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벚꽃 백 리 길’ (39)
군서면 월곡3구 호동마을-4

범골을 상징하는 호랑이 상(像) 범골마을 호동마을에는 호랑이상이 세 곳이나 세워져 있다. 늠름한 기상이 압권인 마을 입구에 세워진 호랑이(왼쪽 첫번째)와 마을회관 정문(왼쪽 두번째), 그리고 범바우전통문회관 앞에 두 마리 새끼 호랑이를 품고 있는 호랑이상이 있다.
범골을 상징하는 호랑이 상(像) 범골마을 호동마을에는 호랑이상이 세 곳이나 세워져 있다. 늠름한 기상이 압권인 마을 입구에 세워진 호랑이(왼쪽 첫번째)와 마을회관 정문(왼쪽 두번째), 그리고 범바우전통문회관 앞에 두 마리 새끼 호랑이를 품고 있는 호랑이상이 있다.

영암읍 회의촌 마을부터 시작하여 ‘월출산 벚꽃 백 리 길’ 답사를 나선 지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다녀본 마을마다 그 나름의 특색과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월출산 천황봉과 기찬랜드, 악성 김창조와 국수 조훈현, 고인돌과 천제단까지 빼어난 자연환경과 기라성 같은 인물들, 그리고 선사시대의 유물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회의촌마을, 용암사 마애여래좌상과 구정봉에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녹거동(큰골)을 머리 위에 둔 녹암마을, 닭바위 전설과 효자 박응원을 추모하여 세운 아천정으로 이름난 주암마을, 지네바위와 칼바위 전설로 주암마을과 쌍벽을 이룬 오산마을 등 다녀온 마을마다 독특한 개성과 색다른 문화유적지를 지니고 있었다. 

현재 답사 중인 호동마을 역시 앞서 이야기한 마을에 뒤처지지 않는 풍부한 자랑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마을 이름에서 이미 짐작하겠지만 여러 자랑거리 중 호랑이 이야기가 가장 관심을 끈다. 호동마을에는 주민들이 세운 호랑이상이 무려 세 곳에나 세워져 있다. 그리고 각각의 상(像)들은 서로 다른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이제부터 그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호동마을을 방문할 계획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세 군데 호랑이상을 꼭 찾아보길 바란다.

호동마을 주민들의 호랑이 사랑

호동마을은 지금 그 이름에 걸맞게 호랑이를 주제로 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주민들은 모두 세 군데 장소에 범상(像)을 세웠다. 마을 입구와 마을회관 정문, 그리고 범바우전통문화관 앞에 호랑이상을 세워 놓았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각각의 호랑이상마다 나름의 특징이 있다. 

호동마을 호랑이 중에서 가장 우람하고 힘센 호랑이는 벚나무 가로수길에서 마을로 이어지는 나들목 초입에 있다. 마을 입구 입석 맞은편에 설치된 호랑이 상은 크기도 제일 클 뿐만 아니라 늠름하고 씩씩한 기상이 넘쳐난다. 무쇠보다 단단해 보이는 네 발로 땅을 딛고 우뚝 서서 마을 쪽을 바라보며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낸 체 포효하고 있다. 큰 몸집, 사자처럼 목을 두르고 있는 긴 갈기,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 억센 발톱, 매서운 눈매 등을 잘 살펴보면 이 호랑이는 수컷 호랑이가 틀림없다. 딱 봐도 마을을 지키는 수문장이자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마을 초입부터 사악하고 잡스러운 기운이 범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일 것이다. 

두 번째 장소는 호동마을회관 앞이다. 정면 계단을 중심으로 해서 양쪽에 각각 한 마리씩 호랑이가 마을회관을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두 호랑이는 서 있는 게 아니라 배를 땅에 납작하게 깔고 앉아 있다. 입을 쩍 벌리고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긴 하지만 제법 편안해 보이는 자세다. 마치, 충성스러운 개가 주인집을 지키고 있는 것처럼 친근한 인상을 준다. 주민들은 마을회관 앞에다 마을에 호랑이 상을 세운 연유를 정성스럽게 돌에 새겨 놓았다. 호동마을을 방문한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볼 일이다.

