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합의 의결, 본회의 통과 무난할 듯…올 11월 시행
농협중앙회장 대의원 간선 인사추천권은 폐지
자산 2천500억원 이상 지역농협 조합장 비상임화

 

미디어법 및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각종 이슈에 가려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난 16일 한국농업의 운명을 가를지도 모를 농업협동조합법 개정법률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농협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이 현행 조합장 직선제에서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고, 사업 규모가 2천500억원 이상인 지역 농협의 조합장은 비상임직으로 바뀌게 된다. 아울러 농업인의 지역농협 선택의 범위는 현행 읍·면 단위에서 시·군·구 단위로 확대된다.

이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위원장 이낙연)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한 농협법 개정안은 앞으로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 심의·의결 등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정부안과 강기갑·조배숙 의원안을 함께 심의해 만든 상임위 대안이라는 점에서 4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의 구조와 방향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의 내용을 들여다본다. <편집자 주>

 


   지역농협구역, 시·군·구단위 확대
▲ 농협중앙회 본사 건물. 지난 16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는 한국농협이 50년을 유지해온 뼈대를 흔드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여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지난 16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위원장 이낙연)는 전체 회의를 열고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11월부터 시행된다.

핵심 개정 내용 중 하나는 지역농협의 업무구역을 현행 읍면에서 시․군․구로 확대해 조합원의 조합선택 범위를 확대하고 규모를 키우는 내용이다. 다만 구역이 확대된 다른 농협으로 옮겨 가입한 조합원은 1년 6개월 이내에는 같은 구역 내로 옮길 수 없다. 지역농협 사이에 적절한 경쟁을 유도해서 농협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개정안이다.

이 내용은 한국농협이 50년을 유지해온 뼈대를 흔드는 내용으로 찬반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반대론자는 무분별한 구역확대로 조합원과 조합원, 조합과 조합 사이에 갈등과 혼란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고, 조합을 살리기 위해 출혈경쟁이나 인위적인 조합원 빼오기 등의 부작용을 걱정하고 있다.

또 다른 핵심 개정 내용은 일정 규모 이상 조합은 조합장을 비상임화하는 내용이다. 일선 조합의 사업규모가 커지고 경영 전문성이 필요해 선출직 조합장에게 경영을 맡기기 어렵다는 개정 논리다.

이 개정 내용은 일정규모 이상의 조합을 비상임으로 전환하는 것은 협동조합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반론이 있고, 현직 조합장의 이해관계와 부딪치는 조항이다.


   자산 2천500억원 이상 지역농협 조합장 비상임화
또 다른 개정안의 골자는 농협중앙회장의 선출 방식이 현행 조합장 직선제에서 대의원 간선제로 바뀌고, 사업 규모가 2천500억원 이상인 지역 농협의 조합장은 비상임직으로 바뀐다.

농협중앙회장은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며, 중앙회장 임기는 4년으로 중임이 금지된다. 농협중앙회장의 인사추천권을 없애는 대신 인사추천위원회가 사업별 대표이사와 감사위원장을 추천하게 된다.

축산경제 대표이사의 경우는 인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하지 않고 조합장대표자회의 추천을 거쳐 대의원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인사추천위원회는 이사회가 위촉하는 회원조합장 4인, 농업인단체와 학계 등의 추천하는 외부전문가 3인 등 총 7인으로 구성되며 공무원은 위원이 될 수 없다.


   경제사업 강화할 수 있는 개혁안도 준비
이 농협법 개정법률안은 농협의 구조뿐만 아니라 한국농업의 장래를 바꿀 내용들이 많다. 정부가 농협개혁위원회와 의논한 최선의 법이라는 평가도 있다.

강기갑의원실 관계자는 농협 개혁은 1994년도부터 논의했고 농협법 개정은 1단계와 2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지금 법 개정 작업은 1단계이고 2단계는 근본적인 농협 개혁인 신용 경제사업 분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농협은 산지 농산물 판매량이 농민 생산물의 10% 밖에 되지 않고, 약 76% 정도는 신용사업에 집중하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다. 농협을 농민을 위한 조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2단계 개정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농협경제연구소가 지난 2월 말에 맥킨지 용역자료인 ‘농협의 지속성장을 위한 경영전략’을 발표했다. 그 핵심내용은 신용경제사업을 분리하되 종전 농협자산의 80%는 신설하는 금융지주회사에 주고, 나머지 자산의 20%만 경제사업분야로 보낸다는 것이다.

