 서재를 문수라 칭함은 심히 깊은 뜻은 없으나 이 서재는 산으로 둘러있어 산이 서리서리 사리고 걸쳐 문기(文氣)가 이는 것 같고 산의 높이 솟음이 필력(筆力)이 나는 것 같으니 만학(萬壑)의 구름 아지랑이와 한내(一川)의 수석(水石)이다.

우리 문장 가운데 문리와 같은 즉 재를 이 산 밑에 지었으며, 그 이름을 문산재라 칭함이 마땅함으로 드디어 이와 같이 문산서재라 그 재호를 쓴다.   

문산재 8경(八景)

1. 대암(臺巖)
천 층의 대와 바위는 옥을 깎은 듯 높은데
이곳에 오른 호방한 기운 만 리에 오른 듯
하네
하늘과 닿아있는 바다는 넓은데 어느 
고을로 가는 돛대인가
학은 구름 따라 외로이 날고 절과 중은 
낮게 있네

千層臺巖玉峻嶒 
登臨豪氣萬里騰
天連海濶何州帆
鶴與雲孤底寺僧 

2. 월대(月臺)
거침없는 걸음으로 좁은 길 따라 오르고 
또 오르니
맑은 바람 오는 곳에서 달 또한 배회하네  
산을 보고 물소리 듣는 것 내 뜻 따라하네
돌 곁 바위에 의지해 보니 다 이곳이 
월대일세
信步登登小逕開
淸風來處月徘徊 
看山聽水隨吾意 
側石欹巖摠是臺
     
3. 석천(石泉)  
위에는 풍루가 있고 아래로는 석천이 
있는데
오래도록 베개 빈 자리에서 찬 소리 듣고 
싶네 
그 중에 채용할 글을 익혀 알고자 하니 
본래부터 밝은 달은 푸른 하늘에 있구나

上有風樓下石泉
長時枕席聽冷然 
欲識箇中涵體用 
本來明月在靑天 

4. 서루(書樓)
서쪽 어느 곳이 옛 모임 터인지 또는 남방
이었는지
별도로 운루를 세워 월출산을 대하였네 
물소리 나무 빛이 여사인 듯 같으나
우리는 시서를 배워 만권 책을 저장코자 
하네

西何舊會又南方 
別起雲樓對月崗 
泉聲樹色猶餘事
看我詩書萬卷藏 
 
5. 도계(道溪)
한줄기 맑은 냇물 마을로부터 길게 
흐르니  
모래를 울리고 돌을 건드리며 푸른 
파도로 들어가네.
봄이 오면 언덕에 홍매 수가 가득하니 
몇 곳이 서호처사가 살던 전장이든가

一道淸川出洞長 
鳴沙觸石入滄浪 
春來滿岸紅梅樹
幾處西湖處士庄

6. 죽원(竹院)
월출산봉우리 앞 이곳이 죽정이니 
뜰에 가득한 삼나무 회나무 아득히 
푸르고 푸르네
만세청풍 곧은 기운 천여 년을 같이 하니 
고을 사람 영원토록 제물 바치며 
배알하네

月出峯前是竹亭
滿庭杉檜杳靑靑 
淸風直氣猶天載 
長使州人拜薦腥 

7. 서호(西湖)                                      
평호강의 십 리 길 빛은 맑고 선명한데 
그림 같은 푸른 산이 양 언덕 가에 있네.  
어부 노래 부르다 그치니 외로운 배 들어
오고
매 학의 마을 앞에 한 점 연기 지워지네

平湖十里色澄鮮 
如畵靑山兩岸邊  
漁歌唱斷孤舟入
梅鶴村前一抹烟 

8. 은산(銀山)
꼿꼿하게 선 산빛 물에 비추어 밝고 
구름은 돌아가고 해는 지는데 산은 함께 
높고 높네.
한가한 늙은이 금과 은의 기를 풀지 
못하는데
누상에는 때때로 멀리 맑은 기 보내오네.

立立山光暎水明 
歸雲落日共崢嶸
閒翁不解金銀氣
樓上時時送遠晴 

文山書齋記 (문산서재기)
文山書齋者古文殊庵也在月出山西月出之
最奇者稱臺巖自臺巖而下一 
山皆石也穹巖蒼壁橫截于東北南三方而其
西則斗折焉路山下者只得其
蒼翠而不知有庵居信乎嶺海間絶區也歲久
庵廢而獨遺址存焉我洞人建
書塾于茲而仍稱文殊庵中年稍移于南又移
于北實舊址也其房三其軒二  
層書樓講制度可觀歲戊子冬余居是齋從遊
者凡若干人讀書講義或啓有  
蒙養之敎先輩建書塾之意庶可不墜而傳茲
比幸歟旣而余語人曰夫書齋
者文人學士之所也以書齋稱文殊者甚無義
夫環是齋者山也山之蟠踞有
似文氣山之埈拔有似乎筆力萬壑之雲嵐一
川之水石皆吾文章中物事則  
齋於是山之下宜山遂書以文山書齋之如是 

己丑(1769) 春  朴龜冑 (기축 춘  박귀주)
(원문번역- 일초 박준섭/ 자료 제공- 현삼식 전남종가회 회장)

/김창오(월인당 농촌유학센터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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