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배근(본사 대표이사·발행인)
내년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가 1년 남짓 남았다. 그래선지 요즘 벌써 선거를 의식한 행보(行步)들이 심상치 않다. 오랜 침묵을 깨고 철새처럼 날아든 낯익은 몸짓은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로 서서히 다가서고 있음을 알린다. 바랄 리도 없지만 기댈 곳마저 없는 현실에서 그들의 작은 몸짓 하나 하나도 목불인견(目不忍見)이다. 예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철새들이란 역시 철새일 뿐이란 생각일 탓이렷다.

그런데 최근 신정훈 나주시장의 고해성사와 같은 일성(一聲)이 눈길을 끈다. 그는 무소속으로 네 번이나 선거를 치러 성공을 거둔 전남지역에선 특별(?)한 정치인이다. 황색 깃발만 꽂아도 당선되는 정치적인 상황에서 도의원 2선과 나주시장 연임 등 무려 네 번이나 무소속 정치를 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지역에선 여수에서 무소속 불패신화를 일궜던 주승용 현 국회의원에 이은 몇 안되는 잡초근성을 가진 그다.

그런 그가 “지역주의 정치와 중앙 예속정치에서 벗어나 주민을 위한 정치를 해왔지만 피눈물 나는 과정이었다”며 무소속 시장의 설움과 울분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지난달 23일 광주YMCA에 마련된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위한 국민운동 광주전남본부’ 출범식 자리에서다. 그는 “지난 2년간 나주시장으로 재임하면서 30~40회의 고발을 당했다”며 의정활동을 통해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지방의원들이 중앙정치의 입김과 당리당략에 따라 발목잡기를 계속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역정치권이 공천권을 쥐락펴락하는 당과 국회의원에게 예속되다 보니 주민을 위한 자치가 실종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례로 “전남도청을 무안으로 이전할 때 70~80%가 반대했는데도 지역정치권이 동교동의 눈치만 보느라고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며 “지역정치권이 지역민의 이익 보다 중앙정치의 거수기 노릇만 하고 있다”고 신시장은 꼬집었다.

이 대목에서 필자는 과거 현역 기자시절이 떠올랐다. 전남도청 이전문제가 지역민의 최대 관심사였던 그 시절, 당시 전남발전연구원의 신도청 소재지 최적입지 용역결과에 초점이 모아졌다. 당초 발표 일을 넘기고도 한참이 지난 어느 날, 정치부 소속으로 전남도의회를 출입했던 필자는 광주의 전남도청 부근 한정식 집에서 도청이전과 관련한 수뇌부 회의가 열린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신도청 소재지 입지용역을 맡은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자가 도지사와 도의회의장 등 관계자를 초청한 가운데 최종용역 결과를 보고하는 중요한 자리였던 것이다.

드디어 다음 날, 아침 조간신문에 “신도청 소재지 1순위 영암 신북·나주 세지면 일원”이 보도됐다. 특종을 날린 필자는 회심의 미소를 짓고 전남도청의 최종 발표만 기다렸다. 하지만, 전남도는 엉뚱한 해명을 내놨다. 당시 각 시·군마다 도청유치추진위원회가 있었는데, 이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은 전남도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무근이다”며 여론무마에 나섰다. 그 이후 한참의 세월이 지나 발표된 신도청 소재지는 엉뚱한 곳으로 결정이 났다. 당초 6~7위에 머물렀던 무안 남악으로 최종 발표된 것이다. 대다수 도민들이 의문을 갖고 강력히 저항했지만, 지역정치권은 결국 입을 다물고 말았다. 그 배후는 앞서 신시장이 언급한 ‘동교동’이었다. 중앙정치에 휘둘린 지역의 대표적 사례임에 분명하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의 몫임은 물론이다. 부정과 비리가 난무하고 머슴이 주인에게 위세를 부리는 ‘못된 정치풍토’가 지금껏 이어지고 있는 것이 바로 그 폐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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