그러나 강기갑 의원실은 이 안은 농협의 중심사업인 경제사업을 고사시킬 수 있어 농림수산식품부에 농협의 경제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사업안 개혁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즉 지금 농식품부의 태도라면 보다 중요한 2단계 개정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을 것 같아 1단계 개정 작업에도 신중을 기했다는 설명이다.

강기갑 의원실 관계자는 외국의 협동조합은 중앙조직은 지원만 하고 회원조합이 판매해서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인데, 한국 농협은 중앙회와 지역조직이 서로 경쟁하고 농민 생산품 중 일부만 농협이 구매하는 구조라 협동조합 본연의 업무인 경제판매사업 강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이계진의원실 관계자는 “농협법 개정안은 농협중앙회 안에서도 회장과 임원, 이사회, 직원의 이해관계가 다르고 조합장과 농민의 이해도 다르다. 현행 농협법 개정안은 정부가 농협개혁위원회와 의논한 최선의 법이다. 국민들이 농협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정 농협법 개정안의 과제
지역농협 설립 구역 확대와 관련해 5개 조항에 달하는 부작용 방지 대책은 녹록치 않을 초기 운영을 대변하고 있다.

조합원에 대한 지역농협 선택권 확대는 지역농협 입장에서는 무한 경쟁을 의미한다. 물론 ‘철새조합원’과 지·사무소 설치 과당경쟁을 막기 위해 조합원 재가입 기간을 제한하고 확대된 구역의 지·사무소 설치에는 중앙회장의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하지만 ‘선의(善意)’를 담보로 한 부작용 방지 대책이 얼마나 효력을 미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다.

사업 규모 2,500억원 이상 조합의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운영토록 의무화하면서 비상임 조합장이 교육지원과 경제사업 등의 업무 집행권을 가질 수 있게 함으로써 예상되는 상임이사와의 업무 마찰에 따른 조율 장치 등 보완책도 뒤따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소지역 단위에서 인사추천위원회를 통한 상임이사 추천이 경영의 전문성 강화보다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하는 좀 더 정밀한 운영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조합공동사업법인에 대한 출자자 범위 확대와 약정조합원 우대제도 등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한 조치 역시 현실적 실효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선언적 의미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법 개정을 둘러싼 많은 논란을 겪으면서도 정부가 입법 예고(1월16일)를 한 지 꼭 석달(4월16일) 만에 국회 상임위를 통과함으로써 법적 안정성은 확보했다.

하지만 빠르면 올 하반기쯤 사업구조개편을 골자로 한 농협법 개정이 예정돼 있다. 그러므로 이와 연계해 일부 조항에 대한 구체적인 타당성 결여 지적은 향후 농협법 개정에 나설 정부와 국회가 참고해야 할 대목이다.


   이날 의결된 관심 법안들
이날 농림수산식품위에서는 모주 11개의 법률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가운데 영암지역 관심을 끌만한 법률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 - 한․칠레 FTA 체결과 상호금융자금의 부채증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어업인의 금리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2004년 지원받은 상호금융 자금의 상환을 연 5%의 이율로 5년간 분할 상환하도록 했다.

▶농지법 일부개정법률안 - 평균경사율이 15% 이상인 한계농지에 대한 소유․임대 등의 제한을 폐지하고, 계획관리지역과 자연녹지지역 안의 농지에 대해서는 한국토지공사가 장래 이용을 위해 이를 매수․비축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비농업인이 상속받은 농지를 농지은행에 위탁·임대하는 경우 그 한도를 폐지했다.

▶산지관리법 일부개정법률안 - 공익용 산지 안에 거주하는 농림어업인에 대해서는 자기 소유의 산지에 한해 주거용 주택의 신축을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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