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동마을 시비와 범바우 전통문화관  / 호동마을 골목길 가에 세워져 있는 시비와 범바우 전통문화관이 나그네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호동마을 시비와 범바우 전통문화관  / 호동마을 골목길 가에 세워져 있는 시비와 범바우 전통문화관이 나그네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호동마을 전의성 이장과 김광열 추진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오전에 집을 나섰다. 약속시간 보다 좀 더 일찍 도착하여 골목길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이곳저곳을 자세히 둘러 보았다. 큰길에서 멀리 벗어나 차 소리가 없는 데다 풍광이 워낙 뛰어난 마을이어서 그런지 근사한 정원을 갖춘 전원주택이 여러 채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마을 골목길을 산책하고 있는데 길가에 세워진 작은 시비(詩碑) 하나가 눈에 띄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읽어보니 속세를 떠나 사는 은자(隱者)의 풍모가 느껴지는 내용의 글이었다. 호동마을에 호랑이상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멋진 시를 돌에 새겨 집 앞에 세워 놓을 줄 아는 풍류 도인도 살고 있는 마을이다. 호동마을을 방문하는 사람이라면 호랑이상과 위인재 고택뿐만 아니라 이 시비도 한 번 찾아서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멋진 사람
                                   해안선사
 
고요한 달밤에 거문고를 안고
오는 벗이나 단소를 손에 쥐고
오는 친구가 있다면 구태에 줄을 
골라 곡조를 아니 들어도 좋다
맑은 새벽에 외로이 앉아 향을
사르고 산창으로 스며드는
솔바람을 듣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불경을 아니 외워도 좋다

봄 다 가는 날 떨어지는 꽃을
조문하고 귀촉도 울음을 귀에 
담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시를
쓰는 시인이 아니라도 좋다

아침 일찍 세수한 물로 화분을 
적시며 난초 잎에 손질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구태여 그림을
그리는 화가가 아니라도 좋다

구름을 찾아 가다가 바람을
베개하고 바위에서 한가히 잠든
스님을 보거든 아예 도(道)라는
속된 말을 묻지 않아도 좋다

야점사양에 길 가다 술을 사는
사람을 만나거든 어디로 가는
나그네인가 다정히 인사하고
이에 가고 오는 세상 시름일랑 
묻지 않아도 좋다

창조적 마을 만들기 사업

2016년 11월 영암군은 군서면 호동마을 ‘창조적 마을 만들기 경제(체험)사업’ 기본계획수립을 고시했다.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및 농어촌지역 개발촉진에 관한 특별법’ 제38조에 의거 추진 중인 호동마을 창조적 마을 만들기 경제(체험)사업 기본계획 수립이 완료되어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시행지침 및 ‘농어촌정비법’ 제58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58조의 규정에 따른 것이었다. 

호동마을 창조적 마을 만들기 추진위원장 김광열 씨에 따르면, 사업목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진다.

첫째는 호동마을이 가지고 있는 자연환경과 문화자원을 잘 보존하여 농촌다움을 유지하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전씨들 문각인 위인재 고택을 보수 관리하고 마당 주변의 정원을 제대로 가꿔 아름답게 꾸밀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위인재 뒷쪽에 있는 여러 기의 묘소를 이전하고 그 공간을 마을 주민들과 탐방객들의 쉼터로 활용할 계획이다. 위인재 주변에는 수백 년 된 소나무가 여러 그루 자리를 잡고 있으며 정자와 마을회관도 연달아 이웃해 있다. 이곳은 호동마을의 중심이자 전통문화자원의 보고(寶庫)다. 마을 정자 곁에 마을 안내판을 설치해 놓았는데 그림지도 형식으로 디자인을 해놓아서 마을 전체 구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의성 이장은 소나무 숲 주변의 울타리가 너무 낡아서 모두 철거한 후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소재를 골라 새롭게 울타리를 설치할 거라고 한다.

둘째는 마을의 여러 자원을 활용한 체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것은 하드웨어 측면인데 이는 곧 체험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주민들은 이를 위하여 체험관을 한 동 짓고 ‘범바우전통문화관’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체험관 입구에는 새끼 호랑이를 품고 있는 호랑이상을 세우고, ‘범바우’라고 부르는 바위를 마당 한 켠에 옮겨 놓았다. 전의성 이장과 김광열 위원장의 안내를 받아 체험관 안에 들어가 보았다. 30평에 달하는 너른 체험실과 사무실, 부엌, 남녀 각각의 화장실, 그리고 욕실을 갖춘 건물이다. 빔프로젝터가 설치되어 있어서 세미나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김광열 위원장은 멋지게 지어놓은 ‘범바우전통문화관’을 어떻게 잘 활용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다고 한다. “이 건물을 막 완공하자마자 코로나19가 창궐해버렸어요. 체험관 운영을 통하여 마을 소득증대 사업을 꾀할 계획이었는데 시작도 못 해보고 이렇게 놀리고 있습니다. 이 상황이 끝난 후에 어떤 콘텐츠를 가지고 운영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습니다. 이장님을 비롯하여 마을 주민들과 더의논을 해야겠고 군 관계자나 전문가들에게 컨설팅도 받아볼 계획입니다.” 필자에게도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달라는 부탁도 남겼다. 

 “호동마을에는 호랑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설화와 기념물이 많이 남아있으니 이것들을 스토리텔링 자원으로 활용하고 그것과 관련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체험관에 호랑이와 관련한 동화책이나 그림책을 비치하여 어린이들의 발길을 끌고, 팥죽이나 곶감과 같은 호랑이와 관련된 음식을 개발하여 판매하는 방법을 강구해보면 뭔가 돌파구가 나올 것 같습니다. 또한 호동마을은 월출산 노적봉 등산로와 죽정마을로 통하는 기찬묏길과 바로 인접한 마을이니 마을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체험관 내부 공간이 넓으니 마을 카페를 운영해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으니 이장님과 위원장님 두 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글/사진 김창오(월인당 농촌유학센터장)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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