호랑이상(像)을 세우면서

“예로부터 마을 주민과 호랑이 하고는 다정다감했던 것 같다. 범 호(虎)자와 고을 동(洞)자이다. 즉, 범골이 원명이다. 범 호자와 고을 동자를 따서 호동(虎洞)이라 하였다. 구전에 의하면 종가댁 옆 마당에 범바위와 개바위가 있었는데 가끔 호랑이가 와서 놀곤 하였다. 종복이 범골샘으로 물을 길으러 갈 때는 범이 앞장서서 물을 길러왔다는 구전이 있다. 그래서 우리 마을 주민들은 이 친근한 호랑이상을 세워 마을의 번영과 주민의 안녕을 기원코자 이 상을 세운다. 산수의 빼어남은 천하의 으뜸이요, 마을 인심의 후덕(厚德)함은 만대(萬代)에 자랑거리로다. 호동골 뻐꾸기가 울면 천하에 복사꽃이 만개(滿開)하리라.
2014년 7월 15일 주민 일동”

세 번째 장소는 범바우전통문화관 정문이다. 옛날 옛적에 범이 와서 놀고 갔다는 바위가 있는 곳이다. 마을 사람들은 그 바위를 ‘범바우’라고 부른다. 체험관을 지으면서 마당 한쪽에 옮겨 놓았다. 범바우를 직접 가서 보면 생각보다 크지 않다. 그런데 여기에 있는 호랑이는 다리 사이에 두 마리의 새끼 호랑이를 품고 있다. 어미 호랑이가 이빨을 드러낸 채 입을 벌리고 있긴 하지만 표정이 온화하고 익살스럽다. 마을 입구의 수컷 호랑이의 늠름한 기상에 비하면 어머니의 따뜻한 품을 연상케 하는 따뜻하고 평온한 인상을 풍긴다. 그렇다면 동네 사람들이 새끼를 품고 있는 암컷 호랑이를 특별히 체험관 마당 앞에 세워 놓은 까닭이 무엇일까? 아마도 마을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서 그리한 것이리라 짐작해 본다.

풍수지리와 관련된 동물설화

지금까지 다녀본 월출산 주변 마을들의 이름을 살펴보면 상당수가 풍수지리설의 영향을 받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마을마다 동물과 관련된 설화나 전설을 지니고 있다. 회의촌은 개미, 녹암마을은 사슴, 주암마을은 닭, 오산마을은 지네, 장사리는 뱀, 호동마을은 범(호랑이)과 관련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군서면의 대표적인 전통문화마을인 구림은 비둘기와 관련이 있고, 이웃한 모정마을은 소와 관련이 있다. 동호리는 제비, 양장마을은 염소, 검주리는 거미와 관련이 있다. 

마을의 역사문화 자원 활용해야

지금은 문화콘텐츠 개발과 활용의 시대다. 마을 자원을 조사하고 자료를 수집할 때 역사문화 유적뿐만 아니라 지명유래와 관련된 풍수와 동물설화 등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특히 마을공동체 가꾸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하고 있는 마을이라면 이러한 자료들을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것들을 스토리텔링 소재로 활용하여 마을을 홍보하고, 한발 더 나아가 동화, 시, 소설, 연극, 미술, 음악 등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그럴싸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만들어내기만 하면 마을 홍보와 수익 창출에 크게 이바지할 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성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호동마을도 창조적 마을가꾸기 사업을 완료하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하여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김광렬 추진위원장과 전의성 이장을 만나보기로 했다.
<계속>
글/사진 김창오(월인당 농촌유학센터장) 시민기자

저작권자 © 영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